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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9 02:11

미국 올랜도 여행 Ordinary Life2016.04.19 02:11

부활절 방학을 틈타 미국 올랜도(Orlando)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 계획은 3월 25일 금요일에 출발하여 4월 3일 일요일에 돌아오려 하였으나, 힘들어서 일정을 며칠 연장하여 4월 4일 월요일에 돌아왔다.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놀러가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간단히 정리해 둔다. 귀찮아서 사진은 차차 추가. ㅋ


3월 25일(금) - 출발


연구년으로 머물고 있는 노스 캐롤라이나 그린빌(Greenville, NC)에서 플로리다 올랜도(Orlando, FL)까지는 운전해서 10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서울-부산 거리의 두 배가 넘는 먼 거리여서 운전도 걱정이고 애들까지 있어서 넉넉잡고 이틀에 간다고 생각하고 출발하였다.


플로리다 숙소는 International Drive에 있는 Hawthorn Suites by Wyndham으로 3월 27일(일)에 체크인, 4월 2일(토)에 체크아웃하는 일정으로 잡았다. 마침 아는 분이 플로리다 놀러갈 때마다 애용하는 호텔이라며 소개해 주시고, 핸드폰 통신회사 포인트로 예약해 주셔서 싼 값에 구할 수 있었다.


돈만 많으면 디즈니월드 안에 있는 리조트를 가는 게 가장 좋겠지만, 한 푼이 아쉬운 우리로서야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먼 길이기도 하고, 중간에 여러 도시들도 있어서, 조지아 서배나(Savannah, GA)에 들러 잠깐 구경하고 하룻밤 자고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날 차가 엄청나게 막혀서 서배나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이었다. 원래 I-95 고속도로를 타고 주욱 내려가면 되는데, 내비게이션 앱인 Waze를 보니 사용자들마다 길 막힌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Waze 사용자들의 글을 보니, 무슨 사고가 나거나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차가 많아서 막힌 것이었다.


중간에 잠깐 쉴겸 애들 간식 먹인다고 고속도로를 빠져나가서 리젤런드(Ridgeland)에 차를 세우고 Waze를 살펴보니, I-95로 플로리다는커녕 서배나에 들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하이웨이 17로 바꿔 탔다. 이 도로는 I-95와 한동안 나란히 달리는 도로여서, 왼쪽 수풀 너머로 도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비교적 잘 달리는데 I-95는 아예 차들이 서 있었다.


서배나에 도착한 시각이 거의 8시여서 시내 관광은 포기. 중간에 booking.com 앱으로 싼 호텔을 예약했는데, 별 두 개짜리라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었다. 하룻밤만 자면 되니까 별 문제는 아니었지만, 투숙객이 우리뿐인지, 제법 큰 호텔 단지 안에 주차된 차가 우리 차뿐이었다. 황량해서 좀 무서웠다.


3월 26일(토) - 디즈니월드 엡콧


아침에 일어나 보니 호텔 단지 안에 차가 아주 많았다. 아마도 I-95가 워낙 막혀서, 밤 늦게 서배나에 급히 하룻밤 묵으러 온 투숙객이 많았던 것 같다. 아침 7시에 조식을 준다고 하는데, 올랜도 도착이 늦을 것 같아서 7시전에 출발했다. 밥솥을 갖고 다녀서 미리 해 놓은 밥으로 아침을 떼웠다.


서배나에서 디즈니월드까지 4시간 반쯤 걸리는 거리여서, 중간에 쉬었다 가는 것까지 생각하면 일찍 도착해도 오후 1시쯤에야 도착하게 된다. 디즈니월드 테마파크 가운데 엡콧(Epcot)이 가장 작아서, 첫날은 오후에 여기를 갈 예정이었다. 디즈니월드는 길게 머물수록 표의 단가가 싸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긴 일정으로 표를 끊는 것이 좋다.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하고 갈 생각이었으나, 미국에 계신 분들 얘기로는 그럴 필요 없고 그냥 근처 월마트(Walmart)가면 조금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 그게 낫다고 한다. 그래서 표는 미리 사지 않고 엡콧 근처에 있는 월마트에 가서 표를 샀다.


디즈니 테마파크가 4개(매직 킹덤, 엡콧, 할리우드, 애니멀 킹덤)이고 워터파크가 2개(타이푼 라군, 블리자드 비치)여서 이것들을 연계하여 구매할 수 있다. 사실 3월에 워터파크를 갈 만할지 의심스러웠는데, 올랜도 도착해서 차를 내리니 전혀 문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여름 날씨였다. 월마트에서는 테마파크 4개+워터파크 4회 이용권을 권하는데, 일정상 8일 모두 이용하기는 어려워서 테마파크 4개+워터파크 1회로 구매하였다. 약간 할인이 되기는 하지만 그리 큰 차이니 아니니 온라인으로 미리 구매해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루에 여러 테마 파크를 갈 수 있는 Hopper 표도 있는데, 하루에 두 개 이상의 테마 파크를 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 그냥 하루에 한 군데 가는 표를 사는 게 낫다.


