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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대학수학 맛보기 - 미분형식
Math | 2016.08.24 01:43
지난 번 “대학수학 맛보기”에서 적분 이야기를 했으니, 다음은 미분 이야기를 하면 적당할 것 같다. 뭔가 순서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기분 탓이다. 고등학교에서 미분을 처음 배울 때, 함수 \(y=f(x)\)의 미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frac{dy}{dx} = \lim_{\Delta x \to 0} \frac{\Delta y}{\Delta x} = \lim_{\Delta x \to 0} \frac{f(x+\Delta x)-f(x)}{\Delta x}\]

그러고 \(dy/dx\)를 “미분계수(differential coefficient)”라고 부른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기묘하고 마술 같은 식이다. 이름부터 이상하다. 저 값이 어딜 봐서 “계수”라는 말인가? 또, 순진하게(?) 생각하면 \(dx=\lim_{\Delta x \to 0}\Delta x\)처럼 보이는데, 그러면 분모가 \(0\)이 되어 버린다. 그러니까, \(dx\)는 \(\Delta x\)에 해당하는 값이면서 \(0\)은 아니어야 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아니, 애초에 \(dx\)니 \(dy\)니 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분명하지 않다. 수를 나타낸다고 하면 분모와 분자가 모두 \(0\)인 분수가 되어 말이 안 되고, 수가 아니라고 하면 \(dy\)를 \(dx\)로 나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실제로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미적분학을 개발했을 때 직면한 문제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dx\)와 \(dy\)는 수도 아니고, 수가 아닌 것도 아닌 정체불명의 그 무엇이었다.

라이프니츠는 \(dx\)와 \(dy\)를 “미분(differential)”이라 부르고 무한소(infinitesimal)로 생각하였다. \(dy\)를 \(dx\)로 나누는 대신
\[dy=(?)dx\]
꼴로 생각하고 물음표에 해당하는 값을 “미분에 붙어있는 수”라는 뜻에서 “미분계수”라고 불렀다. 미분계수가 미분계수로 불리는 이유이다.

아마도 무한소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라이프니츠 철학의 핵심 개념인 모나드(monad)를 착안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무한소를 이용한 설명은 그럴 듯하기는 하지만, 무한소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여 논리적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라이프니츠는 “연산 규칙을 분명하게 정해 놓고 이 규칙들을 적절히 적용하기만 한다면, 그 개념이 다소 모호하다고 해도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과를 얻게 된다.”라고 하였다. 어찌 보면 철학자답지 않은 발언 같기도 한데, 어쨌든 그의 통찰력만은 대단했다.

미분 개념의 모호함 때문에, 현행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미분계수 \(dy/dx\)를 분수처럼 생각하지 않고, \(d/dx\)를 하나의 기호로 다루도록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분수가 아니라는 뜻에서, \(dy/dx\)를 “디 와이 디 엑스”로 읽어야만 한다고 가르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좀 심한 것 같다. 어찌 됐든 저 모양은 분수꼴이므로 “디 엑스 분의 디 와이”라고 읽어서 안 될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도 라이프니츠가 애초에 분수 모양을 의도하고 만든 기호이므로, 분수처럼 생긴 것을 분수처럼 부르지 못하면 억울하지 않은가. 홍길동도 아닌데.

라이프니츠의 착상(의 위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아마도 다음 등식
\[\frac{dz}{dx} = \frac{dz}{dy}\times\frac{dy}{dx}\]
일 것 같다. 바로 연쇄 법칙(chain rule)이다. 모양만 놓고 보면 \(dy\)를 약분하면 등식이 성립한다. 실제로 이 증명도 \(dy\)를 약분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dy\)가 \(0\)이 되는 경우, 즉 함수 \(y(x)\)의 증가량이 \(0\)인 경우를 따로 다루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고등학교에서 \(dx\)와 \(dy\)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도록 한다지만, 사실 적분만 봐도 이런 원칙은 바로 이상해진다. 적분

\[\int f(x)\,dx\]

는 \(dx\)를 분리해서 표기하고 있으며, \(x=g(t)\)로 치환적분할 때

\[\int f(x)\,dx = \int f(g(t)) \frac{dx}{dt}\,dt\]

는 분모의 \(dt\)와 마지막 \(dt\)가 약분되는 형태를 드러내는 식이고, 무엇보다 저런 치환적분을 할 때 \(x=g(t)\)의 양변을 \(t\)로 미분한다면서

\[dx = g'(t)\,dt\]

라는 계산을 겁도 없이(?) 마구 한다는 점에서 \(dx\)니 \(dy\)니 하는 것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분리해서 생각해도 문제가 잘 풀리도록 기호가 설계되어 있다.


이런 엉성한(?) 개념으로 뉴턴, 라이프니츠는 물론, 오일러, 가우스, 코시 등등 수많은 천재 수학자들이 어마어마한 업적을 쌓아올렸다. 그러다 이 개념을 더 정교하게 다듬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해석학이라는 분야로 크게 발전하였다. 어떤 면에서는, 미적분학은 좋은 함수가 가지고 있는 좋은 성질을 공부하는 과목이고, 해석학은 나쁜 함수가 가지고 있는 나쁜 성질을 공부하는 과목이라 할 수 있을지도.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17세기 수학과는 달리 현대 수학에서는 벡터 개념을 이용하여 \(dx\)와 \(dy\)를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잘 다룰 수 있다.


함수 \(y=f(x)\)의 그래프를 그렸다고 생각하자. 지금은 좋은 함수의 좋은 성질을 설명하는 것이므로, 이 함수는 미분 가능한 함수로 생각한다. 미분을 한다는 것은 함수에 대한 선형 근사를 찾는 것이라 할 수 있고, 함수의 그래프를 생각하면 각 점에서 접선을 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접점은 주어져 있으므로, 접선의 기울기만 알면 접선을 그릴 수 있다.


이제 접점 \(\mathrm{P}\)를 시점으로 하고 접선의 한 점을 종점으로 하는 벡터를 그리면, 접벡터들의 집합 \(T_{\mathrm{P}}\)는 1차원 벡터 공간이 된다. 이 벡터 공간에서 벡터를 하나 골라 \(\mathbf{v}\)라 하자. 이때 \(dx\)와 \(dy\)는 \(\mathbf{v}\)에 실수를 대응시키는 함수로 생각한다. \(dx(\mathbf{v})\)는 \(x\)축 방향 변화량, \(dy(\mathbf{v})\)는 \(y\)축 방향 변화량을 뜻한다. 아래 그림에서 \(a=dx(\mathbf{v})\)이고 \(b=dy(\mathbf{v})\)이다.




벡터 \(\mathbf{v}\)가 접선에 놓여 있으므로, 두 실수 \(dx(\mathbf{v})\)와 \(dy(\mathbf{v})\)는 일정한 비를 이룬다. 즉,

\[dy(\mathbf{v}) = k \, dx(\mathbf{v})\]

가 되고, 접선의 기울기인 비례상수 \(k\)는 \(\mathbf{v}\)의 크기가 아무리 작아도 일정하다. 이 부분이 바로 무한소를 벡터 개념으로 대체한 것이다. 임의의 \(\mathbf{v}\)에 대하여 위의 등식이 성립하므로, 간단히

\[dy = k\,dx\]

라 둘 수 있다. 그러니까 위 등식은 두 함수 \(dx:T_{\mathrm{P}} \to \mathbb{R}\)와 \(dy:T_{\mathrm{P}} \to \mathbb{R}\)가 비례 관계임을 뜻한다. \(k\)의 값은 접점 \(\mathrm{P}\)의 좌표(의 \(x\)-성분)에 따라 결정되므로, \(x\)에 대한 함수로 생각할 수 있다. 원래 함수 \(y=f(x)\)로부터 유도되어 나오는 이 새로운 함수를 도함수(導函數, derivative)라 하고 \(f'(x)\)로 나타내면,

\[dy=f'(x)\,dx\]

라는 익숙한 등식이 된다. \(dx\)와 \(dy\)가 무엇인지, 분리해서 써도 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함수 \(dx\)처럼 벡터에 실수를 대응시키는 함수를 특별히 미분형식(differential form)이라 부른다. 이제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면, 적분이란 미분형식에 작용하는 연산자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런 관점에서는, 적분 \(\int_a^b f(x)\,dx\)에서 기호 \(\int_a^b\)가 적용되는 대상은 함수 \(f(x)\)가 아니라 미분형식 \(f(x)\,dx\)이고, 적분은 [벡터에 실수를 대응시키는 미분형식]에 [실수]를 대응시키는 특별한 연산자가 된다.


사실 이런 개념 없이도 미분계수를 정의하고, 주어진 함수를 미분하고 적분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실제로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서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이런 복잡해 보이는 고생을 사서 하는 이유는, 이와 같이 한 개념을 엄밀하게 정의하면 그 개념을 확장하는 것이 매우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변수 함수 \(z=f(x,y)\)에서 “미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이 경우는 변수가 두 개이므로, \(dz/dx\)나 \(dz/dy\) 하나만으로는 함수를 묘사하기가 어렵다. 이제 앞서 보았던 미분형식을 생각하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dz(\mathbf{v})\)를 \(dx(\mathbf{v})\)와 \(dy(\mathbf{v})\)에 대한 식으로 나타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벡터 \(\mathbf{v}\)는 당연히 \(z=f(x,y)\)로 주어지는 곡면의 접평면에 속하는 벡터가 된다. 1변수 함수에서 접선에 속하는 접벡터를 생각했던 것처럼, 2변수 함수에서는 접평면에 속하는 접벡터를 생각하는 것이다.


