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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8 10:32

[미연시] 10. 단위 환산 Life in campus2016.06.08 10:32

미국이 미터법을 쓰는 나라가 아니다 보니, 미국식 단위로는 감이 안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정확히 계산하는 건 시간이 너무 걸려서 불편하다. 그래서 재빨리 계산해 볼 수 있는 간단한 변환 몇 가지.


1. 온도


광활한 평지가 많아서 그런지 하루에도 일교차가 크고 오늘 내일 기온이 극명하게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매일매일 그날 기온을 확인하는 게 일이다.


요즘은 핸드폰의 날씨 앱들이 섭씨와 화씨를 선택할 수 있게 하기에 큰 문제 없지만, 가끔은 화씨 온도를 섭씨로 바꾸어야 할 때가 있다. 화씨로 F도라면 섭씨로는 \(\frac59(F-32)\)이다. 그러니까 32℉=0℃이고 0℉=-17.8℃, 100℉=37.8℃이다.


원래 Fahrenheit가 화씨를 만들 때, 가장 추운 날씨의 기온을 0℉, 가장 더운 날씨의 기온을 100℉, 이런 식으로 정했기 때문에, 화씨로 0도면 가장 추운 겨울 기온, 100도면 가장 더운 여름 기온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기온을 나타낼 때는 음수 개념을 쓸 필요 없다는 점에서는 편리한 면도 있지만, 섭씨에 익숙한 우리에게 쉽게 느껴지는 단위는 아니다.


화씨를 섭씨로 바꾸는 공식이 있기는 하지만, 32를 빼고 5/9를 곱하는 계산이 간단치는 않아서 좀더 간단하게는 화씨 온도에 30을 뺀 다음 반으로 나누면 된다.


화씨로 80도라고 하면, 80-30=50을 구한 다음, 반으로 나누어 25도가 된다. 실제로는 26.7℃ 정도이므로 크게 차이나지 않으면서 계산은 훨씬 쉽다.


2. 길이


1in=2.54cm이므로, 인치를 센티미터로 바꿀 때는 2.5를 곱한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그러니까 먼저 5를 곱한 다음 2로 나누면 된다. 반대로 센티미터를 인치로 바꿀 때는 2를 곱한 다음 5로 나누면 된다. 더 간단히는 4를 곱한 다음 10으로 나눈다.


1ft=0.3m 정도 되므로, 피트를 미터로 바꿀 때는 3을 곱하고 10을 나누면 된다. 또, 3피트가 약 1미터라는 사실로부터 피트로 나타낸 수치를 3으로 나누면 오차가 좀 있지만 대강 비슷한 값이 나온다.


사실 3ft=1yd여서 피트로 나타낸 수치를 3으로 나누면 야드로 나타낸 값이 된다. 1yd=91cm니까 1yd=1m쯤으로 생각해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욕실 샤워기가 호스 형태가 아니어서 월마트에서 사서 다시 달았는데, 호스 길이가 5ft였다. 이걸 미터법으로 바꾸면, 3을 곱하고 10을 나누어 1.5m가 된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300ft 앞에서 좌회전"이라고 하면, 300 나누기 3 하여, 대충 100m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3. 거리


피트나 야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거리 단위이지만, 아마 가장 흔히 접하게 되는 거리 단위는 마일일 것 같다. 운전하다 보면 도로 표지판, 내비게이션의 안내 등이 모두 마일을 단위로 사용하고 있다.


1mile=1.6km니까 1.6을 곱하면 된다. 요즘은 속도계에 마일과 km를 함께 나타내는 자동차가 많으므로 운전 중에 속도 계산 일일이 할 필요는 별로 없다.


반대로 km를 마일로 환산할 때는, 1/1.6=0.625니까, 대충 6 곱하고 10으로 나눈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 고속도로 제한 속도가 보통 시속 70마일인데, 이걸 km로 바꿔 보면 대략 시속 110km쯤 된다. 키아누 리브스와 샌드라 불럭이 주연했던 영화 스피드에서 버스 속력이 시속 50마일 아래로 내려가면 폭탄이 터지는데, 이걸 km로 바꾸면 시속 80km가 된다. 그래서 배우들은 fifty라고 말하는데 자막에는 80이라고 번역되어 나왔다.


서울-부산 거리가 대략 450km니까 이걸 마일로 바꾸면, 450x6 = (450x2)x3 = 900x3 = 2700을 10으로 나누어 대략 270마일이 된다. 직선 거리는 더 짧아서 325km쯤 되고, 마일로는 325x6 = (325x2)x3 = 650x3 = 1950을 10으로 나누어 195마일이 된다.


광활한 미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이지만, 대충 지평선까지 거리가 3마일쯤 되니까 운전 중에 이걸로 거리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실제로는 키 180cm인 사람이 보는 지평선까지 거리가 3마일쯤 되고, 운전석에 앉으면 눈높이가 조금 내려가니까 지평선까지 거리는 대충 2.7마일쯤 된다.


4. 무게


1파운드가 대략 450그램 정도 되므로, 파운드로 표시된 무게는 9를 곱하고 20으로 나누면 킬로그램으로 표시된 무게가 된다. 9를 곱하는 게 귀찮은 경우에는 그냥 2로 나누어도 대충 비슷하고, 여기에 첫 자리 수를 반으로 나누어 빼면 조금 더 정확해진다.


