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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0 13:06

파이 데이와 엉터리 기사들 Math2018.03.10 13:06

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 3월 14일은 화이트 데이. 그러나 요즘은 3월 14일에 새로운 이름이 하나 더 붙었다. 파이 데이(Pi Day).

원주율 \(\pi\)의 근삿값이 3.14라는 데서 착안하여 3월 14일을 원주율의 날, 파이 데이로 정하고 이날 원주율과 관련된 각종 행사가 진행된다. 원주율 자리수 외우기, 원주율 실제로 구해보기, 원주율에서 생일 찾기 등등도 흥미롭고, 파이와 발음이 같다는 데서 착안한 둥근 파이(pie) 먹기도 재미있다.


이런 파이 데이는 언제 처음 시작되었을까? 기록에 따르면 1988년에 샌프란시스코 과학체험관(San Francisco Exploratorium)의 물리학자 래리 쇼(Larry Shaw)가 사람들과 함께 원형 광장 둘레로 행진을 하고 파이를 나눠 먹은 것이 공식적인 첫 파이 데이 행사였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 과학체험관은 그 이름부터 explorer(탐험가)와 auditorium(강연장)을 합성한 것이어서 이런 행사를 진행하기에 적절한 곳이었다. 3월 14일이 원주율의 근삿값과 같다는 생각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파이 데이라는 공식적인 행사가시작된 것은 과학체험관이라는 적절한 장소에 래리 쇼라는 적절한 인물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하겠다.



파이 데이 행렬을 이끌고 있는 래리 쇼
출처: http://www.pi314.net/eng/piday.php


일회성에 그칠 수 있었던 이 행사는 매년 3월 14일에 진행되면서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곧 전세계에서 파이 데이를 기념하기 시작하였다. 2009년에는 미국 하원에서 3월 14일을 국가 공식 기념일로 결의하기도 하였다.


수학을 무서워하는 일반인들도 원주율 정도는 익숙한 개념이니, 파이 데이 행사는 수학에 친숙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였다. 전문 수학자로서도 흥미를 가지고 볼 만한 이벤트여서, 세계 곳곳의 수학과를 통해 파이 데이 행사가 널리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 포항공대 수학동아리 마르쿠스에서 진행한 파이 데이 행사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의 파이 데이 행사는 아마 광신고 김흥규 선생님이 처음 시도하신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언론에서 보도하는 기사마다 “원주율을 최초로 계산한 수학자”라면서 피에르 자르투(Pierre Jartoux, 1669-1720)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수학자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원주율을 소수점 아래 두 자리까지 구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이니 프랑스 수학자 자르투가 원주율을 최초로 계산했다는 말은 당연히 엉터리다. 도대체 자르투라는 수학자는 어떤 사람이기에 원주율을 최초로 계산했다는 오해가 생긴 걸까?


기사에는 자르투가 18세기 초에 활동한 수학자이자 선교사로 나오는데, 정확히는 청나라에 파견되었던 예수회(Jesuit) 수도사였다. 그 무렵 로마 교황청에서는 중국 청나라에 선교를 위하여 많은 사제와 수도사를 파견하고 있었다. 자르투보다 100년 정도 앞서 중국에 유럽의 문물을 전하고 유클리드의 원론을 소개했던 유명한 마테오 리치(Matteo Ricci)가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자르투는 미적분을 이용한 무한급수 몇 가지를 청나라 수학자들에게 알려주었고, 이것이 큰 관심을 끌게 된다. 특히 원주율을 구하는 무한급수

\[\pi = 3 \left( 1 + \frac{1}{4 \cdot 3!} + \frac{3^2}{4^2 \cdot 5!} + \frac{3^2 \cdot 5^2}{4^3 \cdot 7!} + \cdots \right)\]

는 청나라 수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때까지 중국에서 원주율을 계산한 방법은 3세기경 유휘(劉徽)가 개발한, 내접 다각형과 외접 다각형의 둘레의 길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아르키메데스의 방법과 거의 같다.