마침 우리 앞에서 한국인 일행이 표를 사고 있었는데, 디즈니월드만 다섯 번째 오는 거라고 한다. 제대로 보려면 테마파크 하루 구경하고 그 다음날 하루 쉬는 식으로 8일 동안 테마파크 네 개를 봐야 한다고 하는데, 지나고 보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이 분 말씀으로는 엡콧은 오후에 가도 충분할 뿐더러, 오후에 가면 사람이 적어서 오히려 보기 편하다고 한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해서 비옷도 사고 몇 가지 필요한 물품을 사고 나니 거의 3시였다. 디즈니월드 입구를 들어가니 주차비 $20를 내야했다. 디즈니 리조트 투숙객은 주차비 공짜. 엡콧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표를 보여주고 지문 등록한 다음 들어가니 짐 검사를 한다.


올랜도 여행을 가기 전에 디즈니월드에 대한 글들을 읽어 보니, 할인표 가운데 5일짜리를 3일만 쓰고 2일분 남은 표 같은 걸 팔기도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입장할 때 지문 확인하고 들어가니까 이런 표는 사면 안 된다.


짐 검사하니까 음식물 반입 안 된다며, 입구에서 음식물 압수 당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가방 안에 잘 숨겨갔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음식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입 금지 항목에도 음식물은 없다. 원래는 음식물 반입이 안 되었는데 몇 년 전에 이 문제로 소송이 걸려서 놀이공원 쪽이 졌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물 반입은 OK. 다만 위험하니 유리병은 곤란한 것 같다. 짐 검사는 결국 각종 무기류나 위험물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검사를 대충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디즈니월드에는 셀카봉을 가져갈 수 없다. 아마 전시물을 가까이 찍으려다 파손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듯하다.


입장하자마자 유모차($15) 빌리고 1st visit 배지를 하나씩 받았다. 디즈니월드에서는 관람객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배지를 나누어 준다. 별것 아니지만 아이들은 아주 좋아하는 선물이 되었다. 테마파크에서 유모차는 필수이다. 애들이 쉽게 지치기 때문에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기도 해야 하고, 짐도 싣고 다닐 수 있다. 물병을 꽂을 수 있는 주머니도 있다. 다만 짐을 넣을 수 있는 큰 주머니 같은 게 없어서 가방 손잡이에 걸고 다녀야 했다. 그러다가 우리아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면 유모차는 그대로 넘어지고...


놀이기구를 타거나 체험 활동을 하러 갈 때는 유모차를 지정된 곳(stroller parking)에 주차해 놓고 가야 한다. 짐들을 저렇게 둬도 되나 싶은데, 아무도 훔쳐 가지 않으니까 귀중품만 아니면 그냥 유모차에 실어서 두고 가도 된다. 가끔 유모차 주차 장소를 몰라 유모차 많은 곳에 세워 두고 갔다왔더니 사라져서 놀라는 일도 있었다. 직원들이 알아서 지정 장소로 옮겨 놓은 것이다.


디즈니월드 엡콧은 다른 곳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그 대신 둘러보기는 훨씬 좋다. 세계 각국의 건물과 물품으로 꾸며 놓은 월드 쇼케이스(World Showcase)가 생각보다 볼 만했다. 폭우가 여러 차례 퍼붓는 바람에 제대로 다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놀이기구는 많이 타보지 못했는데, 퓨처 월드에 있는 우주선 체험 프로그램인 Mission: SPACE는 꼭 한번 해 볼만한 것 같다. 강도에 따라 Green과 Yellow가 있는데, Green이 생각보다 밋밋하다는 글을 봐서 네 식구 모두 Yellow로 갔다. 우리집 막내는 만 여섯 살에 한 달 모자라는데도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었다. 이 놀이기구는 자신이 우주비행사가 되어 우주선을 타고 화성에 가서 착륙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설명과 지시는 CSI 뉴욕의 맥 반장인 게리 시니스(Gary Sinise). 우주선 발사 장면에서 중력(G-force) 체험을 할 수 있다.


먹을 거리를 많이 싸들고 오지 못해서 저녁은 엡콧 안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다. 맛은 아주 좋았는데 가격은...


엡콧의 마지막은 밤 9시에 하는 불꽃놀이. 엡콧 가운데에 있는 호수 둘레로 커다란 지구본이 돌면서 여러 영상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엡콧에 간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명물.


3월 27일(일) - 디즈니월드 워터파크 타이푼 라군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다. 조식 부페는 규모는 작아도 과일도 있고 그런 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는 와플이 있어서 아주 좋았다. 와플 기계를 하나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우리가 묵은 Hawthorn Suites는 객실에 주방이 있어서 점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준비해 온 멸치볶음과 김치볶음으로 주먹밥 만들어서 들고 갔다. 디즈니월드 안에 있는 식당들이 워낙 비싸서 이런 식으로 주먹밥 만들어서 들고가는 게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식당 들어갈 필요도 없고, 줄 서 있는 도중에 먹을 수 있으니 여러 모로 편리하다.