24파운드를 킬로그램으로 바꾸어 보면, 2로 나누어 대략 12kg. 여기에 첫 자리 수 2를 반으로 나눈 1을 빼면 11kg이 된다. 정확하게는 24lb = 10.8862kg이므로 아주 좋은 근삿값임을 알 수 있다.


100파운드를 바꾸어 보면, 대략 50kg. 이 경우는 첫 자리에 해당하는 수가 10이니까 반으로 나눈 5를 빼면 45kg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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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1 11:08

[미연시] 9. 그밖에 Life in campus2016.05.21 11:08

1.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한국에서 쓰던 070 전화를 들고 와서 연결하면 한국으로 전화 거는 건 한국 시내 전화 요금 정도로 해결된다.


2. 미국에서 찍은 사진을 양가 부모님께 전하려니, 다들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시는 데다, 이메일로 보내기에는 사진의 양도 문제였다. 번거롭기도 하고. 그래서 어머니 댁 컴퓨터에 미리 내 구글 아이디를 저장해 놓고 온 다음, 폰의 사진을 구글 포토에 연동시켜 놓았다. 그러면 폰으로 찍은 사진이 구글 포토에 업데이트 될 때마다 한국에서 새 사진을 보실 수가 있다.


3. 한국에서도 안 보던 TV 프로그램들을 미국 와서 열심히 보고 있다. 아무래도 여기서는 저녁에 갈 데도 없고 해서 한국 드라마 같은 걸 많이 보게 된다. 한국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바로 동영상이 올라온다. 주로 보는 사이트는 http://www.ondemandkorea.com 회원 가입 필요 없고, 광고만 봐 주면 된다. 광고가 지겨우면 구글 크롬에서 광고차단 확장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보면 된다.


4. 듣고 갔던 일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파는 수건의 품질이 매우매우매우 좋지 않다. 이걸 이 돈을 주고 사야 하나 싶을 정도. 그래서 수건 많이 들고 가라고 들었는데, 설마 싶어 많이 안 들고 갔더니 미국 수건 사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애초에 한국에서 짐 쌀 때 완충용으로 수건을 꽉꽉 채워가는 게 낫다. 큰 목욕 수건 서너 장, 보통 수건 스무 장 정도. 그냥 집에 있는 수건 다 들고 가서 미국 수건 안 산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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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1 10:49

[미연시] 8. 은행 계좌 Life in campus2016.05.21 10:49

미국에서 생활하려면 은행 계좌가 필요하다. 여행 다닐 생각을 하니, 아무래도 미국 전역에 지점이 많은 Bank of America가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까운 지점에 갔더니, 은행 창구에서 처리하지 않고 자기 사무실 따로 있는 Personal Banker를 통해야 했다.


우리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고 서류 작성 다 하고 나니, 담당자가 매니저에게 승인 받아야 한다면서 나갔다 오면서 North Korea 국민에게는 계좌를 개설해 줄 수 없다고 한다. 한참 얘기까지 나눠 놓고서 North Korea라니! 우리는 North가 아닌 South Korea에서 왔다고 하니까 미안하다면서 다시 절차를 진행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엄청나게 걸려서 세 시간을 넘겼다. 아무리 미국 일처리가 느리다지만 너무 심한 수준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맡기려는 현금을 보고, 우리가 꽤 부자인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돈을 보관만 하는 대신 이자가 나오는 계좌를 만들라고 권했고, 그게 뭔지 잘 모르는 우리는 권하는 대로 saving account를 만든 게 문제였다. 이런 거 안 만들고 그냥 해외 송금 가능한 계좌만 만드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자라고 해 봐야 3센트가 불었는데, 이것도 수익이라고 온갖 서류 작업을 다 해야 했다. 나중에 Bank of America 다른 지점에 갔더니, 그곳 Personal Banker가 saving account 필요 없다며 다 정리해 주었다.


아무튼 처음 갔던 지점에서 일종의 직불 카드인 Debit card를 만들었고, 거의 모든 결제는 이 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아내와 공동으로 만든 계좌여서 Debit card도 우리 부부 각자 하나씩 만들었다. Debit card 사용 방법도 잘 몰라서 처음에는 꽤나 헤맸다. 특히 마트에서 결제할 때마다 Cash back을 물어서 이게 뭔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결제하면서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니까 물건 사고 결제할 때, cash back $100을 선택하면, 직원이 $100을 꺼내서 준다. 현금인출기를 볼 수가 없어서 미국 사람들은 매번 은행 가서 돈 찾나 했더니, 그냥 가까운 월마트 같은 곳에 가면 현금을 찾을 수 있는 구조였다.


Debit card는 주소지와 다른 곳에서 큰 금액을 쓰면 승인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걸 모르고 롤리에 장보러 갔다가 낭패를 겪었는데, 어딘가 여행 가는 경우에는 BoA에 미리 연락해서 승인을 받아 두어야 한다. 문자로 오거나 전화로 연락이 오면 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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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1 10:06

[미연시] 7. 아이들 학교 Life in campus2016.05.21 10:06

연구년을 오면 골치 아픈 일 가운데 하나가 아이들 학교 문제이다. 한국과 미국의 학기 시작일이 달라서 학사 일정을 맞추기도 어렵다. 주마다 방학이 제각각이라 이런 것도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기왕이면 개학하기 조금 전에 가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우리아들은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니고 있었고, 미국에서는 Kindergarten에 해당하는 나이였다. 우리딸은 한국에서 6학년에 진급하게 되는데, 미국에서는 이미 작년 9월에 6학년이 시작되어서 6학년 중간에 들어가야 했다. 여기서는 K부터 5학년까지가 초등학교, 6학년부터 9학년까지가 중학교에 해당한다.


