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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도전'에 해당되는 글 2

  1. 2008.10.14 Think outside the box! 3
  2. 2008.10.13 점 아홉, 직선 넷 6
2008. 10. 14. 00:56

Think outside the box! Puzzle2008. 10. 14. 00:56

우연의 일치인지 바람의 화원과 무한 도전에서 아홉 개의 점을 네 개의 직선으로 연결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이 문제를
고정 관념을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를 해야 답을 구할 수 있는 문제
로 인식했던 게 아닌가 싶다. 생각해 보면 이런 관점에서는 꽤 적절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처음 풀어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각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점과 점만 연결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그러다가 사각형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문제는 멋지게 해결된다.

바람의 화원

무한 도전


인간의 사고 방식이라는 게 비슷해서인지, 서양에서도 이 문제는 고정 관념을 벗어냐야만 풀 수 있는 문제의 대표격으로 다루어진다. 여기에서 유래해서, 고정 관념을 벗어난 창의적 사고를 outside the box thinking이라고 부른다. 출판사 Random House의 웹사이트에서는 The Mavens' Word of the Day에서 이 어구를 소개하고 있다.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은 직선을 길게 그으면 세 개만으로도 아홉 개의 점을 지나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무한 어쩌고 하며 이어지는 엉성한 설명은 작가가 무지한 탓) 아마도 작가는 김홍도보다도 신윤복의 창의성이 더 뛰어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

너무 나간 작가님


지난 글에서도 썼지만, 이 문제는 모범 답안 외에도 온갖 풀이가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다. 모범 답안이 아닌 색다른 답을 내는 것이 더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신윤복의 예를 생각해 보자. 정말로 신윤복이 자유분방한 상상력의 소유자여서 스승을 뛰어넘는 창의성을 지녔다면, 왜 처음부터 직선 세 개를 긋는 답을 내지 않았을까? 그가 김홍도의 풀이에 대해 색다른 답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김홍도의 풀이를 통해 "상자 밖에서 생각하는 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문제를 풀지 못하다가, 스승의 풀이를 보고서, "오, 그렇군. 그럼 이런 것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고 생각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그러니까 "오, 그렇군"에서 일종의 격발이 일어나 "그럼 이런 것도"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상자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어렵지, 일단 빠져나간 상자 바깥에서 더 멀리 나가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편, 처음부터 직선 세 개로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더 깔끔한 풀이를 찾아낼 수 있다. 문제의 의도가 뻔한데, 점을 크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길게 직선을 긋는 것은 그 풀이를 생각한 사람에게도 다소 억지스러운 풀이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세 개로 되는데도 네 개로 해결하라고 하면 의도에 충실한 풀이를 찾으려는 게 자연스럽고, 한번 바깥으로 나가는 사고를 한 사람이라면 모범 답안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무한 도전의 정형돈이 바로 그 예가 될 것이다.

무한 도전에서 정형돈은 처음에 직선 세 개로 해결하는 것과 비슷한 풀이를 내었다가 나중에 정답을 맞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정형돈이 예전에 이 문제의 답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바깥으로 나가는 풀이에 감탄은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확한 풀이는 잊어버리고 "바깥으로 나간다"는 아이디어만이 기억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잊어버리고 강렬하게 느꼈던 부분만 기억에 남는 것은 누구에게나 흔한 경험이다. 정형돈은 처음에 바깥으로 나간다는 것만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가 엉뚱한 답을 내었지만, 곧 정답에 도달한다. 무한 도전을 보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정형돈의 첫 번째 풀이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정답에 가까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혹시 정답을 알면서 쇼?


직선 세 개를 길게 긋는다거나, 종이를 접는다거나, 입체도형을 이용한다거나 하는 풀이 모두 나름대로 재치있고 재미있는 생각이다. 남들이 하지 못한 독특한 생각을 창의적이라고 정의한다면 이 풀이들은 대단히 창의적이다. 그러나 이런 정의는 지극히 피상적이며, 사고의 과정이 아니라 결과에만 주목하는 반쪽짜리일 뿐이다. 