벡터 \(\mathbf{v}\)가 점 \(\mathrm{P}\)에서 접하는 평면 위에 놓여 있다고 하면, 세 축 방향의 증가량들 사이의 관계식은

\[dz(\mathbf{v}) = (♠︎)\,dx(\mathbf{v}) + (♡)\,dy(\mathbf{v})\]

라는 일차식 형태로 표현되고, \(dy(\mathbf{v})=0\)인 벡터 \(\mathbf{v}\)에 대하여 생각하면 첫 번째 계수 (♠︎)는 \(y\)를 상수로 생각한 상태에서 \(f(x,y)\)를 \(x\)로 미분한 것과 같다. 이 미분계수를 \(\left.\frac{\partial{f}}{\partial{x}}\right|_{\mathrm{P}}\)로 나타낸다. 같은 식으로, \(dx(\mathbf{v})=0\)인 경우를 생각하면 두 번째 계수 (♡)는 \(x\)를 상수로 생각한 상태에서 \(f(x,y)\)를 \(y\)로 미분한 것과 같고, 이 미분계수는 \(\left.\frac{\partial{f}}{\partial{y}}\right|_{\mathrm{P}}\)로 나타낸다. 이제 전체 결과를 정리하면

\[dz = \left.\frac{\partial{f}}{\partial{x}}\right|_{\mathrm{P}}\,dx + \left.\frac{\partial{f}}{\partial{y}}\right|_{\mathrm{P}}\,dy\]

가 된다.


이로써 우리는 변수가 몇 개이든 함수가 하나 주어지면 그 미분을 같은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일반화의 위력이고 수학의 위력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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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정다면체와 한 점
Math | 2016.07.09 07:34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의 책 Mathematical Circus에 정삼각형이 대한 흥미로운 등식이 실려 있다. 한 변의 길이가 \(d\)인 정삼각형 ABC가 있고 한 점 P가 주어질 때, 점 P와 세 점 A, B, C 사이의 거리 \(a=\overline{\rm PA}, b=\overline{\rm PB}, c=\overline{\rm PC}\)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등식이 성립한다.

\[3(a^4+b^4+c^4+d^4) = (a^2+b^2+c^2+d^2)^2\]



네 문자에 대해 대칭을 이루고 있어서 무척 아름답게 느껴지는 등식이다. 이 결과를 다른 도형으로 일반화할 수 없을까?


1995년에 수학자 John Bentin은 정삼각형을 일반화하여 정사면체, 그리고 이를 \(n\)-차원에서 일반화한 \(n\)-정단체(regular simplex)에 대한 등식을 얻었다. \(n\)개의 꼭짓점을 갖는 \((n-1)\)-정단체의 한 모서리의 길이가 \(d_0\)이고, 한 점 P에서 각 꼭짓점에 이르는 거리가 \(d_1, d_2, \dots, d_n\)일 때,

\[n(d_0^4+d_1^4+\dots+d_n^4) = (d_0^2+d_1^2+\dots+d_n^2)^2\]

이 성립한다. \(n=3\)인 경우, 앞서 보았던 정삼각형에 대한 등식이 된다.

 

1997년에 Bentin은 이 결과를 정다각형으로도 일반화하였다. 반지름 \(r\)인 원에 내접하는 정\(n\)각형의 각 꼭짓점에서 한 점 P에 이르는 거리를 \(d_1, d_2, \dots, d_n\)이라 할 때, \(d_i^2\)들의 평균을 \(s^2\), \(d_i^4\)들의 평균을 \(q^4\)이라 하면

\[q^4 + 3r^4 = (s^2 + r^2)^2\]

이 성립한다.

정삼각형의 경우, 한 변의 길이가 \(d\)인 정삼각형의 외접원의 반지름이 \(d/\sqrt{3}\)이니까, 이 값을 위 등식의 \(r\)에 대입하면 처음 언급하였던 등식이 된다.


이제 당연한 질문은 이 결과를 다른 정다면체로 확장할 수 있느냐이다. 여기에 대한 연구는 거의 되어 있지 않았는데, 최근에 정육면체와 이를 고차원으로 일반화한 초입방체(hypercube), 그리고 정팔면체와 이를 고차원으로 일반화한 정축체(orthoplex)에 대해서도 비슷한 등식이 성립함이 밝혀졌다.


\(n\)-차원 초입방체는 \(2^n\)개의 꼭짓점을 가지고 있다. 각 꼭짓점에서 한 점 P에 이르는 거리들을 \(d_1, d_2, \dots, d_{2^n}\)이라 하고, \(d_i^2\)들의 평균을 \(s^2\), \(d_i^4\)들의 평균을 \(q^4\)이라 하면,

\[q^4 + \frac{4(n+1)}{n^2}r^4 = \left( s^2 + \frac{2}{n}r^2 \right)^2\]

이 성립한다.


\(2n\)개의 꼭짓점을 가지는 \(n\)-차원 정축체(orthoplex)에서도 마찬가지로, 각 꼭짓점에서 한 점 P에 이르는 거리들을 \(d_1, d_2, \dots, d_{2n}\)이라 하고, \(d_i^2\)들의 평균을 \(s^2\), \(d_i^4\)들의 평균을 \(q^4\)이라 하면,

\[q^4 + \frac{4(n+1)}{n^2}r^4 = \left( s^2 + \frac{2}{n}r^2 \right)^2\]

이 성립한다.


신기하게도(?) 전혀 다른 두 정다면체에 대한 등식이 똑같이 생겼다. 뿐만 아니라, \(n\)-정단체(regular simplex)에 대한 등식도 \(s^2\)과 \(q^4\)을 이용하여 다시 쓰면 또다시 똑같은 등식 

\[q^4 + \frac{4(n+1)}{n^2}r^4 = \left( s^2 + \frac{2}{n}r^2 \right)^2\]

이 된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세 종류의 정다면체에 대한 증명은 완전히 별개이지만, 등식 자체가 똑같이 생겼다는 점에서 무언가 통일성 있는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어쩌면 정단체는 자기 자신과, 초입방체와 정축체(orthoplex)는 서로 쌍대(dual)라는 사실로 무언가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정다면체에 대해서는 어떨까? 정십이면체와 정이십면체에 대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4차원에서는 정단체(4-regular simplex), 초입방체(4-hypercube), 정축체(4-orthoplex) 외에 세 개의 4차원 정다면체가 더 존재한다. 이 도형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요약:

1. 정\(n\)각형에 대해 \[q^4 + 3r^4 = (s^2 + r^2)^2\]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2. \(n\)차원 정단체(regular simplex), 초입방체(hypercube), 정축체(orthoplex)에 대하여 \[q^4 + \frac{4(n+1)}{n^2}r^4 = \left( s^2 + \frac{2}{n}r^2 \right)^2\]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3. 위 등식에 대한 통일성 있는 설명을 할 수 있을까?

4. 다른 정다면체에 대해서도 비슷한 등식이 성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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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미연시] 9. 그밖에
Life in campus | 2016.05.21 11:08

1.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한국에서 쓰던 070 전화를 들고 와서 연결하면 한국으로 전화 거는 건 한국 시내 전화 요금 정도로 해결된다.


2. 미국에서 찍은 사진을 양가 부모님께 전하려니, 다들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시는 데다, 이메일로 보내기에는 사진의 양도 문제였다. 번거롭기도 하고. 그래서 어머니 댁 컴퓨터에 미리 내 구글 아이디를 저장해 놓고 온 다음, 폰의 사진을 구글 포토에 연동시켜 놓았다. 그러면 폰으로 찍은 사진이 구글 포토에 업데이트 될 때마다 한국에서 새 사진을 보실 수가 있다.


3. 한국에서도 안 보던 TV 프로그램들을 미국 와서 열심히 보고 있다. 아무래도 여기서는 저녁에 갈 데도 없고 해서 한국 드라마 같은 걸 많이 보게 된다. 한국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바로 동영상이 올라온다. 주로 보는 사이트는 http://www.ondemandkorea.com 회원 가입 필요 없고, 광고만 봐 주면 된다. 광고가 지겨우면 구글 크롬에서 광고차단 확장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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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미연시] 8. 은행 계좌
Life in campus | 2016.05.21 10:49

미국에서 생활하려면 은행 계좌가 필요하다. 여행 다닐 생각을 하니, 아무래도 미국 전역에 지점이 많은 Bank of America가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까운 지점에 갔더니, 은행 창구에서 처리하지 않고 자기 사무실 따로 있는 Personal Banker를 통해야 했다.


우리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고 서류 작성 다 하고 나니, 담당자가 매니저에게 승인 받아야 한다면서 나갔다 오면서 North Korea 국민에게는 계좌를 개설해 줄 수 없다고 한다. 한참 얘기까지 나눠 놓고서 North Korea라니! 우리는 North가 아닌 South Korea에서 왔다고 하니까 미안하다면서 다시 절차를 진행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엄청나게 걸려서 세 시간을 넘겼다. 아무리 미국 일처리가 느리다지만 너무 심한 수준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맡기려는 현금을 보고, 우리가 꽤 부자인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돈을 보관만 하는 대신 이자가 나오는 계좌를 만들라고 권했고, 그게 뭔지 잘 모르는 우리는 권하는 대로 saving account를 만든 게 문제였다. 이런 거 안 만들고 그냥 해외 송금 가능한 계좌만 만드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자라고 해 봐야 3센트가 불었는데, 이것도 수익이라고 온갖 서류 작업을 다 해야 했다. 나중에 Bank of America 다른 지점에 갔더니, 그곳 Personal Banker가 saving account 필요 없다며 다 정리해 주었다.


아무튼 처음 갔던 지점에서 일종의 직불 카드인 Debit card를 만들었고, 거의 모든 결제는 이 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아내와 공동으로 만든 계좌여서 Debit card도 우리 부부 각자 하나씩 만들었다. Debit card 사용 방법도 잘 몰라서 처음에는 꽤나 헤맸다. 특히 마트에서 결제할 때마다 Cash back을 물어서 이게 뭔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결제하면서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니까 물건 사고 결제할 때, cash back $100을 선택하면, 직원이 $100을 꺼내서 준다. 현금인출기를 볼 수가 없어서 미국 사람들은 매번 은행 가서 돈 찾나 했더니, 그냥 가까운 월마트 같은 곳에 가면 현금을 찾을 수 있는 구조였다.