학군에 해당하는 우리딸 학교에 찾아가서 물어보니, 오늘부터 바로 다닐 거냐고 물어서 당황스러웠다. 각종 행정처리 마치려면 며칠 걸릴 줄 알았는데, 그날 바로 다닐 수 있다니. 그래서 다음 날부터 다니겠다고 하고, 각종 학용품부터 사러 다녔다.


미국은 초등학교가 K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Kindergarten은 우리나라의 유치원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 아들은 영어를 배운 적도 없고, 미국 초등학교가 꽤 엄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대신 preschool에 보내는 게 좋겠다는 조언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preschool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의사소통이 안 되면 받아줄 수 없다고 한다. 또, 화장실 볼일도 혼자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서 그냥 초등학교에 보내기로 했다.


학년 중간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초등학교 입학에 해당하는 일이어서,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기록을 제출하라고 한다. 예방접종은 한국에서 미리 발급 받아 왔는데, NC에서는 수두 예방 접종을 두 번 받아야만 한단다. 한국에서는 한 번이면 되는데. 진작에 알았으면 한 번 더 맞고 올 수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좀 헤맸다. 근처 소아과에 가서 물어보니 비용이 비싼 곳도 있었고, 기존 진단 기록 없으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병원도 있었다. 다행히 보건소에서 무료로 예방 접종을 해 줘서 돈 안 들이고 해결했다.


문제는 건강검진 결과. 이건 기껏해야 애 키 재고, 몸무게 재고, 특정 질환 같은 거 적어주는 게 다인데, 이것 때문에 $100 가까운 돈을 내는 건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다니던 소아과에 검진 양식 보내서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우편으로 받으려면 너무 시간이 걸려서 핸드폰으로 찍어서 전송 받았다. 처음에는 팩스로 받아봤는데, 하필 양식 바탕에 색깔이 있어서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쪽 학교에는 교복이 있었다. 한국과는 달리 색깔만 세 가지 정도 지정되어 있고, 브랜드 드러나지 않는 옷이기만 하면 아무것이나 입어도 된다. 이런 방식이면 부모에게 부담도 덜 할 것 같아서 괜찮은 제도 같다. 매달 마지막 날에는 자유복을 입을 수 있는데, 학교에서 규칙을 위반하면 자유복 입는 자유를 박탈당한다. 규칙을 위반할 때 체벌을 가하는 대신,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도 흥미로운 제도였다.


중학교는 매일 시간표가 일정해서, 운동 좋아하는 우리딸은 매일 체육시간 있다고 완전 좋아했다. 첫 날부터 운동 소녀의 모습을 유감 없이 드러내서 담임 선생님이 감탄하는 메일을 보내왔다. 영어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수학과 체육은 별 문제 없이 잘 따라갔다. 수학은 오히려 내용이 너무 단순하고 선생님 수업도 재미없고 수준이 낮다고 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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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일 년 머물 곳에서 새 차를 살 필요는 없어서 중고차를 사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차에 대해 잘 아는 분께 부탁 드리는 게 좋아서, 염치불구하고 이쪽 대학에 계신 한국 분께 부탁을 드렸다. 이 동네보다는 주도인 롤리(Raleigh) 쪽 중고차가 낫다고 해서 한 시간 반쯤 차를 타고 갔다. 몇 군데 매장을 둘러 보고 차를 고르고 가격 흥정까지 잘 끝냈다. 그런데 결국 차를 못 샀다. 문제는 보험.


차를 사려면 차량 보험이 있어야 한다. 이걸 미리 가입할 수도 없는 게, 차량 보험에 가입하려면 타고 다닐 차량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구매 직전에 보험에 가입해서 그걸로 구매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게 된다. 롤리 쪽에 있는 한국인 보험 에이전시 번호를 받아 두어서 연락을 했더니, 외국인이기 때문에 현지인에 비해 보험료가 네 배 정도라고 말한다. 차량이 급하긴 하지만 이건 금액 부담이 너무 커서, 같이 가신 분도 이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구매를 보류하라고 충고한다. 그래서 차량 구매는 없던 일로.


차는 며칠 이따 다시 보러 가기로 하였다. 당장은 렌트카가 있으니, 이동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운전면허를 따기로 하였다. 미국 주마다 다른데, NC에서는 국제면허로 일 년 동안 운전할 수 있어서 굳이 면허를 따지 않아도 차를 모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 운전면허증이 신분증 역할을 하기에 아무래도 면허를 따는 편이 낫다. 매일 여권을 들고 다니는 게 위험하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면허를 따려면 신청하고 지정된 날짜에 가서 시험을 봐야 하지만, NC에서는 DMV(Division of Motor Vehicles)라는 곳에 가서 필기 시험과 실기를 보면 된다. 한국어 교본도 있다고 해서 알아보러 DMV에 갔더니 그런 거 없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한국어 교본을 받은 사람도 있다고 하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필기 시험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어보러 갔는데, 담당 직원이 인적 사항 확인하고는 갑자기 현미경처럼 생긴 기구를 들여다 보라고 하면서, 보이는 표지판을 설명하라고 한다. 잘 모르는 표지판도 있어서 모르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무슨 표지판인지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표지판 모양과 색깔만 말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게 시력 검사였다. 그러고는 한쪽에 있는 컴퓨터에 가서 필기 시험을 보라고 한다. 얼떨결에 그 자리에 필기 시험을 본 것이다.