원래 계획은 디즈니월드의 상징과도 같은 매직 킹덤(Magic Kingdom)을 가는 것이었으나, 워터파크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우리딸이 하도 졸라서 타이푼 라군(Typhoon Lagoon)으로 갔다. 여기는 다른 테마파크보다는 규모가 작다. 여기는 유모차 대신 라커를 빌려야 한다. 화장실에 있는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모래사장에 있는 의자에 짐을 올려 풀었다. 베드면 누워 있기도 좋을 텐데, 일찌감치 다 차지해 버려 의자밖에 구할 수 없었다.


이곳은 태풍이 몰아친 남태평양의 작은 산호초를 무대로 꾸민 곳이어서, 곳곳에 뒤집어지거나 부서진 배 모양으로 꾸며 놓은 장식이 많다. 특히 산꼭대기에 올라 앉아 있는 배는 일정한 시간마다 굴뚝에서 물을 내뿜는다. 우리나라 캐러비안 베이처럼 커다란 파도가 치고, 워터파크 둘레로 길게 유수풀이 있어서 튜브 타고 둥둥 떠다니기만 해도 좋다. 물 뿜는 배가 있는 산꼭대기 쪽에는 튜브 타고 내려오는 놀이기구가 있었다. 우리집 막내에게는 좀 무섭지 않을까 싶었는데, 재밌다며 여러 번 타고 놀았다.


파도는 꽤 크게 쳐서, 수영장 가장자리에 있어도 파도에 휘청거릴 정도였다. 우리딸도 방심하다가 되돌아가는 파도에 넘어져서 무릎이 다 까졌다. 다행히 First Aid에 가면 무료로 밴드 에이드를 줘서 그걸로 응급처치할 수 있었다.


타이푼 라군을 가 보니, 다른 워터파크인 블리자드 비치도 가 보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워터파크 1회분 표만 끊었으니... 이걸 따로 돈 내고 가려면 너무 부담이 커서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다시 디즈니월드에 간다면 2주 기간으로 테마파크 4곳 + 워터파크 4회 이렇게 표를 사는 게 좋겠다 싶었다. 중간에 며칠은 호텔에서 쉬고.


워터파크는 6시에 문을 닫아서 5시 조금 넘어 정리하고 나왔다. 화장실에 샤워장과 탈의실이 있어서 대충 씻고 옷 갈아입고 나왔다. 저녁을 어찌할까 하다가 비교적 평판이 좋은 한국 식당인 신정(Shin Jung)에 갔다. 꽤 유명한 곳인지 삼겹살 구워서 상추에 싸먹는 외국인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돌솥비빔밥, 오징어 볶음, 비빔냉면을 시켰다. 냉면은 좀 별로였는데, 매운 것 좋아하는 우리딸은 맛있다며 잘 먹었다.


3월 28일(월) - 디즈니월드 매직 킹덤


디즈니월드의 상징인 매직 킹덤(Magic Kingdom)에 갔다. 개장 시각에 맞춰 가봤자 인파가 너무 몰린다고 해서, 아예 느즈막히 일어나 점심 준비까지 다하고 나왔다. 저녁 무렵에는 사람들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어트랙션 타기는 오히려 쉽다고 한다. 신데렐라 성 앞에 있는 월트 디즈니(Walt Disney)와 미키 마우스 동상 앞에서 가족 사진 찍고 조금 있으니 신데렐라 성에서 디즈니 캐릭터들이 멋진 공연을 하였다.


디즈니월드는 예약하면 줄 안 서고 입장할 수 있는 FastPass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번에 세 군데까지 등록 가능하다. 예전에는 가족들이 줄 서 있는 동안 아빠가 인기 어트랙션(attraction)을 돌아다니며 FastPass 표를 받아왔다는데, 요즘은 핸드폰 앱이 있어서 간단하게 등록 가능하다. 문제는 인기 있는 어트랙션은 진작에 FastPass가 차버려서, 당일에 예약이 불가능하거나 오후 늦게야 예약 가능한 경우가 많다. 매직 킹덤도 워낙 인기 있는 곳이라 FastPass를 제대로 써먹기 어려웠다.