중국은 유럽에 비해 매우 효율적인 수체계를 갖고 있었고 사실상 소수 표기도 사용하고 있었기에, 조충지(祖沖之, 429-500)는 유휘의 방법을 발전시켜 3.1415926이라는 어마어마한 근삿값을 계산해낼 수 있었다.



중국 정부에서 발행한 조충지 우표

유럽에서는 16세기에 겨우 이 정도 값을 계산할 수 있었기에 적어도 계산이라는 관점에서는 중국의 수학이 1000년 넘게 앞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휘의 방법은 제곱근 계산을 많이 해야 해서 계산이 복잡하고 수렴 속도도 너무 느렸다. 이런 상황에서 사칙연산만으로 원주율을 구할 수 있는 공식이라는 것은 충격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아마도 자르투는 이런 공식들을 알려주기는 하였으나, 공식을 얻는 방법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청나라 수학자 명안도(明安圖, 1692?~1763?)는 자르투가 전해준 공식을 토대로 독자적인 연구 끝에 새로운 무한급수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자르투는 청나라 황제 강희제의 명에 따라 중국 여러 곳을 측량하고 지도를 만드는 일에 종사했는데, 이후로 원주율과 관련된 기록은 전혀 전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가 원주율과 관련된 일은 청나라 수학자들에게 원주율을 구하는 무한급수를 소개한 정도가 다인 것 같다. 어쩌면 청나라 수학자들 앞에서 원주율을 구하는 계산 시범 정도는 보였을 수도 있겠다. 서양의 수학 지식을 전하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자르투가 원주율과 관련하여 특별한 학문적인 공헌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원주율의 소수점 아래 두 자리에 해당하는 근삿값으로 을 처음으로 구한 사람이 기원전 인물인 아르키메데스이니 자르투가 원주율을 최초로 구한 수학자는 절대 아니다.


유럽에서 16세기에 소수 개념이 발견되었고, 17세기 초에 지금과 같은 소수 표기가 개발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18세기 초에 활동한 인물인 자르투가 3.14라는 근삿값을 처음 썼을 리도 없다. 게다가 중국에는 1200년 전에 조충지가 구한 근삿값 3.1415926이 알려져 있었고 유럽에서도 자르투가 태어나기도 전에 소수점 아래 38자리까지 구한 결과가 이미 있었으니 3.14 정도의 근삿값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원주율을 문자 \(\pi\)로 처음 나타낸 사람은 1706년 윌리엄 존스(William Jones, 1675~1749)였고,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가 널리 퍼뜨렸으니 원주율을 나타내는 문자 \(\pi\)가 자르투와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나라에서는 어쩌다 파이 데이 때마다 “원주율을 최초로 계산한 자르투”라는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기사가 난무하게 되었을까?


아마 사건의 발단은 2004년 어느 신문에 실린 서평인 것 같다. 데이비드 블래트너의 책 《파이의 즐거움》을 소개하면서 파이 데이를 “프랑스의 수학자 자르투가 원주율 값인 3.14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이 날”이라고 표현한 것이 문제였다. 이 문구대로라면 파이 데이를 만든 사람이 자르투라는 말인데, 18세기 초의 자르투가 만든 파이 데이가 지금까지 전해져 온다는 건 이상하다. 분명히 20세기 중반까지도 파이 데이와 같은 행사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가 없으니까. 게다가 유럽 본토를 떠나 머나먼 중국 땅에 머물렀던 사람이 파이 데이를 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자르투는 1701년부터 죽을 때까지 중국에 머물렀다.)


사실 저 책에 자르투가 파이 데이를 정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고, Jartoux를 “자토”로 옮기기까지 했으니, 신문의 서평은 책 내용과도 맞지 않다. 어쩌다 자르투가 파이 데이를 제정했다는 말이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파이 데이를 시작한 사람이 누군인지 잘못 안 건 그래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영문 위키백과사전에 Pi Day 항목이 생긴 게 2004년 7월이고, 2007년 3월이 되어서야 래리 쇼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니, 파이 데이를 시작한 사람으로 엉뚱한 인물을 드는 것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인지 제대로 조사를 안 해 본 것은 문제인데, 자르투라는 인물이 수학자로서는 거의 무명이라 조사하기 어려웠을 수는 있겠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라 할 수 있다. “자르투가 3.14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이 날”이라는 표현을 이상하게 오해하여, “자르투가 3.14를 제정한 것을 기리는 날”로 오해한 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기원전에 3.14에 해당하는 값을 계산했는데, 어떻게 18세기의 자르투가 원주율을 처음 계산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


이런 잘못된 기사가 몇 번 등장하자, 그 다음에는 거의 모든 언론이 똑같은 오류를 매년 반복하기 시작하였다. 18세기 수학자가 원주율을 최초로 계산했다는 구절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은 채.