Debit card는 주소지와 다른 곳에서 큰 금액을 쓰면 승인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걸 모르고 롤리에 장보러 갔다가 낭패를 겪었는데, 어딘가 여행 가는 경우에는 BoA에 미리 연락해서 승인을 받아 두어야 한다. 문자로 오거나 전화로 연락이 오면 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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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미연시] 7. 아이들 학교
Life in campus | 2016.05.21 10:06

연구년을 오면 골치 아픈 일 가운데 하나가 아이들 학교 문제이다. 한국과 미국의 학기 시작일이 달라서 학사 일정을 맞추기도 어렵다. 주마다 방학이 제각각이라 이런 것도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기왕이면 개학하기 조금 전에 가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우리아들은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니고 있었고, 미국에서는 Kindergarten에 해당하는 나이였다. 우리딸은 한국에서 6학년에 진급하게 되는데, 미국에서는 이미 작년 9월에 6학년이 시작되어서 6학년 중간에 들어가야 했다. 여기서는 K부터 5학년까지가 초등학교, 6학년부터 9학년까지가 중학교에 해당한다.


학군에 해당하는 우리딸 학교에 찾아가서 물어보니, 오늘부터 바로 다닐 거냐고 물어서 당황스러웠다. 각종 행정처리 마치려면 며칠 걸릴 줄 알았는데, 그날 바로 다닐 수 있다니. 그래서 다음 날부터 다니겠다고 하고, 각종 학용품부터 사러 다녔다.


미국은 초등학교가 K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Kindergarten은 우리나라의 유치원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 아들은 영어를 배운 적도 없고, 미국 초등학교가 꽤 엄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대신 preschool에 보내는 게 좋겠다는 조언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preschool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의사소통이 안 되면 받아줄 수 없다고 한다. 또, 화장실 볼일도 혼자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서 그냥 초등학교에 보내기로 했다.


학년 중간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초등학교 입학에 해당하는 일이어서,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기록을 제출하라고 한다. 예방접종은 한국에서 미리 발급 받아 왔는데, NC에서는 수두 예방 접종을 두 번 받아야만 한단다. 한국에서는 한 번이면 되는데. 진작에 알았으면 한 번 더 맞고 올 수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좀 헤맸다. 근처 소아과에 가서 물어보니 비용이 비싼 곳도 있었고, 기존 진단 기록 없으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병원도 있었다. 다행히 보건소에서 무료로 예방 접종을 해 줘서 돈 안 들이고 해결했다.


문제는 건강검진 결과. 이건 기껏해야 애 키 재고, 몸무게 재고, 특정 질환 같은 거 적어주는 게 다인데, 이것 때문에 $100 가까운 돈을 내는 건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다니던 소아과에 검진 양식 보내서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우편으로 받으려면 너무 시간이 걸려서 핸드폰으로 찍어서 전송 받았다. 처음에는 팩스로 받아봤는데, 하필 양식 바탕에 색깔이 있어서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쪽 학교에는 교복이 있었다. 한국과는 달리 색깔만 세 가지 정도 지정되어 있고, 브랜드 드러나지 않는 옷이기만 하면 아무것이나 입어도 된다. 이런 방식이면 부모에게 부담도 덜 할 것 같아서 괜찮은 제도 같다. 매달 마지막 날에는 자유복을 입을 수 있는데, 학교에서 규칙을 위반하면 자유복 입는 자유를 박탈당한다. 규칙을 위반할 때 체벌을 가하는 대신,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도 흥미로운 제도였다.


중학교는 매일 시간표가 일정해서, 운동 좋아하는 우리딸은 매일 체육시간 있다고 완전 좋아했다. 첫 날부터 운동 소녀의 모습을 유감 없이 드러내서 담임 선생님이 감탄하는 메일을 보내왔다. 영어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수학과 체육은 별 문제 없이 잘 따라갔다. 수학은 오히려 내용이 너무 단순하고 선생님 수업도 재미없고 수준이 낮다고 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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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미연시] 6. 차량 구매와 운전 면허
Life in campus | 2016.05.17 13:01

고작 일 년 머물 곳에서 새 차를 살 필요는 없어서 중고차를 사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차에 대해 잘 아는 분께 부탁 드리는 게 좋아서, 염치불구하고 이쪽 대학에 계신 한국 분께 부탁을 드렸다. 이 동네보다는 주도인 롤리(Raleigh) 쪽 중고차가 낫다고 해서 한 시간 반쯤 차를 타고 갔다. 몇 군데 매장을 둘러 보고 차를 고르고 가격 흥정까지 잘 끝냈다. 그런데 결국 차를 못 샀다. 문제는 보험.


차를 사려면 차량 보험이 있어야 한다. 이걸 미리 가입할 수도 없는 게, 차량 보험에 가입하려면 타고 다닐 차량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구매 직전에 보험에 가입해서 그걸로 구매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게 된다. 롤리 쪽에 있는 한국인 보험 에이전시 번호를 받아 두어서 연락을 했더니, 외국인이기 때문에 현지인에 비해 보험료가 네 배 정도라고 말한다. 차량이 급하긴 하지만 이건 금액 부담이 너무 커서, 같이 가신 분도 이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구매를 보류하라고 충고한다. 그래서 차량 구매는 없던 일로.


차는 며칠 이따 다시 보러 가기로 하였다. 당장은 렌트카가 있으니, 이동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운전면허를 따기로 하였다. 미국 주마다 다른데, NC에서는 국제면허로 일 년 동안 운전할 수 있어서 굳이 면허를 따지 않아도 차를 모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 운전면허증이 신분증 역할을 하기에 아무래도 면허를 따는 편이 낫다. 매일 여권을 들고 다니는 게 위험하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면허를 따려면 신청하고 지정된 날짜에 가서 시험을 봐야 하지만, NC에서는 DMV(Division of Motor Vehicles)라는 곳에 가서 필기 시험과 실기를 보면 된다. 한국어 교본도 있다고 해서 알아보러 DMV에 갔더니 그런 거 없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한국어 교본을 받은 사람도 있다고 하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필기 시험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어보러 갔는데, 담당 직원이 인적 사항 확인하고는 갑자기 현미경처럼 생긴 기구를 들여다 보라고 하면서, 보이는 표지판을 설명하라고 한다. 잘 모르는 표지판도 있어서 모르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무슨 표지판인지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표지판 모양과 색깔만 말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게 시력 검사였다. 그러고는 한쪽에 있는 컴퓨터에 가서 필기 시험을 보라고 한다. 얼떨결에 그 자리에 필기 시험을 본 것이다.


필기 시험은 랜덤하게 문제를 보여 주고 올바른 보기를 고르는 형식으로, 25문제 가운데 5개 이상 틀리면 불합격이다. 한국어 교본은 못 구했지만, 시험은 한국어로 볼 수 있었다. 문제 자체는 비교적 상식적이어서 어렵지 않는데, 유효 기간이나 벌점 같은 건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맞히기 어렵다. 나는 마지막 25번 문제를 틀리면서 딱 다섯 문제 틀려서 불합격. 아내는 세 문제 틀려서 합격했다. 다행히 필기 시험은 매일 한 번, 몇 번이든 다시 볼 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 뒤져 보면 한글로 기출 문제 설명해 놓은 사이트들이 있어서 필기 시험은 금방 붙을 수 있다. 나도 며칠 후 다시 봐서 합격했다.


실기 시험은 감독관이 같이 타고 지시대로 도로 주행 한 번 하고 오면 끝이다. 단, 운전을 하려면 차량 보험이 있어야 한다. 차를 아직 못 산 상태라 어쩌나 했는데, 렌트카 보험으로도 실기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이 면허증은 렌트카용이어서 나중에 차를 산 다음에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일반 차량용으로 면허증을 교체해야 한다.


실기 시험은 한국보다 훨씬 쉬워서 내 아내는 한 방에 합격. 생소한 용어라면 좁은 도로에서 유턴하는 방법인 3-point turn 정도인데, 이게 뭔지는 YouTube 같은 데서 찾아보면 된다. 그런데 나는 필기에 이어 실기도 불합격. 다른 것은 별 문제가 없었는데, 교차로에서 잠깐 기다리다가 오른쪽에서 오던 차들이 충분히 멀고 속도도 느려서 그대로 건너갔더니 감독관이 차를 세우라고 했다. 오른쪽에서 오는 차 못 봤느냐고 해서,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는데 이게 실수였다. 실기 시험에서는 STOP 사인, 교차로에서는 무조건 3초 이상 정차. 교차로에서는 양쪽에 차가 아예 안 보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교차로에서 미국인들도 적당히 눈치 보고 건너가던데, 별 생각 없이 따라 했다가 불합격 되었다. 필기와는 달리, 실기 시험은 한 번 불합격하면 일주일이 지나야 다시 시험을 볼 수 있다. 횟수 제한은 없다고. 


면허와 관련하여 기묘했던 일이 있었다. 나는 방문 교수여서 J1 비자, 내 아내는 배우자로 J2 비자인데, DS-2019 확인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나는 실기에 합격해도 면허증 발급이 바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내 아내는 이런 절차가 필요 없어서 바로 발급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초청장 받고, 각종 서류 발급 받아서 온 나는 면허가 바로 안 나오고, 그런 거 없이 배우자로 온 아내는 바로 면허가 나온다는 말이다.