사실 우리딸은 Splash Moutain이라는 flume ride 종류를 타고 싶어했는데, 이런 종류는 워낙 인기가 있어서 FastPass 예약은 엄두도 못 내었다. 앱에서는 어트랙션을 하나 정도 고르면 앱에서 자동으로 예약 가능한 세 개를 추천해 주는데, 나중에 보니 한번 예약한 다음에도 계속 재신청할 수 있었다. 자꾸 시도하다 보면 원하는 어트랙션에 여유가 잠깐 생기기도 한다. 이러다가 기껏 잡아놓았던 예약을 날릴 수도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때는 잘 몰라서 Splash Moutain은 예약하지 못했다. Splash Moutain과 함께 매직 킹덤에서 가장 대기 시간 긴 어트랙션이 Seven Dwarfs Mine Train이 매직 킹덤에서 가장 대기 시간이 긴 두 어트랙션이다.


매직 킹덤은 워낙 규모가 큰 곳이라, 이곳에 있는 모든 어트랙션, 모든 공연, 모든 전시물을 하루에 구경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 가족도 어트랙션 위주로 돌아다니다 보니 공연을 많이 보지 못한 게 아쉽다.


많이 타보지는 못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어트랙션은 Tomorrowland Transit Authority PeopleMover. 열차를 타고 매직 킹덤의 Tomorrowland 구역을 둘러보는 것인데, 속도감도 있고 공중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어서 볼거리도 많았다. 어린 아이들도 탈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저녁 9시. 유명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엡콧 불꽃놀이도 멋있었지만, 매직 킹덤 불꽃놀이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보다가 눈물이 글썽할 지경. 이런 불꽃놀이를 매일 하다니, 디즈니월드는 정말 놀라운 곳이었다.


매직 킹덤은 자정까지 열어서 늦은 밤에도 사람이 많았다. 불꽃놀이 다음에도 여러 행사들이 있어서 우리 가족도 문 닫을 때까지 구경하다 나왔다. 숙소에 도착하니 1시가 넘었다.


3월 29일(화) - 디즈니월드 할리우드 스튜디오


디즈니월드 할리우드 스튜디오(Hollywood Studio)에 갔다. 하루 종일 비가 온 데다 기온까지 뚝 떨어져서 무척 힘들었다. 엡콧에 갔을 때는 천둥번개에 폭우가 내리기는 했지만 그리 춥지는 않았는데, 이 날은 많이 힘들었다. 여기는 영화와 관련된 여러 공연을 하는 곳이다.


가장 유명한 곳은 Indiana Jones Epic Stunt Spectacular. 인디애나 존스의 명장면들을 실제 촬영 현장처럼 보여주는 공연이다. FastPass로 예약하려고 했더니 오후 늦게로나 가능하였다. 그래서 다른 것들로 예약하고 나서 혹시나 싶어 공연장 앞 직원에게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물었더니 "Right now."라고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식구들 불러서 들어갔더니, 객석은 이미 다 차서 뒤에 서서 봐야했다. 그러니까 정해진 공연 시작 시각이 지나도 입장은 할 수 있었다. 다들 뒤에 있는 화단에 앉아서 공연을 보았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스턴트 프로그램은 꼭 보라고 하던데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


이 다음 몇 군데 더 둘러보다가 자동차 스턴트 쇼인 Lights, Motors, Action을 보러 갔다. 자동차 경주장 관람석처럼 생긴 엄청나게 큰 관람석에 사람이 꽉 찰 정도였다. 정말로 눈을 뗄 수 없는 멋진 쇼였다. 웃기는 장면도 많았고. 아쉽게도 2016년 4월 2일로 종료되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잘 봤는데, 이후로 비가 너무 오고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비 피하려고 들어갔던 기념품점에서 한국인 인턴 직원을 만났다.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학생으로 학교에서 디즈니와 맺은 협약으로 인턴십 과정을 온 것이라고 한다. 올랜도의 여러 놀이공원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디즈니월드에서 팔리는 팝콘 양이 어마어마하다면서, 팝콘 판 돈으로 불꽃놀이하는 거라고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일사병으로 실려나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면서 3월-5월이 가장 좋을 때라고 한다.


비는 멈출 기미가 안 보이고, 날씨는 춥고, 몸도 안 좋고, 우리 애들이 예전 영화를 아는 것도 아니어서 5시쯤 일찍 나왔다. 날씨만 좋았어도 몇 군데 더 보고 왔을 텐데 아쉬웠다. 특히 스타워즈 관련 어트랙션은 하나도 못 봤다.


3월 30일(수) - 디즈니월드 애니멀 킹덤


디즈니월드 애니멀 킹덤(Animal Kingdom). 동물원이야 한국에도 있으니 여기를 거르고 다른 테마 파크를 한번 더 갈까 생각도 했으나, 그래도 애니멀 킹덤이 꼭 가 볼 만하다고 하여 결국 네 군데 테마 파크를 모두 가게 되었다. 이번에도 유모차를 빌리면서 보니, 연속으로 빌리는 경우 할인 혜택이 있는 것 같다. 진작에 좀 알려주지.