창의적인 생각은 단순히 "남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이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이 세상에는 60억 개의 창의적인 생각이 파편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모범 답안이 
"상자에 갇혀 있다 --> 상자 밖으로 나간다"
인 반면 다른 풀이들은 
"상자 밖에 있다 --> 더 멀리 간다"
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어느 쪽이 더 창의적인지 분명하다. 퍼즐뿐 아니라 학문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해 보이더라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아이디어가 진정으로 창의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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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uzzlist
2008. 10. 13. 01:09

점 아홉, 직선 넷 Puzzle2008. 10. 13. 01:09

정형돈은 무한대 개념을 말한게 아니다. - 이규영 연예영화 블로그

아홉 개의 점을 지나는 네 개의 직선을 연필을 떼지 않고 그리는 고전 퍼즐이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 이어 무한 도전에까지 등장하였다.


아마도 정형돈이 살짝 기울어진 직선을 길게 그려서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던 것 같은데, 풀이를 이해하지 못한 제작진이 뻘소리자막만 내보냈나 보다. 이규영 님 블로그에서는 이걸 가지고 댓글로 서로 싸우고 난리가 났다.

워낙 오래된 문제다 보니 이 문제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풀이란 풀이는 다 나와 있다고 해도 될 정도다. 점을 크기가 있는 원으로 보고 직선 세 개를 긋는 거야 이제는 별로 신선할 것도 없는 풀이이고, 적당한 입체도형에 종이를 붙여서 직선 하나로 해결한다거나, 무지무지하게 굵은 연필로 한 번에 모든 점을 덮는다거나, 비유클리드 기하를 동원하거나, 하여간 "이런 풀이는 제가 처음 아닌가효?"라는 질문에는, 듣자마자 "이미 수십 년 전에 다 나온 풀이입니다."라고 바로 답해도 될 정도다. 이런 간결한 문제에 대해서는 옛날 사람들이라고 해서 지금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Sam Loyd의 책에 실린 삽화

사람들이 이 문제의 답을 여러 가지로 생각한 것이 모범 답안이 옳지 않아서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이 문제는 분명히 모범 답안을 의도한 것이고, 그 모범 답안은 이 문제를 걸작이라 부르기에 충분할 정도로 멋지다. 다만 이미 해결된 문제라도 여러 가지 색다른 풀이를 생각해 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소 억지스러운 풀이까지 생각을 해 본 것뿐이다. 여기에 대해 이상한 의미 부여를 해서, 모범 답안이 아닌 다른 풀이를 엉터리라며 발끈하거나, 반대로 모범 답안을 고정 관념에 사로잡힌 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양쪽 다 어리석은 짓이다. 모범 답안에는 감탄 한번 해 주고 황당한 풀이에는 그냥 그럴 수도 있구나 하고 한번 웃어주면 그만이다. 

한동안 유행했던, 금붕어를 키우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묻는 "아인슈타인 퍼즐"도 비슷한 예라 하겠다. 적당히 표를 만들면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닌데, "전 세계 인구의 98%는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라는 낚시에 낚여 온갖 해괴한 해석이 난무하였다. 아직도 이걸 아인슈타인이 만든 문제로 믿는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아무튼 이 문제는 아인슈타인과 아무 상관이 없다.

이 퍼즐은 원작자가 (아마도 실수로) 문제를 약간 모호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그냥 문제의 의도에 충실하게 한번 풀어 보고, 모호한 부분을 달리 생각하면 어떨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서 폭주해서 대발견이라도 한듯이 "이것이야말로 아인슈타인의 진정한 의도"라며 심오한 헛소리를 늘어놓거나 하면 그냥 스스로를 바보로 만들 뿐이다.

한 줄 요약: 퍼즐은 퍼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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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uzz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