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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18. 01:17

ICM 2010 첫째 날 Math2010. 9. 18. 01:17

8월 19일. 드디어 ICM 2010이 시작되었다.인도 대통령이 시상식에 참석하는 관계로 가방과 전자기기는 모두 반입이 금지되었다. 그 바람에 필즈상 수상자를 한국인 최초로 전하려던 원대한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런데 행사장에 와 보니, 당일 도착하여 공항에서 바로 온 사람들은 모든 짐을 들고 건물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런 "인도적인 처사"를 알았으면 노트북을 들고 와도 될 것을!

넓디넓은 홀 가득 수학자들이 앉아 있었다. 이곳에서 내 지도교수를 비롯하여 많은 한국 수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지난 밤에 겪었던 소동에 대해 다들 황당해 하였다.

대충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싶더니 사리를 차려입은 인도 여자 한 분이 단상에 올라와 행사를 진행하였다. 자기 소개도 없이 바로 진행해서 누군지 모르겠다. 아무튼 말을 시작하자마자 그 넓은 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역시 수학자들은 "이럴 때는 조용히 집중하는 게 낫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에 빠른 사람들이다.

인도와 하이데라바드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나는 하이데라바드라는 도시를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인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도시라고 한다. 특히 IT 산업이 발달해서 빌 게이츠도 방문한 적이 있다고. 그리고 인도 다른 지역과 달리 매우 깨끗한 도시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숙소 주변에서 보았던 지저분한 모습, 빈민들의 비참한 모습은 뭔지...

아무튼 인구 700만의 대도시라는 얘기며, IT 관련 얘기 등등을 사회자가 하더니, 곧 인도 대통령이 입장하니 일어서서 예를 갖추어 달란다. 인도가 의원내각제이다 보니 총리는 알아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입장하는 사람을 보니 자그마한 할머니다. 그렇지만 풍기는 포스가 남달랐다.



인도 대통령이 입장하고 ICM 2010이 시작되었다. ICM과 참석자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고대하던 필즈상 수상자 발표.

첫번째 수상자는 이스라엘 헤브루 대학의 Elon Lindenstrauss. 이스라엘이 국제수학연맹의 Group V에 속할 정도로 수학 최강국 가운데 하나이면서 그 동안 필즈상 수상자가 없더니 이번에 드디어 한 명 나왔다.



발표 순서가 알파벳 순서라고 하니,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던 Avila는 일단 탈락. 이 친구는 아마 2014년 서울에서 받지 않을까.

두번째 수상자는 베트남의 Ngô Bảo Châu. 동양인으로서는 다섯 번째 수상이다. (일본 3, 중국 1) 한국이 후진국이라며 무시하는 베트남에서 필즈상 수상자가 나왔으니 언론에서 어떤 기사를 쓸지 눈에 뻔히 보였다. Ngo는 일찌감치 필즈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여서 다들 당연히 받을 사람이 받는다는 분위기였다. 가장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인 인물이기도 하다. (며칠 후에는 사인회도 개최되었다.)


세번째 수상자는 스위스의 Stanislav Smirnov.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러시아 태생.


이번이 처음 참가하는 ICM이라 원래 진행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수상자가 단상에 올라가면 어디 서 있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뻘쭘한(?) 상황이  연출되곤 하였다. 의전 담당자가 적절한 위치에 수상자를 서게 하면 좋을 텐데, 대충 귀빈들 의자 뒤에 서 있다 보니 저 사람이 수상자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상황이었다. 특히 네번째 수상자가 발표되었을 때 더 그러했다.

네번째 수상자는 프랑스의 Cédric Villani. 처음 홀에 설치된 스크린에 얼굴이 떴을 때는 카메라가 사람을 잘못 잡은 줄 알았다. 이런 복장을 누가 상상했으랴.



Villani는 ICM 내내 저런 복장이었다. 색은 매일 바뀌었지만, 매번 스카프 차림이었다.

다음은 필즈상 수상자와 대통령.



이후 Gauss 상, Nevanlina 상, Chern 상의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필즈상 수상자가 설마 발표일까지 비밀일 것 같지는 않은데, 언제쯤 수상 여부를 알게 되는지 궁금하였다. 이 의문은 며칠 후 연세대 장건수 교수님께 들어서 해결할 수 있었다. 수상자에게 물어보니 대략 2월쯤에는 수상자에게 연락이 간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스라엘의 경우 헤브루 대학에서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이럴 바에야 장건수 교수님 말씀대로, ICM 개최 전에 언론에 미리 공개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싶다. 기자들도 준비할 시간이 더 생기는 데다, 수학계로서는 ICM 개최 전에 한 번, 개최 후에 한 번, 도합 두 번이나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말이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처럼 긴장감 넘치게 당사자에게까지 비밀로 하지 않는 한 이쪽이 나을 것 같기도 한데, 국제수학연맹은 지금과 같은 "비밀 아닌 비밀" 정책을 계속할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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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uzz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