롤리까지 갔다가 결국 못 샀던 차를 다시 알아보았다. 미국에서는 중고차 업체들이 Kelley Blue Book이라는 웹사이트에 매물을 올려 둔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서 미리 원하는 차량 가격을 알아보고 간다고 한다. 우리는 혼다 CR-V를 사기로 했는데, 마침 이쪽 동네 업체에 적당한 물건이 나왔다고 해서 먼저 이쪽 업체부터 가 보았다. KBB에서 본 차량은 좀 문제가 있어 보였는데, 다른 차량이 가격도 적당해서 구매하기로 하였다.


지난 번에 차를 못 샀던 이유가 보험이 너무 비싸서였는데, 그 동안 알아보니 Sunrise라는 에이전시에서 유학생이나 방문 교수를 상대로 싼 가격에 차량 보험을 처리해 주고 있었다. 아는 사람들은 아예 한국에서 미리 가입하고 와서, 바로 차를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저 회사는 중개만 하는 곳이고, 실제 보험은 AIG에서 담당하는 것이어서 업체도 믿을 만하였다. 보험 가입하려면 구매하려는 차량 내역을 보내주고 견적을 먼저 받아야 하는데 미리 가입했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에게 이 정보를 준 유학생은 한국에서 면허가 없었다고 해서 어떻게 미국에서 면허를 땄나 궁금했다. 한국 면허가 없으니 우리처럼 렌트카 보험을 이용할 수도 없고, 차량 보험이 없으면 면허 시험을 볼 수가 없으니 애초에 면허를 딸 방법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차량 보험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운전 가능한 타인으로 잠깐 등록한 다음, 그 보험을 가지고 면허 시험을 본 것이었다. 다행히 일주일 정도 타인 등록하는 건 추가 비용이 없는 보험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미국에서 면허를 딸 사람은 주마다, 보험마다 다른 기준을 미리 잘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


차를 사고 며칠 지나 실기 시험을 보았다. 이번에는 초보스럽게 운전해서 간단히 합격. 나는 제대로 된 차량 보험으로 시험을 봤기에 아내와 달리 바로 정식 면허증을 발급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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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미연시] 5. 집과 차
Life in campus | 2016.05.17 10:52

미국에 도착하여 친구 집에 며칠 묵으면서 집을 보러 다녔다. 사실 친구네 집과 같은 단지에 있는 집이 나와 있어서 그 집으로 가려 했는데, 하필이면 출국 직전에 나가 버려서 새로 집을 구해야 했다.


인터넷으로 보고 한국에서 미리 계약하고 가는 분들도 있던데, 사진으로 보는 집과 실제 집이 너무 다른 데다, 시골 동네이다 보니 집이 부족하거나 집세가 무지막지한 곳도 아니어서 직접 가서 보고 결정하자고 생각하였다. 물론 재워줄 친구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몇 군데 둘러보다 2층짜리 타운하우스가 나와 있어서 가 보니 내부공사중이었다. 앞서 보았던 단독 주택들에 비해 신기할 정도로 환하고 따뜻해서 식구들 모두 마음에 들어했다. 우리 아이들은 미국 드라마에서 보던 "계단 있는 이층집"이라며 좋아했다.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살던 한국 아이들에게야 신기하게 생긴 집일 수밖에. 게다가 이 집은 학군도 좋은 곳이었다. 집을 구할 때 학군을 따져볼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역시 이런 건 현지의 한국 사람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둘러 볼 때는 난방이 고장나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데도 1월말에 춥지 않은 집이었다. 아마 양쪽에 집이 붙어 있어서 열손실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이 동네는 집세가 그리 비싸지 않아서, 집주인에게 아예 12개월치를 한번에 줄 테니 깎아달라고 얘기했다. 미국이란 나라는 저금도 거의 안 하는 곳이라 그런지 이 정도 목돈은 평생에 한 번 만져볼까말까한 수준이라고 한다. 흔쾌히 깎아줘서 비교적 쉽게 집 문제가 해결되었다. 다만 내부 공사에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해서 며칠 호텔에 묵었다. 친구 집에 너무 오래 신세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큰 돈을 직접 주고 받는 일은 별로 없고, 보통 개인 수표를 이용한다는데, 우리는 아직 계좌도 개설하지 않은 상태라 들고 온 현금을 줘야 했다. 큰 돈을 직접 주고 받으면 마약상으로 오해 받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사용하는 방법이 머니 오더(money order)라고 한다. 현금을 들고 큰 마트 같은 곳에 가서 발급 받는 것으로, 은행 대신 마트가 발급하는 자기앞 수표 같은 걸로 생각하면 되겠다.


뉴욕 같은 대도시가 아닌 한, 미국은 자동차 없이는 이동이 전혀 불가능한 곳이다. 며칠 동안 주변 분들에게 신세를 지며 차를 얻어 타고 다녔는데, 호텔에 따로 나와 있으려니 차를 구하는 게 당장 급한 일이었다. 아무 차나 살 수도 없는 일이어서, 우선 렌트카를 계약했는데, 이 비용이 만만찮았다. 차값 자체는 얼마 안 되었는데, 보험이 문제였다. 


렌트카를 몰고 다니는 것 자체는 한국에서 미리 만들어간 국제 면허증을 쓸 수가 있었는데, 차량 보험이 없으니까 렌트카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험에 가입해야 했고, 이 비용이 상당했다. 일주일 정도 차를 빌렸는데, 백만원쯤 나왔으니까. 사실 집 수리를 맡은 업자가 일을 질질 끄는 바람에 호텔 생활 며칠 더 하고, 차도 며칠 더 빌려서 부담이 더 컸다.


입주 직후 인터넷 설치 신청을 했다. 요즘은 전화 대신 채팅으로 상담할 수 있어서 영어 부담을 좀 덜 수 있다. 이 집에는 케이블 티비는 기본 옵션으로 있어서 해당 업체에 TV+전화+인터넷 통합 상품을 신청했다. 전화는 필요없다고 했는데, TV+인터넷만 설치할 수는 없고, 전화는 안 쓰면 비용 청구 없다고 해서 이 상품으로 신청했다. 미국에서는 모든 일처리가 다 느린데, 놀랍게도(?) 신청한 지 이틀 만에 설치 기사가 왔다. 라우터도 빌려준다고 해서 모두 설치했다.


이 인터넷 상품은 30일 동안 350기가만 넘지 않게 쓰면 기본 요금이 청구되는 방식이다. 350기가면  보통 반도 쓰기 힘든 양인데, 한국 방송을 볼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매일 이용했더니 한계에 가깝게 썼다.


핸드폰도 새로 개통했다. 한국에서 쓰던 폰을 살려 쓰고 싶었으나, 이상하게도 내 아이폰4는 유심을 사서 끼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분명히 컨트리락 풀려 있다고 확인하고 들고 왔는데도. 일단 아내는 싼 안드로이드폰을 하나 샀고, 나는 며칠 동안 웹사이트 뒤져서 아이폰6 언락폰을 하나 샀다. 아내와 나 둘 다 요금은 straighttalk에서 제공하는 $45짜리 무제한 통화, 무제한 문자,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하였다. 매달 카드 사서 동전으로 PIN 번호 긁고 입력하는 불편이 있기는 하지만, 여행 다니거나 하려면 아무래도 데이터를 많이 쓰게 될 것 같아서 가장 적절한 방안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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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미연시] 4. 출국
Life in campus | 2016.05.17 10:35

내가 가려던 대학이 미국 동부 시골에 있다 보니, 비행기 표부터가 큰 문제였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서 가는 거야 비행기가 많은데, 김해공항에서 출발해서는 가는 항공편은 아무래도 편수가 적었다. 다행히 구글에서 출발 공항과 도착 공항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항공편을 보여줘서 표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여행사에 물어보기도 했는데, 오히려 자기들은 그런 항공편이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검색 방법을 우리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항공편 요금이라는 게 워낙 천차만별인데, 우리는 다행히 J1 비자 대상자 할인 상품이 있어서 그걸로 항공권을 살 수 있었다. 1인당 100만원이 안 되니까 굉장히 싼 편이었다. 대신 귀국 항공편은 아직 개설되어 있지 않아서 편도로 구매하였다. 왕복이 조금 더 싸다지만, 이번 경우는 편도 자체가 워낙 싸서 그냥 이걸로 샀고, 귀국 일정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였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돌아갈 때는 짐 미리 부치고 서부에서 여행하다가 귀국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미리 귀국 표 안 사기를 잘 했다.


사실 항공권을 사고 나서 뒤늦게 걱정스러운 일이 있었다. 시카고(Chicago) 오헤어 공항에 도착하여 국내선으로 갈아 타야 하는데, 다음 항공편까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비행기가 연착하거나 하면 아주 골치 아픈 상황이 되는 것이었다. 입국 심사에, 짐 찾아 다시 부치는 것만으로도 정신 없을 텐데, 공항까지 무진장 큰 곳이었으니. 거기에 1월말에 눈폭풍이 올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진짜로 걱정이 되었다. 미국 입국 때 소지하고 있는 현금을 신고해야 한다고 해서 이것도 걱정이 되었다. 만약에 이것 때문에 몇 시간 붙들려 있기라도 하면 다음 항공편에 줄줄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다행히 도착하던 날 시카고에 눈폭풍이 오지도 않았고, 현금 신고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어서 바로 비행기를 갈아타러 갈 수 있었다.


출국 준비를 하면서 고민스러웠던 것 가운데 하나는 집 문제였다. 가재도구 방 하나에 몰아넣고 세 준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고작 1년이니 세를 주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집에 있는 책만 해도 방 하나에 다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비워두고 양가 어머니들께서 한번씩 둘러 보시도록 부탁 드렸다.