그 와중에 일부 네티즌이 사실을 확인해 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두산백과사전의 일부 항목에 자르투가 원주율을 처음으로 계산했다는 내용을 써 넣어서 사태가 더 복잡해졌다.


기자들은 백과사전에 실린 글을 보고 파이 데이 때마다 확신을 가지고 자르투에 대한 내용을 쓰기 시작했고, 이제는 “파이 데이를 만든 자르투”라는 기사조차 찾아볼 수가 없고 모두 “원주율을 처음으로 계산한 자르투”에 대한 기사만 넘쳐난다. 잘못된 정보들이 서로를 입증해 주면서 점점 더 늘어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 불리지만, 한편으로는 정보의 쓰레기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좋은 정보도 많지만 그만큼 잘못된 정보도 많다는 뜻이다. 인터넷에 한번 퍼져나가기 시작한 잘못된 정보는 정정하기가 쉽지 않다. 누가 무언가를 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에 비해 누가 무엇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훨씬 어려우니까. 게다가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고 해서 그 정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자르투가 원주율을 최초로 계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제대로 알려져서 잘못된 기사가 한참 동안 나오지 않다가, 진상을 모르는 신참 기자 하나가 옛날 기사를 참조하여 또다시 이런 기사를 쓸 지도 모르는 일이다. “파이 데이는 원주율을 최초로 계산한 자르투를 기념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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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6 22:47

페르마는 언제 태어났을까? Math2018.02.26 22:47

최근에 페르마의 출생 연도가 새롭게 알려져서, Mathematics Association of America에 소개된 프리드리히 카처(Friedrich Katscher)의 기사 When Was Pierre de Fermat Born?의 내용을 정리하였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유명한 피에르 드 페르마(Pierre de Fermat)는 아마추어 수학자였지만 17세기를 대표하는 수학자라 하기에 손색이 없는 인물이었다. 지금까지 페르마의 생몰연도는 1601년 8월 17일에 태어나 1665년 1월 12일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최근 독일 카셀 대학(University of Kassel)의 클라우스 바르너(Klaus Barner) 교수가 페르마가 실제로는 1607년 10월 31일과 12월 6일 사이에 태어났음을 밝혀내었다.


페르마가 1601년에 태어났다는 근거는 그의 고향인 보몽(Beaumont)에 남아 있던 세례 기록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여기에 1601년 8월 20일에 도미니크 페르마(Dominique Fermat)의 아들이 Piere Fermat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기록이 있었다. 철자는 약간 다르지만, 이 기록의 피에르가 바로 우리가 아는 그 피에르 드 페르마로 생각되어 왔다.


그런데 바르너 교수가 고문서들을 조사한 결과, Piere의 어머니는 프랑수아즈 카즈노브(Françoise Cazenove)이며, 어머니, 아들, 딸이 1603년 이후에 사망한 것을 알아내었다. 그러니까 1601년에 태어난 피에르 페르마는 우리가 아는 페르마의 배다른 형이었다.


도미니크 페르마는 1603년과 1607년 사이 어느 해인가에 클레르 들롱(Claire de Long)과 재혼을 했으며, 우리가 아는 피에르 드 페르마는 이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1607년과 1611년 사이의 세례 기록이 완전히 사라져서 정확한 출생 일자를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페르마의 출생 연도는 바르너 교수가 페르마의 묘비석을 발견하면서 확정할 수 있었다. 이 묘비석은 페르마의 큰 아들인 사뮈엘(Samuel de Fermat)이 아버지의 묘지에 세운 것으로, 그 동안 툴루즈(Toulouse) 박물관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묘비석 마지막에 새겨진 문구인


OB.[iit] XII. IAN[uarii] .M.DC.LXV. AET[ate] .AN.[norum] .LVII.


