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계산기 커타 Math2007. 1. 23. 12:15
서명덕 기자의 블로그에서 리히텐슈타인 공국(Principality of Liechtenstein)에 대한 글을 보다가 기억이 나서 예전에 썼던 글을 약간 다듬어 올려둔다.
참고로, 리히텐슈타인 공국은 1719년 1월 23일에 성립되었다. 글을 쓰고 보니 우연히도 바로 오늘이었다.
기계식 계산기의 효시는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이 1642년에 만든 계산기였다. 그는 여러 개의 톱니바퀴를 조합하여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는데, 이때 그의 나이 겨우 19세였다니 과연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파스칼의 계산기는 덧뺄셈만이 가능하였지만, 여기에서 힌트를 얻은 라이프니츠(Gottfried Leibniz, 1646-1716)는 덧셈, 뺄셈은 물론 곱셈과 나눗셈이 가능한 기계를 만들기도 하였다. 이후 여러 사람들에 의해 기계식 계산기는 개량을 거듭하여 더 많은 자리수를 더 빨리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기계식 계산기의 역사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또한 가장 절정의 기술력을 보여준 것은 "커타(curta, 독일어로는 쿠어타)"라는 이름의 계산기였다. 오스트리아의 장인 쿠르트 헤르츠슈타크(Curt Herzstark, 1902-1988)의 이 걸작품은 그의 명성을 드높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목숨을 구해주기까지 하였다.
그가 기술자로 활동하던 때는 이차대전 무렵이었다. 그는 유대인은 아니었지만, 많은 유대인을 탈출시켰다는 죄로 체포되어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대개 그런 곳에서의 운명은 뻔한 법이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기 마련이지만, 그는 뛰어난 기술력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당시 기계식 계산기들은 대부분은 덩치가 컸으며, 휴대용의 작은 계산기들은 덧셈과 뺄셈만이 가능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헤르츠슈타크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덧셈, 뺄셈뿐 아니라 곱셈과 나눗셈까지 가능한 소형 계산기를 구상하여 전쟁 발발 직전에 그 특허를 얻어 두었다. 독일의 나치가 주목한 것이 바로 그의 특허였다. 나치는 헤르츠슈타크를 죽여 없애는 대신, 그들을 위해 뛰어난 휴대용 계산기를 만들어 낼 것을 명령하면서 그를 비교적 안전한 수용소로 옮겼다. 헤르츠슈타크는 그곳에서 장차 "커타"라 불리게 될 기계를 설계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마침내 전쟁이 끝나면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커타의 설계도를 머릿속에 담은 채.
전쟁이 끝나고도 몇 년이 더 지나서야 헤르츠슈타크의 작품은 겨우 빛을 볼 수 있었고, 지름 5cm, 높이 8.5cm 정도의 자그마한 이 계산기는 헤르츠슈타크의 이름을 따 커타(curta)로 명명되었다. 이 걸작을 처음 생산한 곳은 리히텐슈타인의 수도 파두츠(Vaduz)에 있는 Contina AG Mauren이라는 회사였다.
처음에는 한 달에 겨우 300개를 만드는 정도였지만, 앙증맞은 크기에 8자리 수의 곱셈과 나눗셈까지 가능하게 하는 이 놀라운 기계는 점점 인기를 끌어 나중에는 한 달에 1000개가 넘게 생산되었다. 커타는 8자리 수의 계산이 가능한 커타 I 형이 8만 개, 11자리 수의 계산이 가능한 커타 II 형이 6만 개가 팔렸다. 비록 전자 계산기 시대의 도래와 함께 1970년 11월에 생산이 중단되었지만, 기계식 계산기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불행히도, 주판 외에는 별다른 계산 도구가 존재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탓에, 필자는 커타를 실물로 전혀 보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인터넷으로 외국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베이(ebay)에 가 보았다.
과연 이베이에는 몇 점의 커타가 매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가격을 보고 커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일 싼 커타의 가격이 800달러를 넘었으니까.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그때나 다시 생각해 봐야할 듯.
Curta의 원리, 사용법 등등을 더 알고 싶은 분은 여기.
Curta Simulation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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