차도 문제였는데, 내 차와 아내 차 둘 다 연식은 좀 되었지만 많이 뛴 차가 아니어서 중고로 팔고 가기는 좀 억울했다. 당장 공항 갈 때도 짐 때문에 큰 차가 필요한 상황이라, 팔지 않고 1년 동안 그냥 두기로 했다. 차라는 물건이 사용하지 않고 오래 그냥 두면 못 쓰게 되는지라, 장모님께 일주일에 한번씩 몰고 다녀 주십사 부탁 드렸다. 그래서 장모님은 차 세 대를 굴리는  차 부자가 되셨다.


짐 싸는 것도 큰 문제였다. 일 년 동안 있으려니 식구들 사계절 옷을 다 싸들고 가야했다. 처음에는 진공팩을 사서 옷을 꽉꽉 쌓아 넣었는데, 이렇게 했더니 가방에 많이 넣을 수는 있는데, 대신 무게가 너무 나갔다. 수하물 추가 요금 안 물려고 다시 짐을 싸 보니, 결국 진공팩은 아무 필요가 없었다. 완충용으로 수건이랑 옷들을 틈새에 끼워 넣었더니, 나중에는 어느 가방에 무슨 짐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아무튼 이런 큰 가방에는 연락처 잘 붙여 놓아야 하고, 1/5, 2/5, ..., 5/5 식으로 번호표를 붙여 놓는 게 좋다. 나중에 공항에서 짐 찾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짐이 몇 개였는지도 헷갈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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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미국 올랜도 여행
Ordinary Life | 2016.04.19 02:11

부활절 방학을 틈타 미국 올랜도(Orlando)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 계획은 3월 25일 금요일에 출발하여 4월 3일 일요일에 돌아오려 하였으나, 힘들어서 일정을 며칠 연장하여 4월 4일 월요일에 돌아왔다.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놀러가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간단히 정리해 둔다. 귀찮아서 사진은 차차 추가. ㅋ


3월 25일(금) - 출발


연구년으로 머물고 있는 노스 캐롤라이나 그린빌(Greenville, NC)에서 플로리다 올랜도(Orlando, FL)까지는 운전해서 10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서울-부산 거리의 두 배가 넘는 먼 거리여서 운전도 걱정이고 애들까지 있어서 넉넉잡고 이틀에 간다고 생각하고 출발하였다.


플로리다 숙소는 International Drive에 있는 Hawthorn Suites by Wyndham으로 3월 27일(일)에 체크인, 4월 2일(토)에 체크아웃하는 일정으로 잡았다. 마침 아는 분이 플로리다 놀러갈 때마다 애용하는 호텔이라며 소개해 주시고, 핸드폰 통신회사 포인트로 예약해 주셔서 싼 값에 구할 수 있었다.


돈만 많으면 디즈니월드 안에 있는 리조트를 가는 게 가장 좋겠지만, 한 푼이 아쉬운 우리로서야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먼 길이기도 하고, 중간에 여러 도시들도 있어서, 조지아 서배나(Savannah, GA)에 들러 잠깐 구경하고 하룻밤 자고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날 차가 엄청나게 막혀서 서배나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이었다. 원래 I-95 고속도로를 타고 주욱 내려가면 되는데, 내비게이션 앱인 Waze를 보니 사용자들마다 길 막힌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Waze 사용자들의 글을 보니, 무슨 사고가 나거나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차가 많아서 막힌 것이었다.


중간에 잠깐 쉴겸 애들 간식 먹인다고 고속도로를 빠져나가서 리젤런드(Ridgeland)에 차를 세우고 Waze를 살펴보니, I-95로 플로리다는커녕 서배나에 들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하이웨이 17로 바꿔 탔다. 이 도로는 I-95와 한동안 나란히 달리는 도로여서, 왼쪽 수풀 너머로 도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비교적 잘 달리는데 I-95는 아예 차들이 서 있었다.


서배나에 도착한 시각이 거의 8시여서 시내 관광은 포기. 중간에 booking.com 앱으로 싼 호텔을 예약했는데, 별 두 개짜리라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었다. 하룻밤만 자면 되니까 별 문제는 아니었지만, 투숙객이 우리뿐인지, 제법 큰 호텔 단지 안에 주차된 차가 우리 차뿐이었다. 황량해서 좀 무서웠다.


3월 26일(토) - 디즈니월드 엡콧


아침에 일어나 보니 호텔 단지 안에 차가 아주 많았다. 아마도 I-95가 워낙 막혀서, 밤 늦게 서배나에 급히 하룻밤 묵으러 온 투숙객이 많았던 것 같다. 아침 7시에 조식을 준다고 하는데, 올랜도 도착이 늦을 것 같아서 7시전에 출발했다. 밥솥을 갖고 다녀서 미리 해 놓은 밥으로 아침을 떼웠다.


서배나에서 디즈니월드까지 4시간 반쯤 걸리는 거리여서, 중간에 쉬었다 가는 것까지 생각하면 일찍 도착해도 오후 1시쯤에야 도착하게 된다. 디즈니월드 테마파크 가운데 엡콧(Epcot)이 가장 작아서, 첫날은 오후에 여기를 갈 예정이었다. 디즈니월드는 길게 머물수록 표의 단가가 싸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긴 일정으로 표를 끊는 것이 좋다.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하고 갈 생각이었으나, 미국에 계신 분들 얘기로는 그럴 필요 없고 그냥 근처 월마트(Walmart)가면 조금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 그게 낫다고 한다. 그래서 표는 미리 사지 않고 엡콧 근처에 있는 월마트에 가서 표를 샀다.


디즈니 테마파크가 4개(매직 킹덤, 엡콧, 할리우드, 애니멀 킹덤)이고 워터파크가 2개(타이푼 라군, 블리자드 비치)여서 이것들을 연계하여 구매할 수 있다. 사실 3월에 워터파크를 갈 만할지 의심스러웠는데, 올랜도 도착해서 차를 내리니 전혀 문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여름 날씨였다. 월마트에서는 테마파크 4개+워터파크 4회 이용권을 권하는데, 일정상 8일 모두 이용하기는 어려워서 테마파크 4개+워터파크 1회로 구매하였다. 약간 할인이 되기는 하지만 그리 큰 차이니 아니니 온라인으로 미리 구매해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루에 여러 테마 파크를 갈 수 있는 Hopper 표도 있는데, 하루에 두 개 이상의 테마 파크를 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 그냥 하루에 한 군데 가는 표를 사는 게 낫다.


마침 우리 앞에서 한국인 일행이 표를 사고 있었는데, 디즈니월드만 다섯 번째 오는 거라고 한다. 제대로 보려면 테마파크 하루 구경하고 그 다음날 하루 쉬는 식으로 8일 동안 테마파크 네 개를 봐야 한다고 하는데, 지나고 보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이 분 말씀으로는 엡콧은 오후에 가도 충분할 뿐더러, 오후에 가면 사람이 적어서 오히려 보기 편하다고 한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해서 비옷도 사고 몇 가지 필요한 물품을 사고 나니 거의 3시였다. 디즈니월드 입구를 들어가니 주차비 $20를 내야했다. 디즈니 리조트 투숙객은 주차비 공짜. 엡콧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표를 보여주고 지문 등록한 다음 들어가니 짐 검사를 한다.


올랜도 여행을 가기 전에 디즈니월드에 대한 글들을 읽어 보니, 할인표 가운데 5일짜리를 3일만 쓰고 2일분 남은 표 같은 걸 팔기도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입장할 때 지문 확인하고 들어가니까 이런 표는 사면 안 된다.


짐 검사하니까 음식물 반입 안 된다며, 입구에서 음식물 압수 당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가방 안에 잘 숨겨갔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음식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입 금지 항목에도 음식물은 없다. 원래는 음식물 반입이 안 되었는데 몇 년 전에 이 문제로 소송이 걸려서 놀이공원 쪽이 졌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물 반입은 OK. 다만 위험하니 유리병은 곤란한 것 같다. 짐 검사는 결국 각종 무기류나 위험물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검사를 대충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디즈니월드에는 셀카봉을 가져갈 수 없다. 아마 전시물을 가까이 찍으려다 파손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듯하다.


입장하자마자 유모차($15) 빌리고 1st visit 배지를 하나씩 받았다. 디즈니월드에서는 관람객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배지를 나누어 준다. 별것 아니지만 아이들은 아주 좋아하는 선물이 되었다. 테마파크에서 유모차는 필수이다. 애들이 쉽게 지치기 때문에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기도 해야 하고, 짐도 싣고 다닐 수 있다. 물병을 꽂을 수 있는 주머니도 있다. 다만 짐을 넣을 수 있는 큰 주머니 같은 게 없어서 가방 손잡이에 걸고 다녀야 했다. 그러다가 우리아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면 유모차는 그대로 넘어지고...


놀이기구를 타거나 체험 활동을 하러 갈 때는 유모차를 지정된 곳(stroller parking)에 주차해 놓고 가야 한다. 짐들을 저렇게 둬도 되나 싶은데, 아무도 훔쳐 가지 않으니까 귀중품만 아니면 그냥 유모차에 실어서 두고 가도 된다. 가끔 유모차 주차 장소를 몰라 유모차 많은 곳에 세워 두고 갔다왔더니 사라져서 놀라는 일도 있었다. 직원들이 알아서 지정 장소로 옮겨 놓은 것이다.


디즈니월드 엡콧은 다른 곳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그 대신 둘러보기는 훨씬 좋다. 세계 각국의 건물과 물품으로 꾸며 놓은 월드 쇼케이스(World Showcase)가 생각보다 볼 만했다. 폭우가 여러 차례 퍼붓는 바람에 제대로 다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놀이기구는 많이 타보지 못했는데, 퓨처 월드에 있는 우주선 체험 프로그램인 Mission: SPACE는 꼭 한번 해 볼만한 것 같다. 강도에 따라 Green과 Yellow가 있는데, Green이 생각보다 밋밋하다는 글을 봐서 네 식구 모두 Yellow로 갔다. 우리집 막내는 만 여섯 살에 한 달 모자라는데도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었다. 이 놀이기구는 자신이 우주비행사가 되어 우주선을 타고 화성에 가서 착륙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설명과 지시는 CSI 뉴욕의 맥 반장인 게리 시니스(Gary Sinise). 우주선 발사 장면에서 중력(G-force) 체험을 할 수 있다.