롤러코스트를 타고 싶다던 우리딸 소원에 따라 Expedition Everest를 타러 갔다. 대기 시간 80분. 줄서있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티벳 분위기로 대기실을 꾸며 놓았다. 이런 걸 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었다. 그 동안 아내는 아들 데리고 뮤지컬 Finding Nemo 공연 관람. 꼭 한번 볼 만하다고 한다.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Expendition Everest를 탔는데...... 완전 무서웠다. 겁많은 우리아들은 절대 못 탈 듯.


애니멀 킹덤에서 꼭 봐야 하는 Kilimanjaro Safaris에 갔는데, 대기 시간이 150분. 싸들고 간 주먹밥을 먹으며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혹시나 싶어 FastPass를 계속 시도했더니 갑자기 15분 후에 열리는 Kilimanjaro Safaris가 떴다. 게다가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던 Dinosaur와 Festival of Lion King까지. 다른 테마 파크에서도 갱신을 계속 해 볼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이미 한 시간 가까이 줄을 서 있던 상황이라 할 수 없이 줄을 거슬러 밖으로 나갔다. 유모차까지 끌고 되돌아 나가려니 힘들었다. 겨우 FastPass 출입구에 도착했더니, 예약한 시각이 되려면 아직 5분 남았다며 입장 불가. 다행히 선임인 듯 보이는 다른 직원이 허락해 줘서 우리 가족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었다.


애니멀 킹덤은 우리나라 동물원과 달리 그냥 돌아다녀서는 동물을 볼 수 없고, 사파리 같은 프로그램을 따로 이용해야 한다. 디즈니월드답게 아주 큰 규모로 기린, 코끼리, 사자, 하마 등등을 실컷 볼 수 있었다. 역시 애니멀 킹덤의 명물이라 할 만했다.


Kilimanjaro Safaris를 나와서 Wildlife Express Train을 타고 애니멀 킹덤에서 뚝 떨어져 있는 구역으로 갔다. 여기서는 아이들이 동물 관련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예약되어 있는 Dinosaur 일정 때문에 모든 체험을 마치지는 못했다. 체험 활동하면서 받은 작은 책자를 보니, 애니멀 킹덤 군데군데 있는 체험 활동을 하면 스티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보이는 아이들마다 손에 책자들 들고 우르르 몰려 다니던데, 그게 바로 스티커 받으려고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어트랙션이고 뭐고 다 제쳐 놓고 스티커 받으려고 돌아다녔다.


마지막으로 예약해 놓은 Festival of Lion King 6시 공연을 보러 갔다. 한 마디로 끝내줬다! 우리 딸도 완전 감동했기에 물어봤다. 만약 디즈니월드 딱 하루만 더 갈 수 있다면, 워터 파크를 갈래, 애니멀 킹덤에서 이 공연 한번 더 볼래? 운동 좋아하고 수영장 좋아하는 우리 딸이라 바로 워터 파크라고 답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즉답을 못하고 고민을 한다. 그러더니 이 공연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애니멀 킹덤은 6시 30분에 폐장이어서 공연이 끝나고 나와서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숙소에서 밥으로 해결.


3월 31일(목) - 휴식


결국 아내가 몸살이 났다. 하루 종일 호텔에 죽치고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는 작은 수영장이 있어서 애들은 그곳에서 하루종일 놀았다. 옆에 있는 온수 월풀도 좋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할리우드 스튜디오 갔던 화요일 하루 동안 숙소에서 쉬는 게 나았겠다 싶었다. 디즈니월드 표는 연속해서 갈 필요는 없고, 2주 안에 아무 날이든 4+1로 가기만 하면 된다.


다음 날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를 가기로 했다. 표를 살겸 월마트에 갔는데, $25짜리 유모차를 팔고 있었다. 디즈니월드에서 유모차 비용으로 $15x4=$60를 썼는데, 차라리 싼 유모차를 하나 사도 될 뻔했다. 물론 이 유모차는 너무 작고 가벼워서 우리 막내를 앉히기도 조금 어려웠고 짐 걸고 다니기도 불편해 보였다. $50 정도에 파는 조금 큰 유모차도 있었는데, 이 유모차는 접어도 덩치가 있어서 되돌아갈 때 차에 싣기가 좀 어려웠다. 고민 끝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는 그냥 유모차를 빌리기로 했다.


표를 사러 갔더니, 저녁 9시까지만 판매한다며 문을 닫은 상태였다. 10분 차이로 표를 못 샀다. 그래서 숙소에 돌아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홈페이지에 가서 보니, 미국 거주인에 한해 2+1 표를 팔고 있었다. 가격은 2일권과 같으면서, 3일째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서 사실상 3일권과 같다. 이런 표는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것 같다.


원래는 목요일+금요일 이틀 동안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고, 토요일에 체크아웃하려 했으나, 목요일 하루를 쉬어서 일정을 바꾸어야 했다. 금요일+토요일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고, 일요일에 표가 아까우니 하루 더 가고 월요일 체크아웃하는 일정이 되려면 이틀 더 묵을 수 있게 숙소를 변경해야 했다. 프론트에 물어보니 가격이 장난 아니다. 하루 종일 알아보다가 결국 $76에 토요일+일요일 묵을 수 있는 숙소를 구했다. 호텔은 Rodeway Inn Maingate. 아이들은 월요일 하루 결석하게 되었다고 담임 선생님들께 메일을 드렸다.


