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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5. 23:24

셰릴의 생일과 수학 공부 Math2015. 7. 5. 23:24

얼마 전 싱가포르의 초등학생 대상 수학 경시대회 문제 하나가 SNS를 통해 인터넷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앨버트와 버나드는 이제 막 친구가 된 셰릴의 생일을 알고 싶어합니다. 셰릴은 앨버트와 버나드에게 10개의 날짜를 줬습니다.

5월15일, 5월16일, 5월19일
6월17일, 6월18일
7월14일, 7월16일
8월14일, 8월15일, 8월17일

그런 다음 셰릴은 앨버트한테는 달(월)만을 알려주고, 버나드한테는 날(일)만 알려줬습니다.

앨버트: 셰릴의 생일이 언제인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버나드도 셰릴의 생일을 알 리가 없다는 건 확실히 알아.

버나드: 처음엔 셰릴의 생일이 언제인지 몰랐어. 그런데 이제는 알아.

앨버트: 아, 나도 이제 셰릴의 생일이 언제인지 알겠어.

셰릴의 생일은 언제일까요?

날짜말고는 숫자 하나 등장하지 않는데 수학 문제라니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바로 이런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논리적인 사고야말로 수학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다. 수학을 잘한다라고 하면 복잡한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계산은 도구일 뿐이며 계산을 잘한다고 해서 수학적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마치 타자를 잘 친다고 해서 문학적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닌 것처럼.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이고, 고등학교 교과의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대입 시험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수학이 논리적 사고를 위한 학문이라는 인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공식 하나라도 더 알아서 한 문제라도 더 빨리 푸는 게 수학을 공부하는 목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셰릴의 생일”과 같은 문제는 수학 공부하는 데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 취급을 당할 수밖에 없겠다.

수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흔히 듣는 질문이 있다. “학교에서 배운 수학이 사회에서 무슨 쓸모가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수많은 공식들을 실생활에서 직접 써 먹을 일은 많지 않을 테니 어쩌면 당연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는 “학교에서 배운 수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되물어 보고 싶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 두 자리 수의 곱셈을 배우면서 17×23=391을 계산했다고 하자. 과연 실생활에서 17과 23을 곱할 일이 있을까? 12를 곱하는 것이라면 열두 달 동안 일어나는 일에 대한 계산이 될 수 있겠지만, 아마도 17과 23을 곱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 같다. 그러면 17×23을 계산한 것은 아무 쓸모 없는 공부를 한 것일까?

사람들이 “수학은 실생활에서 쓸 일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실생활에서 17과 23을 곱할 일이 없으니 17×23을 계산하는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17×23을 계산하면 391이 된다는 사실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두 자리 곱셈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방법이 잘 작동한다는 사실을 교사의 권위가 아니라 스스로 체험하고 논리적으로 판단함으로써 체득하는 것이 수학을 공부하는 진정한 목적이다.


셰릴의 생일 문제의 가치도 생일을 알아내는 논리적인 사고 과정에 있다. 누군지도 모르는 여성의 생일이 며칠인지가 아니라. 그러니 혹시 이 문제의 답을 찍어서 맞힌다면, 그건 기뻐할 일이 아니라 부끄러워할 일이다. 이제 셰릴의 생일을 논리적으로 알아내는 사고 과정을 즐겨 보시길.


PS. 혹시 자신의 결과가 올바른지 궁금한 분은 커피 한 잔 들고 연구실로 방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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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uzz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