먹을 거리를 많이 싸들고 오지 못해서 저녁은 엡콧 안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다. 맛은 아주 좋았는데 가격은...


엡콧의 마지막은 밤 9시에 하는 불꽃놀이. 엡콧 가운데에 있는 호수 둘레로 커다란 지구본이 돌면서 여러 영상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엡콧에 간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명물.


3월 27일(일) - 디즈니월드 워터파크 타이푼 라군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다. 조식 부페는 규모는 작아도 과일도 있고 그런 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는 와플이 있어서 아주 좋았다. 와플 기계를 하나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우리가 묵은 Hawthorn Suites는 객실에 주방이 있어서 점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준비해 온 멸치볶음과 김치볶음으로 주먹밥 만들어서 들고 갔다. 디즈니월드 안에 있는 식당들이 워낙 비싸서 이런 식으로 주먹밥 만들어서 들고가는 게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식당 들어갈 필요도 없고, 줄 서 있는 도중에 먹을 수 있으니 여러 모로 편리하다.


원래 계획은 디즈니월드의 상징과도 같은 매직 킹덤(Magic Kingdom)을 가는 것이었으나, 워터파크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우리딸이 하도 졸라서 타이푼 라군(Typhoon Lagoon)으로 갔다. 여기는 다른 테마파크보다는 규모가 작다. 여기는 유모차 대신 라커를 빌려야 한다. 화장실에 있는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모래사장에 있는 의자에 짐을 올려 풀었다. 베드면 누워 있기도 좋을 텐데, 일찌감치 다 차지해 버려 의자밖에 구할 수 없었다.


이곳은 태풍이 몰아친 남태평양의 작은 산호초를 무대로 꾸민 곳이어서, 곳곳에 뒤집어지거나 부서진 배 모양으로 꾸며 놓은 장식이 많다. 특히 산꼭대기에 올라 앉아 있는 배는 일정한 시간마다 굴뚝에서 물을 내뿜는다. 우리나라 캐러비안 베이처럼 커다란 파도가 치고, 워터파크 둘레로 길게 유수풀이 있어서 튜브 타고 둥둥 떠다니기만 해도 좋다. 물 뿜는 배가 있는 산꼭대기 쪽에는 튜브 타고 내려오는 놀이기구가 있었다. 우리집 막내에게는 좀 무섭지 않을까 싶었는데, 재밌다며 여러 번 타고 놀았다.


파도는 꽤 크게 쳐서, 수영장 가장자리에 있어도 파도에 휘청거릴 정도였다. 우리딸도 방심하다가 되돌아가는 파도에 넘어져서 무릎이 다 까졌다. 다행히 First Aid에 가면 무료로 밴드 에이드를 줘서 그걸로 응급처치할 수 있었다.


타이푼 라군을 가 보니, 다른 워터파크인 블리자드 비치도 가 보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워터파크 1회분 표만 끊었으니... 이걸 따로 돈 내고 가려면 너무 부담이 커서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다시 디즈니월드에 간다면 2주 기간으로 테마파크 4곳 + 워터파크 4회 이렇게 표를 사는 게 좋겠다 싶었다. 중간에 며칠은 호텔에서 쉬고.


워터파크는 6시에 문을 닫아서 5시 조금 넘어 정리하고 나왔다. 화장실에 샤워장과 탈의실이 있어서 대충 씻고 옷 갈아입고 나왔다. 저녁을 어찌할까 하다가 비교적 평판이 좋은 한국 식당인 신정(Shin Jung)에 갔다. 꽤 유명한 곳인지 삼겹살 구워서 상추에 싸먹는 외국인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돌솥비빔밥, 오징어 볶음, 비빔냉면을 시켰다. 냉면은 좀 별로였는데, 매운 것 좋아하는 우리딸은 맛있다며 잘 먹었다.


3월 28일(월) - 디즈니월드 매직 킹덤


디즈니월드의 상징인 매직 킹덤(Magic Kingdom)에 갔다. 개장 시각에 맞춰 가봤자 인파가 너무 몰린다고 해서, 아예 느즈막히 일어나 점심 준비까지 다하고 나왔다. 저녁 무렵에는 사람들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어트랙션 타기는 오히려 쉽다고 한다. 신데렐라 성 앞에 있는 월트 디즈니(Walt Disney)와 미키 마우스 동상 앞에서 가족 사진 찍고 조금 있으니 신데렐라 성에서 디즈니 캐릭터들이 멋진 공연을 하였다.


디즈니월드는 예약하면 줄 안 서고 입장할 수 있는 FastPass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번에 세 군데까지 등록 가능하다. 예전에는 가족들이 줄 서 있는 동안 아빠가 인기 어트랙션(attraction)을 돌아다니며 FastPass 표를 받아왔다는데, 요즘은 핸드폰 앱이 있어서 간단하게 등록 가능하다. 문제는 인기 있는 어트랙션은 진작에 FastPass가 차버려서, 당일에 예약이 불가능하거나 오후 늦게야 예약 가능한 경우가 많다. 매직 킹덤도 워낙 인기 있는 곳이라 FastPass를 제대로 써먹기 어려웠다.


사실 우리딸은 Splash Moutain이라는 flume ride 종류를 타고 싶어했는데, 이런 종류는 워낙 인기가 있어서 FastPass 예약은 엄두도 못 내었다. 앱에서는 어트랙션을 하나 정도 고르면 앱에서 자동으로 예약 가능한 세 개를 추천해 주는데, 나중에 보니 한번 예약한 다음에도 계속 재신청할 수 있었다. 자꾸 시도하다 보면 원하는 어트랙션에 여유가 잠깐 생기기도 한다. 이러다가 기껏 잡아놓았던 예약을 날릴 수도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때는 잘 몰라서 Splash Moutain은 예약하지 못했다. Splash Moutain과 함께 매직 킹덤에서 가장 대기 시간 긴 어트랙션이 Seven Dwarfs Mine Train이 매직 킹덤에서 가장 대기 시간이 긴 두 어트랙션이다.


매직 킹덤은 워낙 규모가 큰 곳이라, 이곳에 있는 모든 어트랙션, 모든 공연, 모든 전시물을 하루에 구경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 가족도 어트랙션 위주로 돌아다니다 보니 공연을 많이 보지 못한 게 아쉽다.


많이 타보지는 못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어트랙션은 Tomorrowland Transit Authority PeopleMover. 열차를 타고 매직 킹덤의 Tomorrowland 구역을 둘러보는 것인데, 속도감도 있고 공중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어서 볼거리도 많았다. 어린 아이들도 탈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저녁 9시. 유명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엡콧 불꽃놀이도 멋있었지만, 매직 킹덤 불꽃놀이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보다가 눈물이 글썽할 지경. 이런 불꽃놀이를 매일 하다니, 디즈니월드는 정말 놀라운 곳이었다.


매직 킹덤은 자정까지 열어서 늦은 밤에도 사람이 많았다. 불꽃놀이 다음에도 여러 행사들이 있어서 우리 가족도 문 닫을 때까지 구경하다 나왔다. 숙소에 도착하니 1시가 넘었다.


3월 29일(화) - 디즈니월드 할리우드 스튜디오


디즈니월드 할리우드 스튜디오(Hollywood Studio)에 갔다. 하루 종일 비가 온 데다 기온까지 뚝 떨어져서 무척 힘들었다. 엡콧에 갔을 때는 천둥번개에 폭우가 내리기는 했지만 그리 춥지는 않았는데, 이 날은 많이 힘들었다. 여기는 영화와 관련된 여러 공연을 하는 곳이다.


가장 유명한 곳은 Indiana Jones Epic Stunt Spectacular. 인디애나 존스의 명장면들을 실제 촬영 현장처럼 보여주는 공연이다. FastPass로 예약하려고 했더니 오후 늦게로나 가능하였다. 그래서 다른 것들로 예약하고 나서 혹시나 싶어 공연장 앞 직원에게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물었더니 "Right now."라고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식구들 불러서 들어갔더니, 객석은 이미 다 차서 뒤에 서서 봐야했다. 그러니까 정해진 공연 시작 시각이 지나도 입장은 할 수 있었다. 다들 뒤에 있는 화단에 앉아서 공연을 보았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스턴트 프로그램은 꼭 보라고 하던데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


이 다음 몇 군데 더 둘러보다가 자동차 스턴트 쇼인 Lights, Motors, Action을 보러 갔다. 자동차 경주장 관람석처럼 생긴 엄청나게 큰 관람석에 사람이 꽉 찰 정도였다. 정말로 눈을 뗄 수 없는 멋진 쇼였다. 웃기는 장면도 많았고. 아쉽게도 2016년 4월 2일로 종료되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잘 봤는데, 이후로 비가 너무 오고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비 피하려고 들어갔던 기념품점에서 한국인 인턴 직원을 만났다.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학생으로 학교에서 디즈니와 맺은 협약으로 인턴십 과정을 온 것이라고 한다. 올랜도의 여러 놀이공원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디즈니월드에서 팔리는 팝콘 양이 어마어마하다면서, 팝콘 판 돈으로 불꽃놀이하는 거라고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일사병으로 실려나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면서 3월-5월이 가장 좋을 때라고 한다.


비는 멈출 기미가 안 보이고, 날씨는 춥고, 몸도 안 좋고, 우리 애들이 예전 영화를 아는 것도 아니어서 5시쯤 일찍 나왔다. 날씨만 좋았어도 몇 군데 더 보고 왔을 텐데 아쉬웠다. 특히 스타워즈 관련 어트랙션은 하나도 못 봤다.