필기 시험은 랜덤하게 문제를 보여 주고 올바른 보기를 고르는 형식으로, 25문제 가운데 5개 이상 틀리면 불합격이다. 한국어 교본은 못 구했지만, 시험은 한국어로 볼 수 있었다. 문제 자체는 비교적 상식적이어서 어렵지 않는데, 유효 기간이나 벌점 같은 건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맞히기 어렵다. 나는 마지막 25번 문제를 틀리면서 딱 다섯 문제 틀려서 불합격. 아내는 세 문제 틀려서 합격했다. 다행히 필기 시험은 매일 한 번, 몇 번이든 다시 볼 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 뒤져 보면 한글로 기출 문제 설명해 놓은 사이트들이 있어서 필기 시험은 금방 붙을 수 있다. 나도 며칠 후 다시 봐서 합격했다.


실기 시험은 감독관이 같이 타고 지시대로 도로 주행 한 번 하고 오면 끝이다. 단, 운전을 하려면 차량 보험이 있어야 한다. 차를 아직 못 산 상태라 어쩌나 했는데, 렌트카 보험으로도 실기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이 면허증은 렌트카용이어서 나중에 차를 산 다음에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일반 차량용으로 면허증을 교체해야 한다.


실기 시험은 한국보다 훨씬 쉬워서 내 아내는 한 방에 합격. 생소한 용어라면 좁은 도로에서 유턴하는 방법인 3-point turn 정도인데, 이게 뭔지는 YouTube 같은 데서 찾아보면 된다. 그런데 나는 필기에 이어 실기도 불합격. 다른 것은 별 문제가 없었는데, 교차로에서 잠깐 기다리다가 오른쪽에서 오던 차들이 충분히 멀고 속도도 느려서 그대로 건너갔더니 감독관이 차를 세우라고 했다. 오른쪽에서 오는 차 못 봤느냐고 해서,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는데 이게 실수였다. 실기 시험에서는 STOP 사인, 교차로에서는 무조건 3초 이상 정차. 교차로에서는 양쪽에 차가 아예 안 보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교차로에서 미국인들도 적당히 눈치 보고 건너가던데, 별 생각 없이 따라 했다가 불합격 되었다. 필기와는 달리, 실기 시험은 한 번 불합격하면 일주일이 지나야 다시 시험을 볼 수 있다. 횟수 제한은 없다고. 


면허와 관련하여 기묘했던 일이 있었다. 나는 방문 교수여서 J1 비자, 내 아내는 배우자로 J2 비자인데, DS-2019 확인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나는 실기에 합격해도 면허증 발급이 바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내 아내는 이런 절차가 필요 없어서 바로 발급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초청장 받고, 각종 서류 발급 받아서 온 나는 면허가 바로 안 나오고, 그런 거 없이 배우자로 온 아내는 바로 면허가 나온다는 말이다.


롤리까지 갔다가 결국 못 샀던 차를 다시 알아보았다. 미국에서는 중고차 업체들이 Kelley Blue Book이라는 웹사이트에 매물을 올려 둔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서 미리 원하는 차량 가격을 알아보고 간다고 한다. 우리는 혼다 CR-V를 사기로 했는데, 마침 이쪽 동네 업체에 적당한 물건이 나왔다고 해서 먼저 이쪽 업체부터 가 보았다. KBB에서 본 차량은 좀 문제가 있어 보였는데, 다른 차량이 가격도 적당해서 구매하기로 하였다.


지난 번에 차를 못 샀던 이유가 보험이 너무 비싸서였는데, 그 동안 알아보니 Sunrise라는 에이전시에서 유학생이나 방문 교수를 상대로 싼 가격에 차량 보험을 처리해 주고 있었다. 아는 사람들은 아예 한국에서 미리 가입하고 와서, 바로 차를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저 회사는 중개만 하는 곳이고, 실제 보험은 AIG에서 담당하는 것이어서 업체도 믿을 만하였다. 보험 가입하려면 구매하려는 차량 내역을 보내주고 견적을 먼저 받아야 하는데 미리 가입했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에게 이 정보를 준 유학생은 한국에서 면허가 없었다고 해서 어떻게 미국에서 면허를 땄나 궁금했다. 한국 면허가 없으니 우리처럼 렌트카 보험을 이용할 수도 없고, 차량 보험이 없으면 면허 시험을 볼 수가 없으니 애초에 면허를 딸 방법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차량 보험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운전 가능한 타인으로 잠깐 등록한 다음, 그 보험을 가지고 면허 시험을 본 것이었다. 다행히 일주일 정도 타인 등록하는 건 추가 비용이 없는 보험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미국에서 면허를 딸 사람은 주마다, 보험마다 다른 기준을 미리 잘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


차를 사고 며칠 지나 실기 시험을 보았다. 이번에는 초보스럽게 운전해서 간단히 합격. 나는 제대로 된 차량 보험으로 시험을 봤기에 아내와 달리 바로 정식 면허증을 발급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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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7 10:52

[미연시] 5. 집과 차 Life in campus2016.05.17 10:52

미국에 도착하여 친구 집에 며칠 묵으면서 집을 보러 다녔다. 사실 친구네 집과 같은 단지에 있는 집이 나와 있어서 그 집으로 가려 했는데, 하필이면 출국 직전에 나가 버려서 새로 집을 구해야 했다.


