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시] 4. 출국 Life in campus2016. 5. 17. 10:35
내가 가려던 대학이 미국 동부 시골에 있다 보니, 비행기 표부터가 큰 문제였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서 가는 거야 비행기가 많은데, 김해공항에서 출발해서는 가는 항공편은 아무래도 편수가 적었다. 다행히 구글에서 출발 공항과 도착 공항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항공편을 보여줘서 표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여행사에 물어보기도 했는데, 오히려 자기들은 그런 항공편이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검색 방법을 우리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항공편 요금이라는 게 워낙 천차만별인데, 우리는 다행히 J1 비자 대상자 할인 상품이 있어서 그걸로 항공권을 살 수 있었다. 1인당 100만원이 안 되니까 굉장히 싼 편이었다. 대신 귀국 항공편은 아직 개설되어 있지 않아서 편도로 구매하였다. 왕복이 조금 더 싸다지만, 이번 경우는 편도 자체가 워낙 싸서 그냥 이걸로 샀고, 귀국 일정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였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돌아갈 때는 짐 미리 부치고 서부에서 여행하다가 귀국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미리 귀국 표 안 사기를 잘 했다.
사실 항공권을 사고 나서 뒤늦게 걱정스러운 일이 있었다. 시카고(Chicago) 오헤어 공항에 도착하여 국내선으로 갈아 타야 하는데, 다음 항공편까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비행기가 연착하거나 하면 아주 골치 아픈 상황이 되는 것이었다. 입국 심사에, 짐 찾아 다시 부치는 것만으로도 정신 없을 텐데, 공항까지 무진장 큰 곳이었으니. 거기에 1월말에 눈폭풍이 올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진짜로 걱정이 되었다. 미국 입국 때 소지하고 있는 현금을 신고해야 한다고 해서 이것도 걱정이 되었다. 만약에 이것 때문에 몇 시간 붙들려 있기라도 하면 다음 항공편에 줄줄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다행히 도착하던 날 시카고에 눈폭풍이 오지도 않았고, 현금 신고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어서 바로 비행기를 갈아타러 갈 수 있었다.
출국 준비를 하면서 고민스러웠던 것 가운데 하나는 살고 있던 집 문제였다. 가재도구 방 하나에 몰아넣고 세 준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고작 1년이니 세를 주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집에 있는 책만 해도 방 하나에 다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비워두고 양가 어머니들께서 한번씩 둘러 보시도록 부탁 드렸다.
차도 문제였는데, 내 차와 아내 차 둘 다 연식은 좀 되었지만 많이 뛴 차가 아니어서 중고로 팔고 가기는 좀 억울했다. 당장 공항 갈 때도 짐 때문에 큰 차가 필요한 상황이라, 팔지 않고 1년 동안 그냥 두기로 했다. 차라는 물건이 사용하지 않고 오래 그냥 두면 못 쓰게 되는지라, 장모님께 일주일에 한번씩 몰고 다녀 주십사 부탁 드렸다. 그래서 장모님은 차 세 대를 굴리는 차 부자가 되셨다.
짐 싸는 것도 큰 문제였다. 일 년 동안 있으려니 식구들 사계절 옷을 다 싸들고 가야했다. 처음에는 진공팩을 사서 옷을 꽉꽉 쌓아 넣었는데, 이렇게 했더니 가방에 많이 넣을 수는 있는데, 대신 무게가 너무 나갔다. 수하물 추가 요금 안 물려고 다시 짐을 싸 보니, 결국 진공팩은 아무 필요가 없었다. 완충용으로 수건이랑 옷들을 틈새에 끼워 넣었더니, 나중에는 어느 가방에 무슨 짐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아무튼 이런 큰 가방에는 연락처 잘 붙여 놓아야 하고, 1/5, 2/5, ..., 5/5 식으로 번호표를 붙여 놓는 게 좋다. 나중에 공항에서 짐 찾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짐이 몇 개였는지도 헷갈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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