3월 30일(수) - 디즈니월드 애니멀 킹덤


디즈니월드 애니멀 킹덤(Animal Kingdom). 동물원이야 한국에도 있으니 여기를 거르고 다른 테마 파크를 한번 더 갈까 생각도 했으나, 그래도 애니멀 킹덤이 꼭 가 볼 만하다고 하여 결국 네 군데 테마 파크를 모두 가게 되었다. 이번에도 유모차를 빌리면서 보니, 연속으로 빌리는 경우 할인 혜택이 있는 것 같다. 진작에 좀 알려주지.


롤러코스트를 타고 싶다던 우리딸 소원에 따라 Expedition Everest를 타러 갔다. 대기 시간 80분. 줄서있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티벳 분위기로 대기실을 꾸며 놓았다. 이런 걸 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었다. 그 동안 아내는 아들 데리고 뮤지컬 Finding Nemo 공연 관람. 꼭 한번 볼 만하다고 한다.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Expendition Everest를 탔는데...... 완전 무서웠다. 겁많은 우리아들은 절대 못 탈 듯.


애니멀 킹덤에서 꼭 봐야 하는 Kilimanjaro Safaris에 갔는데, 대기 시간이 150분. 싸들고 간 주먹밥을 먹으며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혹시나 싶어 FastPass를 계속 시도했더니 갑자기 15분 후에 열리는 Kilimanjaro Safaris가 떴다. 게다가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던 Dinosaur와 Festival of Lion King까지. 다른 테마 파크에서도 갱신을 계속 해 볼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이미 한 시간 가까이 줄을 서 있던 상황이라 할 수 없이 줄을 거슬러 밖으로 나갔다. 유모차까지 끌고 되돌아 나가려니 힘들었다. 겨우 FastPass 출입구에 도착했더니, 예약한 시각이 되려면 아직 5분 남았다며 입장 불가. 다행히 선임인 듯 보이는 다른 직원이 허락해 줘서 우리 가족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었다.


애니멀 킹덤은 우리나라 동물원과 달리 그냥 돌아다녀서는 동물을 볼 수 없고, 사파리 같은 프로그램을 따로 이용해야 한다. 디즈니월드답게 아주 큰 규모로 기린, 코끼리, 사자, 하마 등등을 실컷 볼 수 있었다. 역시 애니멀 킹덤의 명물이라 할 만했다.


Kilimanjaro Safaris를 나와서 Wildlife Express Train을 타고 애니멀 킹덤에서 뚝 떨어져 있는 구역으로 갔다. 여기서는 아이들이 동물 관련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예약되어 있는 Dinosaur 일정 때문에 모든 체험을 마치지는 못했다. 체험 활동하면서 받은 작은 책자를 보니, 애니멀 킹덤 군데군데 있는 체험 활동을 하면 스티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보이는 아이들마다 손에 책자들 들고 우르르 몰려 다니던데, 그게 바로 스티커 받으려고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어트랙션이고 뭐고 다 제쳐 놓고 스티커 받으려고 돌아다녔다.


마지막으로 예약해 놓은 Festival of Lion King 6시 공연을 보러 갔다. 한 마디로 끝내줬다! 우리 딸도 완전 감동했기에 물어봤다. 만약 디즈니월드 딱 하루만 더 갈 수 있다면, 워터 파크를 갈래, 애니멀 킹덤에서 이 공연 한번 더 볼래? 운동 좋아하고 수영장 좋아하는 우리 딸이라 바로 워터 파크라고 답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즉답을 못하고 고민을 한다. 그러더니 이 공연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애니멀 킹덤은 6시 30분에 폐장이어서 공연이 끝나고 나와서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숙소에서 밥으로 해결.


3월 31일(목) - 휴식


결국 아내가 몸살이 났다. 하루 종일 호텔에 죽치고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는 작은 수영장이 있어서 애들은 그곳에서 하루종일 놀았다. 옆에 있는 온수 월풀도 좋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할리우드 스튜디오 갔던 화요일 하루 동안 숙소에서 쉬는 게 나았겠다 싶었다. 디즈니월드 표는 연속해서 갈 필요는 없고, 2주 안에 아무 날이든 4+1로 가기만 하면 된다.


다음 날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를 가기로 했다. 표를 살겸 월마트에 갔는데, $25짜리 유모차를 팔고 있었다. 디즈니월드에서 유모차 비용으로 $15x4=$60를 썼는데, 차라리 싼 유모차를 하나 사도 될 뻔했다. 물론 이 유모차는 너무 작고 가벼워서 우리 막내를 앉히기도 조금 어려웠고 짐 걸고 다니기도 불편해 보였다. $50 정도에 파는 조금 큰 유모차도 있었는데, 이 유모차는 접어도 덩치가 있어서 되돌아갈 때 차에 싣기가 좀 어려웠다. 고민 끝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는 그냥 유모차를 빌리기로 했다.


표를 사러 갔더니, 저녁 9시까지만 판매한다며 문을 닫은 상태였다. 10분 차이로 표를 못 샀다. 그래서 숙소에 돌아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홈페이지에 가서 보니, 미국 거주인에 한해 2+1 표를 팔고 있었다. 가격은 2일권과 같으면서, 3일째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서 사실상 3일권과 같다. 이런 표는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것 같다.


원래는 목요일+금요일 이틀 동안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고, 토요일에 체크아웃하려 했으나, 목요일 하루를 쉬어서 일정을 바꾸어야 했다. 금요일+토요일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고, 일요일에 표가 아까우니 하루 더 가고 월요일 체크아웃하는 일정이 되려면 이틀 더 묵을 수 있게 숙소를 변경해야 했다. 프론트에 물어보니 가격이 장난 아니다. 하루 종일 알아보다가 결국 $76에 토요일+일요일 묵을 수 있는 숙소를 구했다. 호텔은 Rodeway Inn Maingate. 아이들은 월요일 하루 결석하게 되었다고 담임 선생님들께 메일을 드렸다.


4월 1일(금) - 유니버설 스튜디오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두 개의 테마 파크로 되어 있다. 먼저 주차비 $20를 내고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가면 시티 워크(City Walk)라는 구역이다. 여기는 따로 입장료를 받는 곳은 아니면서 식당들도 많고 걸어다니며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시티 워크를 지나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두 테마 파크로 가는 다리가 나온다. 그 가운데 인기 있는 곳은 해리 포터(Harry Potter) 어트랙션이 있는 Islands of Adventure.


여기도 입장할 때 소지품 검사를 한다. 음식물 반입은 당연 OK. 유모차를 빌리면서 물어보니, 여기는 여러 날 빌리다고 해서 할인해 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바로 해리 포터 구역으로 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디즈니월드보다 표가 조금 싸지만, FastPass에 해당하는 Express Pass가 유료다. 디즈니월드 FastPass처럼 막 바꾸기도 어려워서 Express Pass는 하나도 안 샀다.


한참을 걸어가니 호그와트 성이 나타났고, 가장 유명한 어트랙션인 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를 기다리는 긴 줄이 보였다.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호그와트 성 안에 여러 볼거리를 갖춰 놓았다. 이 놀이기구는 해리 포터를 따라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으로, 급격한 움직임이 많아서 모든 짐을 라커에 넣어 놓고 타야 한다. 우리 아들 키가 기준 미달이라, 나와 딸이 먼저 타러 가고, 아내와 아들은 그 동안 다른 놀이기구를 타러 갔다.


완전 재미있는 어트랙션이었다. 우리 딸이 한번 더 타자고 해서, 이번에는 네 식구가 다 같이 줄을 섰다. 먼저 탈 때에 비해 줄이 훨씬 길었다. 한참을 기다려 승강장에 도착하니, 직원이 키를 재 보고 우리 아들은 탈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child swap에서 나와 아들이 함께 기다리고 그 동안 아내와 딸이 타기로 했다. child swap은 아이가 너무 어린 경우, 부모 가운데 한 명은 애를 보고 한 명은 놀이기구를 탄 다음, 부모가 바꾸어서 탈 수 있게 해 주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애들 때문에 부모가 못 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제도는 꽤 합리적으로 보인다. 다만 이걸 모르고 아내와 딸이 나가버리는 바람에 연락이 안 돼서 좀 난감했다. 휴대폰을 내가 다 맡아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_-;


간신히 다시 다 만나서 다른 곳 구경을 다녔다. 헐크 같은 만화주인공들을 모아 놓은 거리도 멋있었다. 스파이더맨이 나오는 어트랙션인 The Amazing Adventures of Spider-Man을 탔는데, 이게 아주 대박 재미있었다. 타고 있는 기구 자체는 많이 움직이지 않는데, 각종 효과를 이용하여 추락하는 착시 효과 같은 걸 잘 구현한 놀이기구였다. 재미있어서 한 번 더 탔다.