는 "1665년 1월 12일 57세로 사망"이라는 뜻이어서, 역산해 보면 페르마는 1607년 1월 13일과 1608년 1월 12일 사이에 태어났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추가적인 조사로 바르너 교수는 페르마의 생일이 1607년 10월 31일과 12월 6일 사이임을 알아내었다.

참고문헌과 페르마의 묘비석 사진은 MAA의 해당 기사를 참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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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7 21:15

8일간의 선형대수학 정오표 Math2017.12.07 21:15

8일간의 선형대수학 책에 오류가 몇 개 있어서 목록을 작성해 둔다.


p.31


연습문제 3.3

\(\color{red}{U} \cap W\)는 벡터공간임을 보여라.


p.47


그림 4.2




p.74


이 된다. 그런데 \( a_i \ne 0 \)이라고 하였으므로 \( \lambda_i = \lambda_{\color{red}{\ell+1}} \)이 되어 모순이다.


p.92


오늘로부터 10일의 날씨가


p.125


이 된다. 벡터 \( \mathbf{v}_3 \)의 놈을 계산하면

\[\| \mathbf{v}_3 \|^2 = \left\langle x^2 - \dfrac13,x^2 - \dfrac13 \right\rangle = \int_{-1}^1 \left( x^2 - \frac13 \right)^2 dx = \color{red}{\dfrac{8}{45}} \]

이므로 세 번째 벡터를 \( \mathbf{v}_3 = \frac{\color{red}{3\sqrt{5}}}{2\sqrt{2}}\left( x^2 - \frac13 \right) \)로 고치면 정규벡터가 된다.


p.127


(2) \( X = \begin{bmatrix} x_{ij} \end{bmatrix}\), \( Y = \begin{bmatrix} y_{ij} \end{bmatrix}\)라 하면, \( \color{red}{XY} \)의 대각성분이

\begin{align*} &x_{11}y_{11}+x_{12}y_{21}+\dotsb+x_{1n}y_{n1}, \\ &x_{21}y_{12}+x_{22}y_{22}+\dotsb+x_{2n}y_{n2}, \\ &\dotsc, \\ &x_{n1}y_{1n}+x_{n2}y_{2n}+\dotsb+x_{nn}y_{nn} \end{align*} 이고, \(YX\)의 대각성분이 \[\color{red}{ \begin{align*} &x_{11}y_{11}+x_{21}y_{12}+\dotsb+x_{n1}y_{1n}, \\ &x_{12}y_{21}+x_{22}y_{22}+\dotsb+x_{n2}y_{2n}, \\ &\dotsc, \\ &x_{1n}y_{n1}+x_{2n}y_{n2}+\dotsb+x_{nn}y_{nn} \end{align*} } \] 이므로 \(\operatorname{tr}(XY) = \operatorname{tr}(YX)\)가 성립한다. 그러면


p.129


를 계산하면 \[ \begin{bmatrix} 59 & -1 \\ -1 & 5 \end{bmatrix} \begin{bmatrix} a \\ b \end{bmatrix} = \begin{bmatrix} \color{red}{36} \\ 5 \end{bmatrix} \] 이고 방정식을 풀면 \(a = \color{red}{\frac{185}{294}}\), \( b = \color{red}{\frac{331}{29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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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4 16:32

세 명의 Jordan Math2017.09.24 16:32

고등과학원 동문 워크숍에서 경희대 ㅂㅈㄷ 교수가 고등과학원 시절 농구 동아리를 만들고 동아리 이름을 "조던 앨지브라(Jordan algebra)"라고 지었다는 얘기를 했다. 사실 저 이름은 독일 물리학자 "파스쿠알 요르단"에서 온 거지만, 영어식으로 읽으면 농구 동아리 이름에 어울리기는 한다. ^^ 

수학 분야에 Jordan이라는 이름이 세 명 등장하는데, 첫 번째는 가우스-요르단 소거법(Gauss-Jordan elimination method)에 등장하는 독일 수학자 빌헬름 요르단(Wilhelm Jordan), 두 번째는 군 이론에 크게 공헌한 프랑스 수학자 카미유 조르당(Camille Jordan), 그리고 세 번째가 요르단 대수의 주인공이며 양자역학을 정립하는 데 공헌한 파스쿠알 요르단(Pascual Jordan)이다.

