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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10. 11:08

ICM 2014 셋째 날 Math2015. 2. 10. 11:08

둘째 날에는 ICM 행사장인 COEX는 근처에도 못 가보고 하루 종일 과천에 있다가 셋째 날에야 ICM에 참석하였다. 전날, 그러니까 ICM 둘째 날에는 정수론 분야 포스터 발표가 있었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좀 이상해 보이는 제목들이 있어서 구경하고 싶었는데 둘째 날 가 보지 못해 셋째 날에 전해 듣기만 하였다.


다음 사진은 그 가운데 가장 유명했던(?) 하나. 무려 소수를 만들어 내는 공식이다.


사진은 이동건 박사 페이스북에서


이번 ICM에서 나는 학회 프로시딩을 담당한 편집위원을 겸하게 되어서, 발표자들이 보내온 초록 편집도 일부 담당하였는데, 제목과 초록을 보면 정말 이상한 발표들이 많았다. 리만 가설을 증명했다는 주장, 중학교 수준의 간단한 내용 등등. 그 가운데 하나가 저 소수 생성 공식으로,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엉터리다.

저 포스터가 주장하는 것은,
\[3 \times 5 - 2 = 13, 3 \times 5 \times 7 - 2 = 103, 3 \times 5 \times 7 \times 11 - 2 = 1153\]
등등이 모두 소수라는 것이다. 몇 개 계산해 보면

\[3 \times 5 \times \dotsb \times 23 \times 29 - 2 = 3234846613 = 43 \times 167 \times 450473\]

로 합성수가 나온다.


이 사실을 지적해 주니, 저 포스터 주인, 밑에다 "몇 개의 반례를 제외하면 사실"이라고 추가했다고. 아마도 저런 형태의 소수가 무한히 많으냐 그렇지 않으냐는 미해결 문제일 텐데, 무슨 생각으로 저런 포스터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나중에 들어보니, 외국 나가기 쉽지 않은 일부 국가에서는 ICM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비자를 받아서 외국 나간 다음 불법 체류하는 사람도 있다고. 실제로 이번 ICM에서도 발표 신청해 놓고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대부분 발표 제목이 뭔가 이상했다.


8월 15일 광복절인 셋째 날 오후 강연은 아르투르 아빌라(Artur Avila)로 시작. 필즈상 수상자여서 대인기. 둘째 날 필즈 메달리스트 강연은 마르틴 하이러(Martin Hairer)가 진행하였다. 그렇지만 셋째 날에 아마도 수학자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졌을 강연은 저녁 6시에 시작된 존 밀너(John Milnor)의 강연. 필즈상, 울프상, 아벨상을 모두 수상한, 그야말로 "수학의 신". 인품도 신에 가깝다. 강연 제목은 Topology through Four Centuries.


이 강연은 아벨상 재단에서 후원하는 것으로, 지난 ICM 2010부터 시작되었다. 주최국에서 아벨상 수상자 가운데 한 명을 강연자로 선정할 수 있다. 지난 대회 때는 2007년 수상자였던 인도 출신 스리니바사 바라단(Srinivasa Varadhan). 인도에서 개최하니 인도인 수상자를 고르는 게 당연했다. 덕분에 "수학의 신"을 우리나라에서 모실 수 있게 되었고.


1931년 생인 Milnor는 83세. 동영상을 보면 자세도 구부정하고 말할 때 숨도 차서, 저러다 쓰러지시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된다. 불행히도 나는 이 강연을 직접 보지 못했다. 저녁에 과천과학관에서 브리지스 특별강연으로 하버드 수학과 노엄 엘키스(Noam Elkies) 교수가 음악과 수학에 대한 강연을 했기 때문이다. 주제는 예상했던 대로 대위법. 엘키스는 피아노에 앉아서 종이에 대위법 주제를 그리고, 직접 피아노까지 쳤다. 전형적인 유태인으로 외모만 보면 그리 매력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천재 수학자에 피아노가 더해지니 후광이 번쩍이는 느낌.


밀너 교수의 강연을 못 본 것은 아쉬웠지만, 동영상으로 대신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이번 ICM에서는 거의 모든 강연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놓았다. 사실 학회 강연 동영상이라는 게 대부분 별 쓸모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촬영 경험이 풍부한 김선화 박사가 참여하면서 동영상이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예전 동영상을 보면, 강연 슬라이드만 찍거나 강연자만 찍어 놓은 경우가 많았다. 수학에 대해 잘 모르는 방송사에서 찍으면 특히 이런 경우가 많았다. 강연자만 열심히 찍다가 가끔 슬라이드를 넣는 형태. 슬라이드를 안 보여 주니 내용을 이해하기도 힘들고, 아무 움직임 없이 슬라이드만 보여줄 때는 현장감이 없어서 집중이 안 되었다. 김선화 박사는 이런 문제점을 아주 잘 알고 있어서, 한쪽에는 강연자 모습을 보여주고, 한쪽에는 슬라이드를 보여줘서 거의 완벽한 강연 동영상을 만들어내었다. 아마도 수학 분야에서는 표준적인 형태가 되지 않을지.


이번 ICM에는 정말 수많은 능력자들이 참여하였다. 후발국의 수학자 1000명 초청 홈페이지도, ICM 프로그램 앱도 전부 우리나라 수학자들이 자체 개발하였다. 운영 방식에 있어, 이번 ICM은 이전 대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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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uzz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