4월 1일(금) - 유니버설 스튜디오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두 개의 테마 파크로 되어 있다. 먼저 주차비 $20를 내고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가면 시티 워크(City Walk)라는 구역이다. 여기는 따로 입장료를 받는 곳은 아니면서 식당들도 많고 걸어다니며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시티 워크를 지나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두 테마 파크로 가는 다리가 나온다. 그 가운데 인기 있는 곳은 해리 포터(Harry Potter) 어트랙션이 있는 Islands of Adventure.


여기도 입장할 때 소지품 검사를 한다. 음식물 반입은 당연 OK. 유모차를 빌리면서 물어보니, 여기는 여러 날 빌리다고 해서 할인해 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바로 해리 포터 구역으로 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디즈니월드보다 표가 조금 싸지만, FastPass에 해당하는 Express Pass가 유료다. 디즈니월드 FastPass처럼 막 바꾸기도 어려워서 Express Pass는 하나도 안 샀다.


한참을 걸어가니 호그와트 성이 나타났고, 가장 유명한 어트랙션인 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를 기다리는 긴 줄이 보였다.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호그와트 성 안에 여러 볼거리를 갖춰 놓았다. 이 놀이기구는 해리 포터를 따라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으로, 급격한 움직임이 많아서 모든 짐을 라커에 넣어 놓고 타야 한다. 우리 아들 키가 기준 미달이라, 나와 딸이 먼저 타러 가고, 아내와 아들은 그 동안 다른 놀이기구를 타러 갔다.


완전 재미있는 어트랙션이었다. 우리 딸이 한번 더 타자고 해서, 이번에는 네 식구가 다 같이 줄을 섰다. 먼저 탈 때에 비해 줄이 훨씬 길었다. 한참을 기다려 승강장에 도착하니, 직원이 키를 재 보고 우리 아들은 탈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child swap에서 나와 아들이 함께 기다리고 그 동안 아내와 딸이 타기로 했다. child swap은 아이가 너무 어린 경우, 부모 가운데 한 명은 애를 보고 한 명은 놀이기구를 탄 다음, 부모가 바꾸어서 탈 수 있게 해 주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애들 때문에 부모가 못 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제도는 꽤 합리적으로 보인다. 다만 이걸 모르고 아내와 딸이 나가버리는 바람에 연락이 안 돼서 좀 난감했다. 휴대폰을 내가 다 맡아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_-;


간신히 다시 다 만나서 다른 곳 구경을 다녔다. 헐크 같은 만화주인공들을 모아 놓은 거리도 멋있었다. 스파이더맨이 나오는 어트랙션인 The Amazing Adventures of Spider-Man을 탔는데, 이게 아주 대박 재미있었다. 타고 있는 기구 자체는 많이 움직이지 않는데, 각종 효과를 이용하여 추락하는 착시 효과 같은 걸 잘 구현한 놀이기구였다. 재미있어서 한 번 더 탔다.


날씨는 해가 쨍하고 더워서 아이들은 water ride 종류를 타고 싶어 했다. 세 종류가 있었는데, 모두 인기 많아 줄이 길었다. 먼저 탄 것은 Popeye & Bluto's Bilge-Rat Barge. 미리 알아보니 물이 엄청나게 튀어서 홈빡 젖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올랜도 도착하던 날 샀던 비옷을 입고 탔다. 가방은 보트 가운데 있는 칸막이에 넣고 비닐 덮개를 씌우는 걸로 충분했다. 과연 물이 어마어마하게 튀었다. 아니 그냥 퍼부었다. 같은 보트를 탔던 부부가 있었는데, 그야말로 퍼붓는 물에 완전히 젖었다. 그냥 옷 입은 채로 물 속에 머리까지 들어갔다가 나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식구는 비옷 덕분에 거의 젖지 않았다. 다만 신발은 어쩔 수 없었다. 샌들을 신고 왔어야 하는데, 미처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비옷으로 발을 잘 덮고 타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젖은 신발을 신은 채로 나와 화단에 걸터 앉아 점심을 먹었다. 양말을 벗어서 널어 놓았지만 도저히 다 마를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밥 먹고 바로 다음 water ride인 Dudley Do-Right's Ripsaw Falls로. 여기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flume ride 종류이다. 그런데 보트가 낙하하는 곳이 무시무시했다. 비명을 지르고, 사방으로 물이 튀고, 물벼락 맞고. 여기도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세 번째 water ride는 Jurassic Park River Adventure. 그 유명한 쥐라기 공원을 water ride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큰 보트를 타고 수로를 따라 가며 주변의 공룡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쥐라기 공원을 둘러보는 것 같아 완전 흥분되었다. 조금 지나니 공룡들이 탈출했다면서 비상 상황을 알리고 공룡들을 피해 보트가 마구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정면의 티라노사우르스를 향해 올라간 보트가 급전직하.


