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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8. 22:50

선생님들, 이런 문제는 내지 마세요 3 Math2009. 2. 8. 22:50

삼각형의 합동 조건은 중학교에서 배우는 가장 기초적인 기하 개념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 어려운 개념은 아닌데도, 그림을 그려 보는 대신 무작정 SSS니 SAS니 하는 합동 조건을 외우는 학생들이 무척 많다. 그러다 보니, 이런 문제도 있다. (여전히 보기는 대강 만들었음.)

다음 조건에 따라 삼각형 ABC를 그렸을 때, 삼각형이 유일하게 결정되지 않는 것은?

① AB=3, BC=4, CA=5

② AB=4, BC=5, ∠B=30˚

③ AB=5, ∠A=40˚, ∠B=50˚

④ AB=6, BC=7, ∠A=40˚

⑤ AB=7, ∠A=45˚, ∠C=60˚

이 문제의 답은 "답 없음"이다. 출제자의 의도는, 각각의 보기가 ① SSS ② SAS ③ ASA이고, ⑤는 ∠B=75˚로 결정되니까 ASA와 마찬가지여서 답은 ④라는 것이다.
 
좀 황당해서 ④도 실제로 그려 보면 삼각형이 유일하지 않냐고 출제자에게 물었더니, 그림을 그려 보고서는 이상하다고 되묻는다. SSA 조건이라 할 수 있는 ④는 분명히 SSS, SAS, ASA의 어느 것에도 포함되지 않는데 어떻게 삼각형이 유일하게 결정되냐는 것이다.


내가 중학생 때, 수학 선생님은 SSS, SAS, ASA 같은 걸 불필요하다며 절대 외우지 못하게 하셨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외우기도 쉬운데 왜 그러나 싶었는데, 이때에서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SSS, SAS, ASA는 삼각형이 합동이 되기 위한 충분조건이지만, 역으로 삼각형이 합동이 되기 위한 조건이 SSS, SAS, ASA 가운데 하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하지 않고 무작정 외우다 보면 꼭 이렇게 동치가 아닌 것을 동치인 것처럼 착각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 차라리 외우지 않고 그림을 직접 그려 보면 아무것도 아닌 문제를.

또 하나의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AB=5, BC=3, ∠A=30˚처럼 일반적으로 SSA 조건이 합동 조건이 될 수 없는 예를 강조하다 보니, SSA는 무조건 합동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위 문제의 보기에서 ⑤를 AAA 조건 같은 것으로 바꾼다면, 합동 조건을 무작정 외워서는 안 된다는  의도에서 출제한 나쁘지 않은 문제가 되겠지만, 원래의 문제는 분명히 잘못된 문제이다.

그러니 수학 선생님들, 이런 문제는 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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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uzzlist
2009. 1. 19. 22:34

선생님들, 이런 문제는 내지 마세요 2 Math2009. 1. 19. 22:34

구와 연결상태가 같은 다면체에서 꼭짓점(vertex)의 개수를 v, 모서리(edge)의 개수를 e, 면(face)의 개수를 f라 할 때, 

v - e + f = 2

가 성립한다는 오일러의 정리는 위상수학의 기초가 되는  내용으로서 중학수학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정리는 "구와 연결상태가 같은"이라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표현 때문에 오히려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는 문제점도 없지는 않지만, 도형의 위상적 성질이라는 "수학적 불변량"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 오일러의 정리를 이상하게 이해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귀찮아서 보기는 4개만 만들었다.

다음 중 오일러의 정리가 성립하는 입체도형이 아닌 것은?

① 정육면체정팔면체구구멍 뚫린 입체

처음에 이런 식의 문제를 보았을 때는 출제자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꼭짓점도 없고 모서리도 없는 3번 보기의 구를 가지고 뭘 어쩌라고? 이런 황당한 문제가 나온 이유는 "오일러의 정리가 성립한다는 것과 연결상태가 구와 같다는 것은 동치이기 때문이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오일러의 정리가 성립하는 입체도형을 찾으라는 것은 구와 연결상태가 같은 도형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고, 반대로 오일러의 정리가 성립하지 않는 입체도형을 찾으라는 것은 구와 연결상태가 같지 않은 도형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답은 구멍이 뻥 뚫려있는 4번이라는 것이다. 꼭짓점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오일러의 정리 v-e+f=2가 연결상태가 구와 같은 입체도형에 대해 성립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까지 참인지는 사실 중등과정에서 공부하지 않는다. 이건 대학 위상수학 시간에 배우는 "2차곡면의 분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입체도형의 위상적 성질이 v-e+f의 값을 이용하여 완전히 분류된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은 한 차원 높은 시각을 제시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꼭짓점이 있지도 않은 구를 마구잡이로 보기에 넣는 것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오일러의 정리와 관련하여 이런 문제를 내는 경우도 있다.

구와 연결상태가 같은 어떤 입체도형의 꼭짓점의 개수를 세어 보니 10개, 모서리의 개수를 세어 보니 13개였다. 이 입체도형의 면의 개수는 몇 개인가?

오일러의 정리에 의해 v-e+f = 10-13+f = 2에서 f = 5라는 게 출제자의 의도일 텐데, 이 문제가 잘못된 이유는 v=10, e=13, f=5인 입체도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면체가 되는 것은 삼각기둥과 사각뿔의 단 두 종류 뿐인데 이게 어딜 봐서 꼭짓점이 10개나 되는가?

그러니 수학 선생님들, 이런 문제 낼 때는 조건을 만족하는 입체도형이 존재하는지 꼭 따져 보고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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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uzzlist
2009. 1. 16. 18:10

선생님들, 이런 문제는 내지 마세요 1 Math2009. 1. 16. 18:10

어제 모대학 수학교육과 교수인 선배 한 분이랑 저녁 먹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아들 수학 성적이 나빠서 충격을 받았는데, 학교 시험지를 보니 이런 문제가 나왔다고. (보기는 대강 만들었음.)

다음 중 작도할 수 없는 각은?

① 22.5˚            ② 30˚            ③ 40˚            ④ 45˚            ⑤ 90˚

사실 답이야 뻔하다. 90˚ 작도야 배우고, 이걸 이등분하면 45˚, 다시 이등분하면 22.5˚가 되고, 정삼각형을 만든 다음 한 각을 이등분하면 30˚가 되니까, 보기 가운데 네 개가 작도 가능하면 정답은 3번.

그렇지만, 22.5˚가 작도 가능한지를 묻는 것과, 이 문제처럼 작도할 수 없는 각을 찾으라는 것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 단적으로, "왜 40˚는 작도할 수 없나요?"라고 물으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중학생에게.

이런 종류의 문제는 교과서나 문제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지만, 다섯 개의 보기 가운데 네 개가 작도 가능하니까 나머지 하나가 정답이라는 것은 수능 정답 고르는 요령이지 수학이 아니지 않은가. 

수업 시간에, 작도할 수 없는 각으로 40˚를 예로 들면서 작도 불가능성을 얘기한다면 분명히 나쁘지 않은 수업이 되겠지만, 이런 식의 시험 문제는 결코 좋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수학 선생님들, 이런 문제는 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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