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모임에서 수학 용어 ideal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것은 수학의 환 이론(ring theory)에서 핵심적인 개념으로, 마땅한 번역어가 없어서 그냥 "아이디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그 모임에서 한 분이, ideal을 "이데알"이라고 써 놓은 책이 있더라면서 무진장 비웃었다. "세상에 이데알이 뭐야, 이데알이!"
아마 일본에서 이걸 "이데아루(イデアル)"라고 하니까, 나이 많은 저자가 무식하게 일본식 용어를 썼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디 가서 망신당하실까 봐 친절하게 한 말씀 드렸다. "그거 원래 독일어 Ideal에서 온 거니까 사실 '이데알'로 읽는 게 맞습니다."
독일 수학자 Kummer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려는 과정에서 "소인수분해가 잘 되는 이상적인(ideal) 수(Zahl)"라는 뜻에서 "ideale Zahlen"을 생각했고, Dedekind가 이걸 일반화하여 Ideal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었다. 그러니까 족보를 따지면 독일어 Ideal을 읽어서 "이데알"로 쓰는 게 맞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제 독일어로 "에네르기", "알레르기"라고 하는 대신 "에너지", "알러지"로 읽는 시대가 되었으니, "이데알"이 아닌 "아이디얼"로 읽는 게 이 시대에는 정답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이데알"이 비웃음 당할 표기는 아니지 않을까?
아무튼 그 분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그때부터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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