세 가지 water ride 가운데 이게 가장 재미있었다. 그래서 한번 더 타러 갔는데, 우리 아들은 무섭다며 못 타겠다고 해서 나랑 child swap에서 대기. 아내와 딸만 한 번 더 신나게 타고 왔다. 이 기구는 물을 덮어 쓸 정도는 아니어서 비옷 입지 않고도 탈 수 있다.


디즈니월드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스턴트 공연을 재미있게 봤기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하는 공연인 The Eight Voyage of Sindbad Stunt Show를 보러 갔다. Poseidon's Fury는 별로라고 해서 이 공연을 보런 간 것인데, 이것도 기대보다는 재미없었다.


우리 아들이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닥터 수스(Dr. Seuss)의 책을 공부했는데, 마침 이곳에는 닥터 수스의 작품을 주제로 한 구역이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와 사건들을 묘사한 어트랙션들은 어른들도 즐길 만한 것들이었다. 특히 If I Ran The Zoo은 숨어 있는 캐릭터를 찾으면 물을 뿌리면서 나타나는 등,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다. 대낮에 왔으면 물놀이도 하면서 좋았을 것 같은데, 하필 해 지고 난 저녁이라 아이들 감기 걱정에 마음껏 놀게 할 수가 없었다. 어린 아이들이 있다면 강추하는 어트랙션.


폐장 시각인 저녁 9시가 되어 다시 시티워크로 나왔다. 아침과 달리 북적이는 인파, 거리 공연, 쿵쾅거리는 음악, 완전 흥겨운 거리였다. 여기는 Bubba Gump Shrimp Co.라는 식당이 유명하다는데 예약 안 하면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해서 통과.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에 나온 에피소드에서 이름을 딴 식당이다. 사실 날이 더워서 저녁으로 싸 간 밥이 약간 쉬어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저녁을 먹이지 못해서 식당에 가서 야식을 먹이나 어쩌나 고민하던 중이었다. 결국 다들 지쳐서 일단 숙소로.


4월 2금(토) - 유니버설 스튜디오스 플로리다


불행히도 날씨는 비. 오늘 하루는 쉬고 내일 하루만 가는 게 좋겠다 싶었으나, 더 불행하게도 숙소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 체크인 가능한 오후 4시가 될 때까지 들어가 있을 곳이 없었다.


할수없이 호텔에서 체크아웃. 짐을 바리바리 다시 싣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또 다른 테마 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스 플로리다(Universal Studios Florida)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시티워크. 어젯밤의 흥겨움은 어디로 갔는지 아침에는 조용한 거리에 테마 파크를 향해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만 가득하였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도 해리 포터를 주제로 한 다이애건 앨리(Diagon Alley)와 그린고트 은행(Grigotts Bank). 그런데 비가 너무 와서 중간에 Shrek 4-D를 먼저 보러 갔다. 며칠 동안 비옷을 입었더니 식구들 비옷이 다 조금씩 찢어져 있었다. 특히 내 비옷은 거의 산산조각 수준이라 이게 비옷인지 비닐 조각인지 구별이 안 되는 수준. 새로 사고 싶어도 테마 파크 안에서 파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로고가 찍혀 있는 비옷이 무려 $10이나 돼서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테이프 같은 걸 챙겨 갔으면 수선 좀 해서 쓸 수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슈렉은 꽤 재미있었다. 3D 안경 쓰고 실감나는 체험을 했다. 해리 포터를 향해 가다가 다시 중간에 있는, 영화 미이라를 주제로 한 Revenge of The Mummy를 탔다. 우리 아들 키가 안 돼서, child swap에서 아이랑 대기했다가 아내랑 바꿔 탔다. 덕분에 우리 딸은 두 번 탔다. 전날 탔던 해리 포터보다 더 재미있었다. 비가 와서 날씨가 좀 추웠는데, 이 어트랙션 중간에 불을 뿜을 때 따뜻해서 더 좋았다.


애들이 춥고 배고파 해서 식당에 들러 간단히 요기를 했다. 아무리 먹을 거리 챙겨 온다고 해도 이런 테마 파크 돌다 보면 식당 한 번 정도는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해리 포터 주제 구역에 도착했는데 입구가 잘 안 보였다. 다이애건 앨리(Diagon Alley)가 "대각선으로(diagonally)"를 변형한 말이어서인지, 벽 사이를 쓱 돌면 갑자기 눈 앞에 다이애건 앨리가 펼쳐진다. 해리 포터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아주 감동할 만한 연출.


