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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1. 2. 10:40

최대값 vs 최댓값 Math2006. 11. 2. 10:40

한국어의 표준 표기를 규정한 맞춤법은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맞춤법 통일안"을 만든 후, 1988년 문교부에서 고시한 수정안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88년 수정안에서 큰 변화 몇 가지는, "-읍니다"를 "-습니다"로 통일한 것과 사이시옷에 대한 규정이라 하겠다. 참고로 "-읍-"을 "-습-"으로 바꾼 것 때문에 명사형 종결 어미 "-음"마저 "-슴"으로 바뀐 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읍-"과 "-음"은 용법은 물론 발음 또한 전혀 다르므로 "있슴"이니 "없슴"이니 하는 표기는 모두 잘못된 것이다.

88년 수정안에서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사이시옷이다. 현 수정안은 고유어끼리의 합성어나 한자어와 고유어의 합성어인 경우에만 사이시옷을 쓰고 한자어 사이에는 쓰지 않도록 되어 있다. 다음 딱 여섯 개의 예외만 빼고: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그래서 약수가 두 개뿐인 자연수를 뜻하는 素數(prime number)는 "솟수"에서 "소수"로 바뀌었고, 그 통에 0.1과 같은 수를 뜻하는 小數와 무진장 헷갈리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아무튼 이러한 규정에 따르면, 고유값, 극대값, 극소값, 근사값, 기대값, 꼭지점, 대표값, 절대값, 최대값, 최소값 등등을 고윳값, 극댓값, 극솟값, 근삿값, 기댓값, 꼭짓점, 대푯값, 절댓값, 최댓값, 최솟값으로 표기해야 한다.

아무리 봐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표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한자어냐 아니냐에 따라 표기가 엇갈리는 경우까지 있으니 더 혼란스럽다.
극대값(X)/극댓값(O) <-- 한자어+고유어
극대점(O)/극댓점(X) <-- 한자어+한자어
꼭지점(X)/꼭짓점(O) <-- 고유어+한자어
소수점(O)/소숫점(X) <-- 한자어+한자어
사이시옷에 관한 합리적인 규정이라면 역시 모든 사이시옷은 쓰지 않는 걸로 하고 몇 가지 굳어버린 표기만 예외로 인정하는 것 아닐까? 북한에서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 것처럼.

어차피 표기라는 것은 발음을 완벽하게 반영할 수는 없는 법이므로, 표기 대신 발음에 대해 규정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값"은 [깝]으로 소리낸다고 하는 식으로. 실제로 한자어인 高價, 時價에서 보듯 표기는 "고가", "시가"면서 발음은 [고까], [시까]로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이런 복잡한 규정을 일괄적으로 수학 용어에 적용한다고 해서 말이 많다. 지금까지 수학교과서에는 사이시옷 없는 표기를 써 왔는데, 이걸 모두 바꾸라고 하니 수학하는 사람들이 어이없어 할 수밖에. 그래서 지난 주말에 있었던 대한수학회 창립 60주년 기념 학회 및 정기발표회 때 이 건에 대해 반대하는 서명을 받기도 하였다. 홍보가 많이 안 된 탓에 참여율이 그다지 높은 것 같지는 않았다.

원래 어문 정책이라는 게 지극히 보수적이기 마련이어서 --- 헌법 위에 맞춤법이란 우스갯소리가 괜히 있겠나 --- 아마 우리나라 수학자들이 몽땅 서명한다고 해도 국립국어연구원은 눈 하나 깜짝 안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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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uzz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