인터넷으로 보고 한국에서 미리 계약하고 가는 분들도 있던데, 사진으로 보는 집과 실제 집이 너무 다른 데다, 시골 동네이다 보니 집이 부족하거나 집세가 무지막지한 곳도 아니어서 직접 가서 보고 결정하자고 생각하였다. 물론 재워줄 친구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몇 군데 둘러보다 2층짜리 타운하우스가 나와 있어서 가 보니 내부공사중이었다. 앞서 보았던 단독 주택들에 비해 신기할 정도로 환하고 따뜻해서 식구들 모두 마음에 들어했다. 우리 아이들은 미국 드라마에서 보던 "계단 있는 이층집"이라며 좋아했다.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살던 한국 아이들에게야 신기하게 생긴 집일 수밖에. 게다가 이 집은 학군도 좋은 곳이었다. 집을 구할 때 학군을 따져볼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역시 이런 건 현지의 한국 사람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둘러 볼 때는 난방이 고장나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데도 1월말에 춥지 않은 집이었다. 아마 양쪽에 집이 붙어 있어서 열손실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이 동네는 집세가 그리 비싸지 않아서, 집주인에게 아예 12개월치를 한번에 줄 테니 깎아달라고 얘기했다. 미국이란 나라는 저금도 거의 안 하는 곳이라 그런지 이 정도 목돈은 평생에 한 번 만져볼까말까한 수준이라고 한다. 흔쾌히 깎아줘서 비교적 쉽게 집 문제가 해결되었다. 다만 내부 공사에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해서 며칠 호텔에 묵었다. 친구 집에 너무 오래 신세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큰 돈을 직접 주고 받는 일은 별로 없고, 보통 개인 수표를 이용한다는데, 우리는 아직 계좌도 개설하지 않은 상태라 들고 온 현금을 줘야 했다. 큰 돈을 직접 주고 받으면 마약상으로 오해 받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사용하는 방법이 머니 오더(money order)라고 한다. 현금을 들고 큰 마트 같은 곳에 가서 발급 받는 것으로, 은행 대신 마트가 발급하는 자기앞 수표 같은 걸로 생각하면 되겠다.


뉴욕 같은 대도시가 아닌 한, 미국은 자동차 없이는 이동이 전혀 불가능한 곳이다. 며칠 동안 주변 분들에게 신세를 지며 차를 얻어 타고 다녔는데, 호텔에 따로 나와 있으려니 차를 구하는 게 당장 급한 일이었다. 아무 차나 살 수도 없는 일이어서, 우선 렌트카를 계약했는데, 이 비용이 만만찮았다. 차값 자체는 얼마 안 되었는데, 보험이 문제였다. 


렌트카를 몰고 다니는 것 자체는 한국에서 미리 만들어간 국제 면허증을 쓸 수가 있었는데, 차량 보험이 없으니까 렌트카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험에 가입해야 했고, 이 비용이 상당했다. 일주일 정도 차를 빌렸는데, 백만원쯤 나왔으니까. 사실 집 수리를 맡은 업자가 일을 질질 끄는 바람에 호텔 생활 며칠 더 하고, 차도 며칠 더 빌려서 부담이 더 컸다.


입주 직후 인터넷 설치 신청을 했다. 요즘은 전화 대신 채팅으로 상담할 수 있어서 영어 부담을 좀 덜 수 있다. 이 집에는 케이블 티비는 기본 옵션으로 있어서 해당 업체에 TV+전화+인터넷 통합 상품을 신청했다. 전화는 필요없다고 했는데, TV+인터넷만 설치할 수는 없고, 전화는 안 쓰면 비용 청구 없다고 해서 이 상품으로 신청했다. 미국에서는 모든 일처리가 다 느린데, 놀랍게도(?) 신청한 지 이틀 만에 설치 기사가 왔다. 라우터도 빌려준다고 해서 모두 설치했다.


이 인터넷 상품은 30일 동안 350기가만 넘지 않게 쓰면 기본 요금이 청구되는 방식이다. 350기가면  보통 반도 쓰기 힘든 양인데, 한국 방송을 볼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매일 이용했더니 한계에 가깝게 썼다.