여기로 들어서면 완전히 딴 세상이다. 마법사 옷을 걸친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상점 앞에서 마법 지팡이를 흔들어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다 상점에 진열된 물건이 갑자기 움직이기도 한다. 그냥 랜덤하게 작동해서, 될 때까지 지팡이를 흔드는 건 줄 알았는데, 좀더 비싼 지팡이는 실제로 물건이 작동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다른 데서 쓸 수도 없는 물건을 사기는 좀...


가장 인기 있는 어트랙션인 Harry Potter and the Escape from Gringotts는 그린고트 은행 건물에서 진행된다. 날씨가 안 좋아서인지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 건물 지붕 위에는 거대한 드래건이 앉아 있다. 줄을 서 있다 들어가니 해리 포터 영화의 여러 장면을 재연해 놓았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실제 어트랙션은 생각보다는 좀 재미가 없었다. 전날의 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는 3D 안경 같은 것 쓰지 않았지만 퀴디치 경기 같은 것은 정말 실감나는 수준이었는데, Harry Potter and the Escape from Gringotts는 3D 안경을 쓰고 진행되는 데도 생생한 느낌이 덜하고 좀 지루했다. 아마 이 어트랙션은 관찰자 시점에서 진행되는 느낌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린고트 은행 지붕 위의 드래건은 일정한 시간마다 불을 내뿜는다. 불을 뿜기 전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이때쯤 되면 사람들이 카메라 들고 몰려든다.


다이애건 앨리를 나올 때쯤 되니 다행히 비가 그쳤다. 우리 아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놀이기구를 찾다가 The Simpsons Ride를 탔는데, 다소 실망스러웠던 해리 포터 놀이기구에 비해 완전 재미있었다. 이것도 전날의 스파이더맨 어트랙션처럼, 실제로는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재미있는 어트랙션이었다. 재미있어서 한번 더 탔다. 스토리도 재미있어서 더 좋았다. 출발 전 주의 사항도 완전 웃기게 보여줬다.


다음으로 간 곳은 E.T. 자전거를 타고 공중을 나는 어트랙션이었다. 화려하거나 화끈한 어트랙션은 아니었지만, E.T. 영화를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 같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우리 아이들이 E.T.를 보고 싶다고 해서 가져온 DVD를 틀어줬더니 다들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새 숙소로 돌아와 체크인. 이전 숙소에 비하면 많이 좁고 불편한 곳이었다. 수영장은 훨씬 더 컸고, 따뜻한 물이라는데 늦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방에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기는 한데, 느리고 잘 안 터진다. 이전 숙소에 비해 많이 부족한 곳이었다.


4월 3일(일) - 휴식


목요일 밤에 물 맞으며 놀았던 탓인지 아들이 열이 나기 시작했다. 큰애에 비해 작은애는 툭하면 열나고 아파서 부모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많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한 번 더 갈 수 있지만 포기하고 쉬기로 하였다. 다행히 열 날 때마다 타이레놀 먹였더니 상태가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우리 딸은 나가자고 난리인데, 나랑 아내는 그 동안 강행군한 탓에 완전히 넉다운 상태였다. 매일 1만보 넘게 걸었고 금요일에는 2만보를 넘기까지 했으니 멀쩡하면 이상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다음 날 하루 종일 운전할 생각을 하면 어떻게든 체력을 비축해야 할 상황이었다.


4월 4일(월) - 귀향


올랜도 올 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갈 때는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하자고 생각하였다. 8시 출발. 구글 지도에서 10시간 거리라고 하니, 저녁 8시 전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루 푹 쉬어서인지 운전하는 내내 졸리거나 불편한 느낌이 거의 없었다.


I-95를 달리다가 잠깐 쉬고 주유도 할겸 347번 출구로 나갔다. 플로리다 북쪽 경계쯤에 있는 잭슨빌(Jacksonville)이었다. 하필 주유소 화장실이 고장나서 옆에 있는 상가로 갔는데, 놀랍게도 한국 마트가 있었다. Dae-ho Oriental Food Store. 간판에 한글로 "대호"라고 적어 놓았다. 주인 내외분이 아주 유쾌한 분이었다. 게다가 주인 아저씨는 부산 사람이어서 머나먼 타국에서 동향 사람을 만나 더 반가웠다. 마침 돌아가서 한국 장을 보러 나가야 해서 마트 들른 김에 장을 좀 봤다.


점심은 대호 마트 주인 내외분이 알려준 아울렛에서 먹었다. 올랜도에 있던 아울렛에서 쇼핑을 좀 하려고 했는데, 거기는 결국 가보지도 못하고 전혀 다른 곳에 와 버렸다. 날도 더워지고 해서 아이들 샌들을 사고 출발. 생각보다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서 저녁 8시 이전에 도착하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았다.


이후로는 평탄한 길이었다. 출발지인 NC Greenville에 도착하니 저녁 8시 직전. 어쨌든 목표는 달성했다. 이로서 기나긴 올랜도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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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uzz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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