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온 아흔 넷. 정말로 진지하게 궁금한 수학적 의문 - 다크초콜릿
예전에 모 방송에서 111+1x2가 얼마냐는 문제에 대해 224를 답으로 한 바람에 여러 사람들이 113과 224로 의견이 나뉘어 싸우는 일이 있었다. 초등학교 교육만 제대로 받았어도 절대 틀릴 수가 없는 문제인데, 어찌된 일인지 224가 정답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사실 사칙연산에서 덧셈, 뺄셈보다 곱셈, 나눗셈을 먼저 하는 것은 잘 알려진 규칙이지만, 이 규칙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칙연산을 표현하는 방법은 두 수 사이에 연산자를 쓰는 infix 방식이다. 이 방식의 단점은 연산의 우선 순위를 나타내기 위해 괄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x2)+(3x4)를 괄호 없이 나타내기는 불가능한데, 흔히 쓰는 전자계산기에 M+와 같은 기억용 버튼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고로 연산자를 뒤에 쓰는 postfix 방식으로는 "(1에 2를 곱한 것)에 (3에 4를 곱한 것)을 더하라", 즉 "1 2 x 3 4 x +"로 괄호 없이 나타낼 수 있다.
egloos의 Rudy 님도 지적했지만, 곱셈과 나눗셈을 먼저 한다는 것은 사실 곱셈과 나눗셈 연산에 있는 괄호를 생략하는 것이다. 즉, 111+1x2는 사실 111+(1x2)를 줄여쓴 것이다. 어차피 infix 방식은 우선 순위를 나타내는 방법이 필요하므로, 덧셈이든 곱셈이든 어느 한 쪽의 괄호를 생략하는 규칙을 정하는 편이 표기를 간단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왜 하필 곱셈과 나눗셈에 있는 괄호를 생략하는 것일까? 앞서 말한 대로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곱셈, 나눗셈이 아니라 덧셈, 뺄셈에 있는 괄호를 생략한다고, 즉 사칙연산에서 덧셈, 뺄셈을 곱셈, 나눗셈보다 먼저 한다고 처음부터 규칙을 정했다고 해도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과 같은 규칙이 정해진 것은 곱셈, 나눗셈의 괄호를 생략하는 쪽이 조금이라도 편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다음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Rudy 님의 설명처럼 분배법칙을 간단히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A+BxC를 "곱셈 우선"과 "덧셈 우선"의 두 관점에서 괄호를 써서 나타내어 보면,
A+(BxC) = A+(BxC), (A+B)xC = (AxC)+(BxC)
인데, 보다시피 곱셈에 붙어 있는 괄호가 더 많으니 곱셈 쪽의 괄호를 생략하는 편이 낫다.
두번째로는 덧셈은 계산이 간단하지만 곱셈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수식을 나타낼 때, 때로는 그 결과를 끝까지 계산해서 나타내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다. 이 경우 수식을 적당히 정리해서 간단한 형태를 만드는데, 예를 들어 (123x456)+789와 123x(456+789)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456+789와 같은 덧셈은 간단하게 하나의 수로 고칠 수 있지만 123x456을 하나의 수로 고치는 것은 좀 불편하다. 그렇다면 이 수식은 (123x456)+789와 123x1245로 나타낼 수 있고, 역시 곱셈 쪽의 괄호를 생략하는 편이 조금이나마 효율적이다.
그건 그렇고 KTX에서 인터넷이 되니 좋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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