핸드폰도 새로 개통했다. 한국에서 쓰던 폰을 살려 쓰고 싶었으나, 이상하게도 내 아이폰4는 유심을 사서 끼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분명히 컨트리락 풀려 있다고 확인하고 들고 왔는데도. 일단 아내는 싼 안드로이드폰을 하나 샀고, 나는 며칠 동안 웹사이트 뒤져서 아이폰6 언락폰을 하나 샀다. 아내와 나 둘 다 요금은 straighttalk에서 제공하는 $45짜리 무제한 통화, 무제한 문자,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하였다. 매달 카드 사서 동전으로 PIN 번호 긁고 입력하는 불편이 있기는 하지만, 여행 다니거나 하려면 아무래도 데이터를 많이 쓰게 될 것 같아서 가장 적절한 방안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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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시] 2. 영어 실력 입증 자료  (0) 201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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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7 10:35

[미연시] 4. 출국 Life in campus2016.05.17 10:35

내가 가려던 대학이 미국 동부 시골에 있다 보니, 비행기 표부터가 큰 문제였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서 가는 거야 비행기가 많은데, 김해공항에서 출발해서는 가는 항공편은 아무래도 편수가 적었다. 다행히 구글에서 출발 공항과 도착 공항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항공편을 보여줘서 표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여행사에 물어보기도 했는데, 오히려 자기들은 그런 항공편이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검색 방법을 우리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항공편 요금이라는 게 워낙 천차만별인데, 우리는 다행히 J1 비자 대상자 할인 상품이 있어서 그걸로 항공권을 살 수 있었다. 1인당 100만원이 안 되니까 굉장히 싼 편이었다. 대신 귀국 항공편은 아직 개설되어 있지 않아서 편도로 구매하였다. 왕복이 조금 더 싸다지만, 이번 경우는 편도 자체가 워낙 싸서 그냥 이걸로 샀고, 귀국 일정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였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돌아갈 때는 짐 미리 부치고 서부에서 여행하다가 귀국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미리 귀국 표 안 사기를 잘 했다.


사실 항공권을 사고 나서 뒤늦게 걱정스러운 일이 있었다. 시카고(Chicago) 오헤어 공항에 도착하여 국내선으로 갈아 타야 하는데, 다음 항공편까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비행기가 연착하거나 하면 아주 골치 아픈 상황이 되는 것이었다. 입국 심사에, 짐 찾아 다시 부치는 것만으로도 정신 없을 텐데, 공항까지 무진장 큰 곳이었으니. 거기에 1월말에 눈폭풍이 올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진짜로 걱정이 되었다. 미국 입국 때 소지하고 있는 현금을 신고해야 한다고 해서 이것도 걱정이 되었다. 만약에 이것 때문에 몇 시간 붙들려 있기라도 하면 다음 항공편에 줄줄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다행히 도착하던 날 시카고에 눈폭풍이 오지도 않았고, 현금 신고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어서 바로 비행기를 갈아타러 갈 수 있었다.


출국 준비를 하면서 고민스러웠던 것 가운데 하나는 집 문제였다. 가재도구 방 하나에 몰아넣고 세 준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고작 1년이니 세를 주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집에 있는 책만 해도 방 하나에 다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비워두고 양가 어머니들께서 한번씩 둘러 보시도록 부탁 드렸다.


차도 문제였는데, 내 차와 아내 차 둘 다 연식은 좀 되었지만 많이 뛴 차가 아니어서 중고로 팔고 가기는 좀 억울했다. 당장 공항 갈 때도 짐 때문에 큰 차가 필요한 상황이라, 팔지 않고 1년 동안 그냥 두기로 했다. 차라는 물건이 사용하지 않고 오래 그냥 두면 못 쓰게 되는지라, 장모님께 일주일에 한번씩 몰고 다녀 주십사 부탁 드렸다. 그래서 장모님은 차 세 대를 굴리는  차 부자가 되셨다.


짐 싸는 것도 큰 문제였다. 일 년 동안 있으려니 식구들 사계절 옷을 다 싸들고 가야했다. 처음에는 진공팩을 사서 옷을 꽉꽉 쌓아 넣었는데, 이렇게 했더니 가방에 많이 넣을 수는 있는데, 대신 무게가 너무 나갔다. 수하물 추가 요금 안 물려고 다시 짐을 싸 보니, 결국 진공팩은 아무 필요가 없었다. 완충용으로 수건이랑 옷들을 틈새에 끼워 넣었더니, 나중에는 어느 가방에 무슨 짐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아무튼 이런 큰 가방에는 연락처 잘 붙여 놓아야 하고, 1/5, 2/5, ..., 5/5 식으로 번호표를 붙여 놓는 게 좋다. 나중에 공항에서 짐 찾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짐이 몇 개였는지도 헷갈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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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5 23:02