마지막 파스쿠알 요르단의 요르단 대수(Jordan algebra)는 양자역학이나 그와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지 않는 이상 별로 들어볼 일이 없지만, 앞의 두 Jordan은 선형대수학 교재에 꼭 나오기 때문에 이공계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그런데 두 Jordan의 철자가 같다 보니, 수많은 선형대수학 교재에서 두 사람을 헷갈리게 쓰고 있다. 그래서 많은 교재에서 가우스 소거법을 변형한 가우스-요르단 소거법을 "가우스-조르당 소거법"이라고 잘못 쓴 경우가 많다. 사실 지명도 면에서는 두 번째 Jordan인 카미유 조르당이 수학 분야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명한 데다, 행렬을 블록으로 대각화한 조르당 표준형(Jordan normal form)을 발견한 사람이 카미유 조르당이다 보니 으레 선형대수학에 나오는 Jordan을 조르당으로 착각하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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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3 19:26

2017년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Math2017.07.23 19:26

2017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Math Olympiad) 최종 결과.


우리나라가 전원 금메달 170점으로 1등을 차지했다. 수없이 1등 하던 중국이 격차가 좀 큰 2등. 대한민국-중국-베트남-미국-이란-일본-싱가포르-태국-대만-영국-러시아 순서. 2016년과 비교하면 일본, 베트남, 태국, 이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번 우리나라 팀은 남학생 5명, 여학생 1명. 2006년 이후 처음 여학생이 참가했다.


개인 성적을 보면, 여섯 문제 가운데 다섯 문제에서 7점 만점 받은 이란, 일본, 베트남 학생들이 35점으로 1위. 세 학생 모두 3번 문제는 0점을 받았다. 거의 모든 학생이 0점을 받을 정도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였다.


우리나라 김다인 학생은 29점으로 여학생 1위. 우리나라 남학생 둘과 함께 팀내 공동 1위이고, 참가 학생 전체에서는 공동 7위.


2017년 IMO 최종 결과 - IMO 공식 사이트

시험 문제 2017_kor.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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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22:14

Raymond Smullyan 교수 별세 Math2017.02.15 22:14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인가?"라는 재미있는 논리 퍼즐 책으로 유명한 레이먼드 스멀리언(Raymond Smullyan) 교수가 2월 6일 돌아가셨다고 한다. 향년 97세.


그는 마술사이자 피아니스트이며, 탁월한 논리학자였다. 박사 학위 지도교수는 무려 알론조 처치(Alonzo Church). 그러니까 스멀리언은 앨런 튜링(Alan Turing)과 사형제간이 된다.


평소 "죽음은 두려워할 필요 없다. 어차피 살아 생전에는 오지 않을 일이므로."라고 할 정도로 유쾌한 분이어서 그런지 100년 가까이 장수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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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8 19:08

윤옥경 교수님 별세 Math2017.02.08 19:08

2016년 7월 7일 서울대 수학과 명예교수였던 윤옥경 교수님께서 돌아가셨다. 연구년으로 외국에 나가 있느라 귀국하고서야 뒤늦게 부고를 접했다. 향년 87세.


Calculo ergo sum(나는 계산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을 들을 만큼 계산이 빠르고 정확해서 전설적인 일화도 무척이나 많은 분이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수학의 정석 머리말에 나오는 이름으로 더 잘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빌며, 서울대 수학과 뉴스레터에 실린 추모글을 첨부한다. Tistory의 버그로 파일 이름 앞에 공백이 하나 들어가 있다.


윤옥경_교수님을_추모하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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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1 10:48

2017년 수학 달력 Math2016.10.21 10:48

10월 20일부터 10월 23일까지 서울대에서 개최되는 대한수학회 창립 7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판매 중인 수학 달력입니다.


