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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 5. 23:33

작은 수의 이름 Math2023. 1. 5. 23:33

 
십진기수법은 0부터 9까지 열 개의 숫자만으로 얼마든지 큰 수를 나타낼 수 있는 놀라운 발명품이지만, 일상 생활에서 십진기수법 표기를 그대로 읽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100000000을 "일영영영영영영영영"이라고 읽는 대신 "(일)억"이라고 읽는다. 이와 같이 단위가 되는 수에 이름을 붙여서 읽는 것을 명수법이라고 한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조, 경, 해가 수의 이름이다.
 
그러면, 큰 수를 나타내는 대신 작은 수를 나타낼 때 부르는 이름은 없을까? 우리는 초등학교에서 소수(小數)를 배우면서, 0.123을 "영점백이십삼"이 아니라 "영점일이삼"으로 읽도록 배웠다. 백은 100을 부르는 이름이지 0.100을 부르는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0.100과 0.1은 같은 수이니 이런 식으로는 구별도 되지 않는다.
 
실은 큰 수의 명수법처럼 작은 수에도 명수법이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아마 누구나 할푼리를 생각할 것 같은데, 정확히 말하면 할푼리는 명수법이 아니다. 원래 고대 중국에서부터 불러온 이름은 다음과 같다.
분(分): 0.1 = 10^{-1}
리(厘): 0.01 = 10^{-2}
호(毫): 0.001 = 10^{-3}
사(絲): 0.0001 = 10^{-4}
홀(忽): 0.00001 = 10^{-5}
미(微): 0.000001 = 10^{-6}
섬(纖): 0.0000001 = 10^{-7}
사(沙): 0.00000001 = 10^{-8}
진(塵): 0.000000001 = 10^{-9}
애(埃): 0.0000000001 = 10^{-10}
온통 터럭, 티끌, 먼지, 이런 글자들이다. 분(分)은 "푼"으로 읽기도 하고, 호(毫)는 모(毛)로 바꿔 쓰기도 한다. 10^{-6}을 뜻하는 micro와 발음이 비슷하여 중국에서는 micro를 뜻하는 접두어로 미(微)를 사용하니,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이다. 10^{-10}미터를 뜻하는 옹스트롬(Å)은 스웨덴 물리학자 옹스트룀(Ånström)의 이름을 딴 것인데, 중국에서 이 이름을 "에이거스터랑埃格斯特朗"으로 표기하는 것도 10^{-10}을 나타내는 수사 애(埃)를 활용한 것이어서 흥미롭다.
고대 중국 수학자들은 이런 명수법을 이용하여 사실상 소수 계산을 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원주율의 근삿값 3과 1분 4리 1호 5사 9홀 2미 6섬, 즉 3.1415926을 구할 수 있었다. 유럽은 1000년도 더 지나 이 근삿값을 구할 수 있었으니 명수법이 얼마나 효과적이며 중국의 수학이 얼마나 앞서있었는지 알 만하다.
 
그러면, 할푼리는 뭘까? 여기서 "할"은 0.1의 이름이 아니라 비율로서의 0.1을 뜻한다. 이게 무슨 차이인지 잘 와 닿지 않을 것 같은데, 비슷한 개념으로 퍼센트(percent)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길이를 재었더니 0.05cm가 나왔다고 하자. 우리는 이것을 "영점영오 센티미터"라고 하지, "5퍼센트 센티미터"라고 하지는 않는다. 길이를 잰 값 0.05는 비율이 아니기에 이 수치를 "5퍼센트"로 읽는 것은 어색하다. 그러니까, "퍼센트"는 비율로서의 0.01이지 소수 0.01의 이름이 아니다.
 
할푼리의 "할"도 마찬가지이다. 할(割)은 일본에서 10%에 해당하는 비율을 뜻하는 단어로 만든 용어이다. 푼과 리는 "할의 1/10"과 "할의 1/100"을 뜻한다. 1.23%에서 0.2가 2/1000을 뜻하고 0.03이 3/10000을 뜻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할푼리는 야구에서 타율을 나타낼 때 흔히 쓰이는데, 타율이 원래 타석에 섰을 때 안타를 얼마나 쳤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니까, 이것을 할푼리로 부르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다만, 타율을 0.411로 나타내고 "4할 1푼 1리"로 읽는 것보다 "4.11할"로 표기하는 것이 할푼리 표현에 더 충실하다 할 수 있겠다.
 
참고로, 돈 빌릴 때 "2부 이자"라는 표현도 할푼리로 나타낸 "2푼 = 2%"에서 分을 일본식 한자음인 "부(ぶ)"로 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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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uzz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