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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1. 2. 20:05

눈의 여왕 Other interests2006. 11. 2. 20:05

KBS 드라마 "눈의 여왕"이 11월 13일에 방영된다. 이 드라마는 천재였던 주인공이 고등학생 때 마음에 상처를 입고 학교도 중퇴한 채 복싱 스파링 파트너로 살아가는 스토리로, 나중에 사랑하는 여인도 만나고, 어쩌구저쩌구, 하여튼 기본은 멜러 드라마다.

인터넷에는 시놉시스만 대충 읽은 기자들이 "천재 권투 선수"라는 식으로 써놓은 것도 있었는데, 그건 아니고 --- 정확히 말하며 권투에도 재능이 있긴 하지만 --- 우리의 주인공 현빈은 천재 고등학생, 그것도 수학의 천재로 나온다.

드라마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인데도 이 드라마에 대해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은 내가 대본의 수학 부문 자문을 맡았기 때문이다. 원래는 강** 선생님께 청탁하였던 일이 어쩌다 나에게 떨어진 것인데, 드라마에서 꽤 자세한 수학적 내용을 요구해서 애 좀 먹었다. 아니, 아마 앞으로 애 좀 더 먹게 생겼다. 오늘 용산 CGV에서 있었던 "눈의 여왕" 시사회에 갔다 왔는데, 대본으로만 읽었던 장면들이, 그리고 아주 일부지만 내가 썼던 장면들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참 묘한 경험이었다.

작년에 "형수님은 열아홉"에서 주인공 윤계상이 수학 천재로 나온다는 말에 딱 한 회를 보았는데, "수학이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면서 고작 하트 모양 하나 그려내는 걸 보고 진짜 어이가 없었다. 일본 드라마 야마토 나데시코를 보면 수학자인 주인공이 생선가게의 칠판에 미분방정식을 푸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정도까지야 바라지 않는다 해도 "형수님은 열아홉"의 수학씬은 정말 안습을 넘어 짜증이 날 정도였다.

작가들이 수학자들에게 한번만 자문을 구해도 저런 억지스럽고 황당한 장면은 안 나올 텐데하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수학 천재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의 자문역이라 흔쾌히 응했다.

첫 회인 고등학교 장면에 수학이 가장 많이 나오는데, 그중 논문 표절 사건 때문에 정말 머리 쥐어짜느라 고생했다. 처음부터 대본 작업에 참여했다면 아마 무리한 설정이라고 절대 안 된다고 했을 텐데, 작가 언니들이 이미 다 써놓고 수학만 맞춰 달라는 통에 무척 힘들었다. 물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아래는 시사회장에서 찍은 사진 몇 장. VIP석이었지만 거리도 멀었던 데다, 앞이 온통 카메라기자들이어서 제대로 찍지를 못했다. 원래 사진 솜씨가 없기도 하지만...
주인공 성유리(김보라)와 현빈(한태웅), 오른쪽은 성유리의 아역인 고주연.

가운데는 두 미녀와 팔짱을 낀 이형민 PD(이 맛에 감독하는지도...),
오른쪽은 임주환(서건우), 성유리, 유인영(이승리), 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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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uzz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