[미연시] 3. 대사관 인터뷰 Life in campus2016.03.05 23:02

영어 실력 입증 자료(English Proficiency Certificate)를 위한 시험을 마치고 나서 DS-2019 작성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각종 일처리가 무지무지하게 느리게 진행되는 곳이라 시간이 꽤 걸렸다. 연구년 선정이 7월. 미국 대학에 초청장 요청해서 관련 서류 오간 게 8월. 이때 EPC 때문에 연구년 대학을 다른 곳으로 바꾸나 고민하느라 몇 주 보내고, 필기 시험 준비로 영어 공부(...) 좀 하느라 또 몇 주. 그래서 필기 시험을 치른 것은 9월 셋째 주였다. 연구년을 2016년 2월에 시작할 계획이어서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가 한 달쯤 늦어져서 DS-2019 작성이 11월에야 시작되는 바람에 시간이 좀 빠듯해졌다. 그나마 친구가 직접 관련 사무실에 뛰어다니며 일처리 해 준 덕에 11월초에 가능했지, 그냥 뒀으면 11월 말에 있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때문에 아마 12월로 넘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제출 서류 가운데 의료 보험이 있어서 비자 업무 대행 업체에 이야기하여 보험에 가입하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어떤 대학에서는 특정 업체에만 의료 보험에 가입하도록 한다는데, 그 보험료가 1500만원쯤 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내가 가입한 곳은 방문 교수들을 오래 상대해 온 곳이이서 그냥 다 맡기면 알아서 해 주었다. 사실 미국에 도착한 다음에 보니, 보험 관련 서류에 문제 아닌 문제(?)가 있었다. 미국 대학 쪽 담당 직원 말로는 본인 부담금(deductible)이 $100 이하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서류 처리를 해 줄 수 없다면서 이 내역에 대해 서류를 받아 오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보험 업체가 공신력 있는 곳인지 입증하는 자료도 제출하라고 한다. 부랴부랴 한국 쪽 에이전시에 연락했더니 바로 서류 보내줘서 처리할 수 있었다. 사실 본인 부담금 없다는 내용이 있는 데도, 자기네 양식과 딱 맞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관련 서류들이 오고간 다음 절차는 미국 대사관 인터뷰이다. 11월초에 서둘러 서류 업무를 시작했는데도 DS-2019가 12월 중순쯤에 도착한다고 해서 조마조마했다. 대사관 인터뷰를 예약하면 평균 3주 후에 진행된다고 하니, 12월 중순에 도착하는 서류를 들고 접수하면 연말에 출국하는 사람이 많아 1월 중순 이후에야 인터뷰를 하게 된다. 그런데 출국 비행기를 1월 28일로 미리 사두었으니 큰일이었다. 돈 낼 테니 특급으로 보내달라고 해 볼까 했으나, 원래 그런 서류는 특급으로 보내준다고 해서 그럴 필요는 없었다.


다행히 비자 업무 대행 업체가 이럴 때는 도움이 되었다. 미리 인터뷰 접수를 해놓고 DS-2019 제출을 나중에 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래서 DS-2019가 도착한 그 주에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미국 대사관 인터뷰를 위해 작성해야 하는 DS-160 문서도 비자 업무 대행 업체에서 다 입력해 주어서 편하기는 했는데, 접수 완료하기 전에 열람해 보니 잘못 쓴 부분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다 고쳐야 했다. 그래도 처음부터 다 써 넣기에는 모르는 용어도 많고 해서, 잘못 쓴 부분이 있기는 해도 도움이 되기는 하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2015년 연말에 업무가 폭주해서 그랬다나.


대사관 인터뷰는 만 12세 이상만 하면 된다고 해서 애들은 두고 아내와 둘만 갈 생각이었으나, "서류 상 아이들"보다는 "눈 앞에 있는 아이들"이 비자 발급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애들을 다 데려갔다. 서울에서 보험 담당자 만나 보험 서류 사인하고 인터뷰 주의 사항 듣고 대사관으로 향했다. 인터뷰 떨어질까봐 걱정된다고 했더니, 예전에는 그런 일이 종종 있었지만 EPC 덕분에 요즘은 거의 안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EPC를 받았으면 영어에는 별 문제 없다고 믿어주는 듯. 연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 많았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다리면서 보니 비자 발급 거절당하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영어를 글로 배운(...) 나는 역시 듣는 게 약해서 잘 못 알아듣고 엉뚱한 소리도 하고 답도 제대로 못하는 사고를 좀 쳤지만 다행히 통과. 탈락하면 여권 바로 돌려주고 통과하면 여권을 가져가니까 탈락 여부는 그 자리에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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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발급과 관련하여 각종 업무를 대행해 주는 업체들이 있다. 추가 비용도 거의 없는데,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봉사심이 넘쳐서 그런 것은 아니고, 대신 의료 보험에 가입을 해 주어야 한다. 이 업체에 물어 보니 영어 실력 입증 자료 때문에 시험을 보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화상 인터뷰 정도지 필기까지 보는 곳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냥 시골 학교이다 보니 규정대로 하는 듯. 참고로, 비자 발급 업무 대행 업체에서는 화상 인터뷰를 위한 연습도 시켜준다고 한다. 연구계획서를 토대로 원어민이 1대1로 지도하는 것. 물론 비용이 좀 든다. 나는 돈도 없고 서울까지 왔다갔다 하기 번거로워 인터뷰 지도는 받지 않았다.


토플 같은 시험은 내가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니 그냥 학교 자체 시험 보겠다고 했다. 시험 내용은 온라인으로 90분 동안 에세이 네 편. 한 편에 20분 남짓이니 구상부터 타이핑까지 생각하면 꽤 빡빡하다. 필기 시험이 끝나고 곧 인터뷰 일정을 잡는다는데, 나는 어찌된 일이지 3주 동안 연락이 없었다. 메일로 물어 봐도 기다리라고만 하고.