구매는 대한수학회(02-565-0361)에 문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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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3 09:02

한 면 안정 다면체와 거북이 Math2016.10.03 09:02

지난 9월 30일은 수학자 리처드 가이(Richard Guy)의 100번째 생일이었다.


수학도들에게는 아마 그의 책 Unsolved Problems in Number TheoryUnsolved Problems in Geometry로 익숙한 이름일 것 같다.


100년의 인생 동안 Guy는 수많은 수학적 업적을 이루었는데,  특히 유희수학(recreational mathematics) 분야에서 많은 공헌을 하여, 그 가운데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재미있는 것들도 아주 많다. 예를 들어, 콘웨이(J. H. Conway)의 유명한 생명 게임(Game of Life)에서 무한히 반복되면서 이동하는 패턴인 글라이더(glider)를 처음 발견한 것도 Guy였다.



그가 발견한 것 가운데 unistable polyhedron(=monostable polyhedron)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다. "한 면 안정 다면체"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unistable polyhedron은 Conway와 Guy가 출제한 문제[각주:1]에서 비롯되었다. 이 문제는 다음 두 가지를 물었다.

  1. 임의의 균질한 사면체는 적어도 두 면 가운데 한 면을 바닥으로 하여 놓으면 안정됨을 보이시오.
  2. 바닥에 놓았을 때 안정되는 면이 꼭 하나인 균질 볼록 다면체의 예를 드시오.

여기서 다면체가 안정되게 놓인다는 것은 다면체를 놓아두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그대로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다면체의 무게중심이 바닥면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1969년에 같은 저널에 실린 풀이[각주:2]에서 Guy는 19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다면체를 제시하였다. 단면이 17각형인 각기둥 모양의 양쪽을 비스듬히 잘라낸 모양이었다. 이 19면체를 바닥에 어떻게 놓아도 가장 긴 면이 아래로 가게 구른 다음 안정된다. (관련 동영상 참고)


한 면 안정 19면체


이 다면체를 앞, 옆, 위에서 본 그림은 다음과 같다. 여력이 되는 사람은 3D 프린터로 하나쯤 만들어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앞, 옆, 위에서 본 한 면 안정 19면체



Guy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일반적인 unistable polyhedron을 구성하였다.

  1. 한 내각이 \(180/m\)인 닮은 직각삼각형을 그림과 같이 반복하여 붙여서 \((2m-1)\)각형을 만든다.
  2. 이 다각형을 단면으로 하는 각기둥을 만든 다음 양쪽을 비스듬히 잘라낸다.

Richard Guy의 unistable polyhedron 도면


Guy의 구성 방법으로는 \(m \ge 8\)인 경우, 즉 단면이 17각형 이상인 경우에 가장 긴 면을 바닥으로 하여 놓으면 다면체의 무게중심이 바닥면을 벗어나지 않는다. 구성 방법을 조금 바꾸면 면의 개수를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전혀 진전이 없다가, 2012년에 Andras Bezdek이 18면 다면체를 구성하였고, 2014년에 Alex Reshetov가 구성한 14면 다면체[각주:3]가 현재 최고 기록이다.


흥미롭게도 자연에서 unistable polyhedron과 비슷한 모양을 발견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의 거북은 인도 별 거북(Indian star tortoise)으로, 이 거북은 등딱지가 unistable polyhedron과 비슷하게 생겨서, 뒤집어지더라도 쉽게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조물주는 분명히 수학자라는 생각이 든다.



인도 별 거북 (출처: fr.wikipedia.org, Colin M.L. Burnett 제공)



  1. Conway, Guy, Problem 66-12, Stability of Polyhedra, SIAM Review, Vol. 8, No. 3, July, 1966, 381. [본문으로]
  2. Conway, Guy, Problem 66-12, SIAM Review Vol. 11 (1969), 78-82. [본문으로]
  3. A. Reshetov, A unistable polyhedron with 14 faces. Int. J. Comput. Geom. Appl. 24 (2014), 39-6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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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22:14

