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들은 대체로 커피를 많이 마시는 편이다. 뇌를 각성 상태로 만들려다 보니 빚어지는 일이지만, 가끔은 수학자들의 혈관에는 커피가 흐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마도 열심히 공부하고 문제 풀고 논문 쓰는 동안, 밥은 한 두 끼 굶을 수 있어도 커피는 못 참지 않을까 싶다. 오죽하면
A mathematician is a machine for turning coffee into theorems.
같은 말이 다 있을까. 이 명언을 처음 한 사람은 Alfréd Rényi라고 하는데 보통은 Paul Erdős의 말로 잘 알려져 있다. Rényi가 Erdős에 대해 한 말이라는 설도 있는 걸 보면, Erdős 자신도 이 말에 무척이나 공감했을 것 같다.
예전에 이 명언을 복면산(alphametic) 퍼즐로 바꾼 적이 있다.
COFFEE + COFFEE + COFFEE = THEOREM
복면산 문제가 늘 그렇듯, 같은 알파벳은 같은 숫자를 나타내고 서로 다른 알파벳은 서로 다른 숫자를 나타내며, 첫번째 문자(여기서는 C와 T)는 0이 아니다.
이번 총선으로 한나라당 의석이 153석이 되었다. 성경에 따르면 베드로가 예수의 말에 따라 그물을 던져 잡은 물고기의 수도 153 마리였다고 하니, 이 성스러운 기적에 2MB 각하께서 기뻐하며 음주가무를 베푼 것도 당연한 일일 터.
유명한 수학 퍼즐 가운데 narcissistic number가 있다. 이 수는 n 자리 수로서, 각 자리수를 n제곱하여 더한 결과가 자기 자신과 같은 수를 뜻한다. 당연히 모든 한 자리 수는 1-narcissistic number이다. 중국어로는 이 수를 "수선화 수"라고 하던데, 그것보다는 "자아도취 수" 정도가 적절할 것 같다. 정치적으로도.
153의 경우, 세 자리수이고 이므로 3-narcissistic number이다. 3-narcissistic number는 이외에도 370, 371, 407이 있다. 이 네 수에 대해 Hardy는 그의 저서 A Mathematician's Apology에서
There are just four numbers, after unity, which are the sums of the cubes of their digits: 153, 370, 371, and 407. These are odd facts, very suitable for puzzle columns and likely to amuse amateurs, but there is nothing in them which appeals to the mathematician.
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다 구해 보기는... 하여간 괴팍한 영감.)
수학적으로 그리 심오한 것은 아니지만, narcissistic number가 유한 개뿐임을 보이는 것은 간단한 수리 논술 문제 정도로 쓸 수도 있겠다. 더 정확히는 narcissistic number는 88개뿐이며, 이 사실은 1985년에 D. Winter에 의해 증명되었다.
Puzzle 카테고리니 그래도 문제 하나쯤은 올려야 할 것 같으니...
2-narcissistic number는 모두 몇 개일까요?
다시 풀어 쓰면, 두 자리 자연수 가운데 각 자리수의 제곱을 더한 결과가 자기 자신이 되는 수는 몇 개일까요?
두 퍼즐리스트 P와 S에게 2보다 크거나 같은 두 정수를 맞혀 보라면서 P에게는 그 두 수의 곱(product)을, S에게는 그 두 수의 합(sum)을 알려주었습니다.
나: (P에게) 두 수가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P: 글쎄요. 모르겠군요. 나: (S에게) P씨는 모르겠다는데, S씨는 어떻습니까? S: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S의 답을 듣자마자 P가 외쳤습니다.
P: 아! 두수가 뭔지 알겠습니다.
P의 말을 듣고는 S도 외쳤습니다.
S: 저도 두 수가 뭔지 알겠습니다.
도대체 두 수는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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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퍼즐은 내가 만들었던 퍼즐 초기작 가운데 하나다. 내가 퍼즐을 만들 때는 "하나 만들어 보자" 생각하고 책상 머리에 앉아서 뚝딱 만들어내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풀어보려다가 얼떨결에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이 작품의 원작에 해당하는 것은, 중간에 사회자인 "나" 없이 P와 S 둘이 서로 모르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두 수를 알아내는 형태였다. 김용운 선생의 "재미있는 수학 여행"에 이와 같은 형태로 소개되어 있는데, 아무리 봐도 문제의 표현이 모호했다. 나 역시 문제가 좀 이상해 보여서, 오해하기 쉬운 바로 그 형태를 가지고 어떻게 해 볼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나온 게 바로 위의 문제이다.
나중에 인터넷 뉴스그룹 rec.puzzles의 archive를 보니, 제대로 된 형태는 P가 모르겠다고 하자 S가 "당신이 모를 거란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소"로 대꾸하는 것이었다. 이것이라면 "재미있는 수학 여행"에서와 같은 오해는 생기지 않는다.
문제의 수준을 따지자면 rec.puzzles에 있는 원작 형태가 훨씬 어렵다. 난이도만 따지면 별 다섯 개 만점을 줘도 될 정도. 다만 풀이에 어쩔 수 없는 억지스러움이 약간 있어서 걸작에 아주 작은 흠이 된 아쉬움이 있다. 이렇게 어려운 퍼즐을 중학생 수준의 "재미있는 수학 여행"에 소개하다니. 감히 말하자면, 김용운 선생이 원작 퍼즐을 그리 깊게 생각해 본 것 같지 않다.
내가 만든 위의 퍼즐은 난이도로는 중급 정도지만, 완결성 면에서는 원작보다도 오히려 나은 편이다. 게다가 문제를 확장해서 생각하기도 좋고.
지난 번 스펀지에 나왔던 "덴마크 회색 코끼리"는 원래 문제가 영어로 되어 있던 것이라 우리에게는 약간 안 맞는 편이다. 실제로 스튜디오에서 녹화할 때, "나라 이름의 두 번째 글자로 시작하는 영어 동물 이름을 쓰시오"라고 했더니, "마우스"라고 쓴 사람들이 많았다. "덴마크"는 나왔는데, 두 번째 글자라니까 당연히 "마"를 생각했던 것. 아예 영어로만 쓰게 했어야 하는데, 미처 생각을 못 했던 탓이다.
이 심리 문제를 우리 말에 맞게 바꿔 볼 수 없을까 잠깐 생각해 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글 자음이 14개뿐이어서인지, "Denmark"처럼 압도적인 나라 이름이 별로 없다. 게다가 원래 이름과 흔히 쓰는 한자식 이름을 모두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