3주만에 연락이 왔다. 무슨 사이트 주소를 하나 알려주며 거기서 인터뷰를 하라고 한다. 보아하니 14시간 시차가 나는 한국과 인터뷰 일정을 잡기가 어려워서 온라인으로 동영상을 올리게 하는 인터뷰 전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어서 그 처리에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 아마 앞으로 이런 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대학이 많아질 듯하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온라인 인터뷰 사이트에는 질문이 미리 나와 있어서 그걸 보고 답변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직접 화상으로 보면서 질문을 듣고 답하는 것이었으면 아무래도 듣기와 말하기가 부담스러웠을 텐데, 다행히 질문이 미리 나와 있으니 답변도 미리 작성해서 여러 번 읽고 연습할 수 있었다. 인터뷰 사이트에 등록하고 마이크 조정, 카메라 위치 조정 등등을 한 다음 인터뷰를 시작하면, 화면에 웬 여자분이 나와서 "Describe your research."라고 말하고 화면에 3, 2, 1이 나온 다음 내가 말하는 장면이 녹화된다. 나는 그냥 모니터 뒤에 대본 세워 놓고 읽었다. 나중에 녹화된 영상을 보니 대본 보느라 시선 처리가 엉망이었는데, 별 문제 되지 않은 것 같다. 답변 시간은 질문 당 2분 정도였다. 질문은 총 다섯 개였고, 비슷비슷한 질문에 다른 내용으로 2분씩 답변을 채우려니 대본 길게 쓰는 게 제일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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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부터 1년 동안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내게 되었다. 보통 대학의 연구년은 6년을 근무하고 7년째 되는 해에 1년 동안 주는 유급 휴가라 할 수 있다. 요즘은 3년 근무하고 6개월짜리 연구년을 보내주는 곳도 있다. 나는 올해가 8년로, 원래는 작년에 연구년을 갈 수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 해 늦게 신청하여 2016년에 연구년을 나가게 되었다. 사실, 설마 연구년 보낼줄까 싶었는데 덜컥 되고 나니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요즘 어떤 대학에서는 취업 실적 없으면 연구년 신청조차 못한다고 하니, 기회 왔을 때 가야겠다 싶어 부랴부랴 준비하였다. 이 과정에서 너무나 우여곡절이 많아 미국에 연구년을 가려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간단히 몇 가지 기록을 남겨 두려 한다.


연구년을 가려면 먼저 어느 대학으로 갈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연구년을 신청할 때 연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여기에 어느 대학에서 어떤 연구를 할 것인지 적어야 한다. "연구계획서"에서 알 수 있듯이, 옛날에는 쉬다 오라고 "안식년"이었지만, 요즘은 연구하고 와서 결과 제출하라고 "연구년"이다.


가장 좋기로야 전공 분야 대가를 찾아가 한 수 배우고 오는 것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일단 좀 쉬고 싶었다. 우리 학교는 영재원 수업과 교육대학원 수업 때문에 학기 중에는 토요일에도 거의 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가를 찾아가는 것보다는 그냥 나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마무리 못하고 있는 논문도 끝내 보고. 게다가, 미국에 학회로 며칠 가보기는 했지만 장기간 머무려면 처리할 일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도와줄 사람이 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별로 유명하지 않은 시골 학교지만, 학부 때 동기가 교수로 있는 East Carolina Uiversity에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가 한국에 왔을 때 연구년 가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허락해 줘서 이 학교로 가기로 하였다. 내 짧은 영어로 미국 교수와 토론하는 것보다는 이 친구와 모국어로 토론하는 게 훨씬 생산적일 것 같기도 하였고.


미국에 돌아간 친구가 학과에 얘기하니 학과장도 OK. 다만 그쪽 학교에서 재정 지원은 해 줄 수 없다고 한다. 그거야 애초에 기대 않던 일이니 문제도 아니다. 이렇게 해서 2014년에 연구년을 신청하여 2015년에 갈 수 있기를 기대하였지만 신청 불발. 어차피 요즘 7년차 교수를 연구년 보내주는 대학이 많지 않다. 그래서 친구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2015년에 다시 신청해 보겠다고 했고, 친구는 언제든지 연구년 결정되면 연락 달라고 한다. 이래서 친구에게 부탁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2015년 7월에 연구년에 선정되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험난한 과정이었다. 연구년을 가려면 미국 쪽 대학에서 초청장을 받고 DS-2019라는 문서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걸 가지고 미국 대사관 인터뷰를 거쳐 J1 비자를 받는다. 동반 가족은 J2 비자를 받고. 그런데 2015년 1월 5일부터 미국 연방 규정이 바뀌어서, J1 비자를 받기 위해 DS-2019를 발급 받으려면 영어 실력 입증 자료(English Proficeiency Certificate)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시험을 봐야 하는지 보니, TOEFL IBT, IELTS, SAT Critical Reading, ACT 가운데 하나를 보거나 자기네 학교에서 출제하는 Placement test를 치러야 한단다. 그러고 나서 화상 인터뷰까지.


가뜩이나 짧은 영어 실력에 이런 시험까지 쳐야 한다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이 소식을 다른 교수들에게 전하니 아주 난리가 났다. 아마도 영어 실력이 안 되면서 유학 오는 학생들을 걸러내려는 의도 같은데, 방문교수까지 같은 규정으로 처리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 몇 년 지나면 방문교수는 예외로 처리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곤란한 상황이 되었는데, 알고 보니 많은 대학에서는 초청하는 교수가 사인 하나 해주는 걸로 EPC를 대체하고 있었다. 특히 큰 대학의 경우, 오가는 방문교수가 많다 보니 일일이 시험을 치르기 번거로워서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가 가려는 대학은 유명하지 않은 시골 학교여서인지 무조건 시험을 보라고 한다. 


고민하다가 다른 대학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구년을 갈 수 있을지 물어보았으나, EPC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들 한다. 1월 5일에 발효된 규정이니 모르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고민 끝에 그냥 원래대로 ECU에 가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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