레카만 수열의 기묘한 성질 Math2016.09.09 22:14

수학의 세계에는 별별 희한한 수열들이 많다. 피보나치 수열이나 메르센 수처럼 이름 붙은 유명한 수열도 있지만, 해괴한 규칙에 따라 만들어지는 수열도 있고, 뭔가 다른 계산을 하다가 나왔는데 아직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수열도 있다. 이런 수열들 가운데 비교적 수학적 의미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들을 모아놓은 웹사이트가 있다. 수학자 슬론(Neil James Alexander Sloane)이 만든 On-Line Encyclopedia of Integer Sequences, 줄여서 OEIS가 그것으로, 처음에는 슬론이 종이에 적어 가며 수집한 목록 정도였지만, 지금은 독립된 도메인으로, 내용도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항목 수만 25만 개가 넘는다. 현재는 OEIS Foundation에서 관리하고 있다.


슬론은 OEIS에 있는 수열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레카만 수열(Recamán sequence)을 들고 있다. OEIS 분류 번호 A005132인 이 수열은 콜롬비아의 수학자 베르나르도 레카만 산토스(Bernardo Recamán Santos)가 제안한 것으로, 규칙이 좀 희한하다. 먼저 \(a_0=0\)으로 둔다. 그 다음부터는 \(a_n = a_{n-1}-n\)으로 계산하되, 만약 이 값이 양수가 아니거나, 양수이더라도 이전 항에 이미 나온 수라면 \(a_n = a_{n-1}+n\)으로 바꾸어 계산한다.


몇 개 항을 계산해 보면, \(n=1\)일 때, \(a_0-1 = -1\)은 양수가 아니므로, \(a_1 = a_0+1 = 1\)이 된다. 이어서, \(n=2\)일 때, \(a_1-2=-1\)이므로 \(a_2 = a_1+2=3\)이 된다. 같은 식으로, \(a_3 = a_2+3=6\)이다. \(n=4\)일 때, \(a_3-4=2\)인데, 이전 단계에서 \(2\)가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a_4 = 2\)가 된다. 그 다음 항은 \(n\)을 더하여 \(a_5=a_4+5=7\), \(a_6=a_5+6=13\), \(a_7=a_6+7=20\)이고, 여덟 번째 항은 \(n=8\)을 빼서 \(a_8=a_7-8=12\)가 된다. 이런 식으로 70항까지 계산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0,1,3,6,2,7,13,20,12,21,
11,22,10,23,9,24,8,25,43,62,
42,63,41,18,42,17,43,16,44,15,
45,14,46,79,113,78,114,77,39,78,
38,79,37,80,36,81,35,82,34,83,
33,84,32,85,31,86,30,87,29,88,
28,89,27,90,26,91,157,224,156,225,
155

Recamán 수열500항까지 구한 Recamán 수열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이라면, 이 수열의 항이 모두 다를지 그렇지 않으면 같은 값이 나올 수 있을지일 것 같다. \(a_{n-1}-n\)이 이전 항에 나타나면 \(a_{n-1}+n\)을 계산하지만, \(a_{n-1}+n\)이 이전 항에 나타나는 경우에 대해서는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간단히 답할 수 있다. 위에서 구한 항을 보면, \(a_{20}=a_{24}=42\)이므로 Recamán 수열에는 같은 값이 나올 수 있다. \(a_{18}=a_{26}=43\)도 위 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수열에 중복되는 값이 나올 수는 있는 것은 쉽게 알 수 있겠는데, 이 수열이 모든 자연수를 만들어 낼 수는 있을까? 이 수열의 \(n\)번째 항은 앞 항과 \(n\) 차이가 나니까 그럴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열이 커졌다가 작아졌다가를 반복하는 형태여서 모든 자연수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인다. 어느 쪽이 참일까?


2001년에 AT&T의 앨런 윌크스(Allan Wilks)는 \(10^{15}\)번째 항까지 계산한 결과에 나타나지 않은 가장 작은 자연수가 \(852655 = 5 \times 31 \times 5501\)임을 발표하였다. 2010년에는 인텔의 컴퓨터 공학자인 벤자민 채핀(Benjamin Chaffin)이 \(10^{230}\)번째 항까지 계산해서, 여전히 \(852655\)가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과연 이 수는 Recamán 수열에 절대 나타나지 않는 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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