날씨는 해가 쨍하고 더워서 아이들은 water ride 종류를 타고 싶어 했다. 세 종류가 있었는데, 모두 인기 많아 줄이 길었다. 먼저 탄 것은 Popeye & Bluto's Bilge-Rat Barge. 미리 알아보니 물이 엄청나게 튀어서 홈빡 젖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올랜도 도착하던 날 샀던 비옷을 입고 탔다. 가방은 보트 가운데 있는 칸막이에 넣고 비닐 덮개를 씌우는 걸로 충분했다. 과연 물이 어마어마하게 튀었다. 아니 그냥 퍼부었다. 같은 보트를 탔던 부부가 있었는데, 그야말로 퍼붓는 물에 완전히 젖었다. 그냥 옷 입은 채로 물 속에 머리까지 들어갔다가 나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식구는 비옷 덕분에 거의 젖지 않았다. 다만 신발은 어쩔 수 없었다. 샌들을 신고 왔어야 하는데, 미처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비옷으로 발을 잘 덮고 타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젖은 신발을 신은 채로 나와 화단에 걸터 앉아 점심을 먹었다. 양말을 벗어서 널어 놓았지만 도저히 다 마를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밥 먹고 바로 다음 water ride인 Dudley Do-Right's Ripsaw Falls로. 여기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flume ride 종류이다. 그런데 보트가 낙하하는 곳이 무시무시했다. 비명을 지르고, 사방으로 물이 튀고, 물벼락 맞고. 여기도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세 번째 water ride는 Jurassic Park River Adventure. 그 유명한 쥐라기 공원을 water ride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큰 보트를 타고 수로를 따라 가며 주변의 공룡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쥐라기 공원을 둘러보는 것 같아 완전 흥분되었다. 조금 지나니 공룡들이 탈출했다면서 비상 상황을 알리고 공룡들을 피해 보트가 마구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정면의 티라노사우르스를 향해 올라간 보트가 급전직하.


세 가지 water ride 가운데 이게 가장 재미있었다. 그래서 한번 더 타러 갔는데, 우리 아들은 무섭다며 못 타겠다고 해서 나랑 child swap에서 대기. 아내와 딸만 한 번 더 신나게 타고 왔다. 이 기구는 물을 덮어 쓸 정도는 아니어서 비옷 입지 않고도 탈 수 있다.


디즈니월드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스턴트 공연을 재미있게 봤기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하는 공연인 The Eight Voyage of Sindbad Stunt Show를 보러 갔다. Poseidon's Fury는 별로라고 해서 이 공연을 보런 간 것인데, 이것도 기대보다는 재미없었다.


우리 아들이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닥터 수스(Dr. Seuss)의 책을 공부했는데, 마침 이곳에는 닥터 수스의 작품을 주제로 한 구역이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와 사건들을 묘사한 어트랙션들은 어른들도 즐길 만한 것들이었다. 특히 If I Ran The Zoo은 숨어 있는 캐릭터를 찾으면 물을 뿌리면서 나타나는 등,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다. 대낮에 왔으면 물놀이도 하면서 좋았을 것 같은데, 하필 해 지고 난 저녁이라 아이들 감기 걱정에 마음껏 놀게 할 수가 없었다. 어린 아이들이 있다면 강추하는 어트랙션.


폐장 시각인 저녁 9시가 되어 다시 시티워크로 나왔다. 아침과 달리 북적이는 인파, 거리 공연, 쿵쾅거리는 음악, 완전 흥겨운 거리였다. 여기는 Bubba Gump Shrimp Co.라는 식당이 유명하다는데 예약 안 하면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해서 통과.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에 나온 에피소드에서 이름을 딴 식당이다. 사실 날이 더워서 저녁으로 싸 간 밥이 약간 쉬어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저녁을 먹이지 못해서 식당에 가서 야식을 먹이나 어쩌나 고민하던 중이었다. 결국 다들 지쳐서 일단 숙소로.


4월 2금(토) - 유니버설 스튜디오스 플로리다


불행히도 날씨는 비. 오늘 하루는 쉬고 내일 하루만 가는 게 좋겠다 싶었으나, 더 불행하게도 숙소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 체크인 가능한 오후 4시가 될 때까지 들어가 있을 곳이 없었다.


할수없이 호텔에서 체크아웃. 짐을 바리바리 다시 싣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또 다른 테마 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스 플로리다(Universal Studios Florida)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시티워크. 어젯밤의 흥겨움은 어디로 갔는지 아침에는 조용한 거리에 테마 파크를 향해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만 가득하였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도 해리 포터를 주제로 한 다이애건 앨리(Diagon Alley)와 그린고트 은행(Grigotts Bank). 그런데 비가 너무 와서 중간에 Shrek 4-D를 먼저 보러 갔다. 며칠 동안 비옷을 입었더니 식구들 비옷이 다 조금씩 찢어져 있었다. 특히 내 비옷은 거의 산산조각 수준이라 이게 비옷인지 비닐 조각인지 구별이 안 되는 수준. 새로 사고 싶어도 테마 파크 안에서 파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로고가 찍혀 있는 비옷이 무려 $10이나 돼서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테이프 같은 걸 챙겨 갔으면 수선 좀 해서 쓸 수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슈렉은 꽤 재미있었다. 3D 안경 쓰고 실감나는 체험을 했다. 해리 포터를 향해 가다가 다시 중간에 있는, 영화 미이라를 주제로 한 Revenge of The Mummy를 탔다. 우리 아들 키가 안 돼서, child swap에서 아이랑 대기했다가 아내랑 바꿔 탔다. 덕분에 우리 딸은 두 번 탔다. 전날 탔던 해리 포터보다 더 재미있었다. 비가 와서 날씨가 좀 추웠는데, 이 어트랙션 중간에 불을 뿜을 때 따뜻해서 더 좋았다.


애들이 춥고 배고파 해서 식당에 들러 간단히 요기를 했다. 아무리 먹을 거리 챙겨 온다고 해도 이런 테마 파크 돌다 보면 식당 한 번 정도는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해리 포터 주제 구역에 도착했는데 입구가 잘 안 보였다. 다이애건 앨리(Diagon Alley)가 "대각선으로(diagonally)"를 변형한 말이어서인지, 벽 사이를 쓱 돌면 갑자기 눈 앞에 다이애건 앨리가 펼쳐진다. 해리 포터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아주 감동할 만한 연출.


여기로 들어서면 완전히 딴 세상이다. 마법사 옷을 걸친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상점 앞에서 마법 지팡이를 흔들어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다 상점에 진열된 물건이 갑자기 움직이기도 한다. 그냥 랜덤하게 작동해서, 될 때까지 지팡이를 흔드는 건 줄 알았는데, 좀더 비싼 지팡이는 실제로 물건이 작동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다른 데서 쓸 수도 없는 물건을 사기는 좀...


가장 인기 있는 어트랙션인 Harry Potter and the Escape from Gringotts는 그린고트 은행 건물에서 진행된다. 날씨가 안 좋아서인지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 건물 지붕 위에는 거대한 드래건이 앉아 있다. 줄을 서 있다 들어가니 해리 포터 영화의 여러 장면을 재연해 놓았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실제 어트랙션은 생각보다는 좀 재미가 없었다. 전날의 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는 3D 안경 같은 것 쓰지 않았지만 퀴디치 경기 같은 것은 정말 실감나는 수준이었는데, Harry Potter and the Escape from Gringotts는 3D 안경을 쓰고 진행되는 데도 생생한 느낌이 덜하고 좀 지루했다. 아마 이 어트랙션은 관찰자 시점에서 진행되는 느낌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린고트 은행 지붕 위의 드래건은 일정한 시간마다 불을 내뿜는다. 불을 뿜기 전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이때쯤 되면 사람들이 카메라 들고 몰려든다.


다이애건 앨리를 나올 때쯤 되니 다행히 비가 그쳤다. 우리 아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놀이기구를 찾다가 The Simpsons Ride를 탔는데, 다소 실망스러웠던 해리 포터 놀이기구에 비해 완전 재미있었다. 이것도 전날의 스파이더맨 어트랙션처럼, 실제로는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재미있는 어트랙션이었다. 재미있어서 한번 더 탔다. 스토리도 재미있어서 더 좋았다. 출발 전 주의 사항도 완전 웃기게 보여줬다.


다음으로 간 곳은 E.T. 자전거를 타고 공중을 나는 어트랙션이었다. 화려하거나 화끈한 어트랙션은 아니었지만, E.T. 영화를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 같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우리 아이들이 E.T.를 보고 싶다고 해서 가져온 DVD를 틀어줬더니 다들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새 숙소로 돌아와 체크인. 이전 숙소에 비하면 많이 좁고 불편한 곳이었다. 수영장은 훨씬 더 컸고, 따뜻한 물이라는데 늦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방에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기는 한데, 느리고 잘 안 터진다. 이전 숙소에 비해 많이 부족한 곳이었다.


4월 3일(일) - 휴식


목요일 밤에 물 맞으며 놀았던 탓인지 아들이 열이 나기 시작했다. 큰애에 비해 작은애는 툭하면 열나고 아파서 부모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많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한 번 더 갈 수 있지만 포기하고 쉬기로 하였다. 다행히 열 날 때마다 타이레놀 먹였더니 상태가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우리 딸은 나가자고 난리인데, 나랑 아내는 그 동안 강행군한 탓에 완전히 넉다운 상태였다. 매일 1만보 넘게 걸었고 금요일에는 2만보를 넘기까지 했으니 멀쩡하면 이상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다음 날 하루 종일 운전할 생각을 하면 어떻게든 체력을 비축해야 할 상황이었다.


4월 4일(월) - 귀향


올랜도 올 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갈 때는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하자고 생각하였다. 8시 출발. 구글 지도에서 10시간 거리라고 하니, 저녁 8시 전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루 푹 쉬어서인지 운전하는 내내 졸리거나 불편한 느낌이 거의 없었다.


I-95를 달리다가 잠깐 쉬고 주유도 할겸 347번 출구로 나갔다. 플로리다 북쪽 경계쯤에 있는 잭슨빌(Jacksonville)이었다. 하필 주유소 화장실이 고장나서 옆에 있는 상가로 갔는데, 놀랍게도 한국 마트가 있었다. Dae-ho Oriental Food Store. 간판에 한글로 "대호"라고 적어 놓았다. 주인 내외분이 아주 유쾌한 분이었다. 게다가 주인 아저씨는 부산 사람이어서 머나먼 타국에서 동향 사람을 만나 더 반가웠다. 마침 돌아가서 한국 장을 보러 나가야 해서 마트 들른 김에 장을 좀 봤다.


점심은 대호 마트 주인 내외분이 알려준 아울렛에서 먹었다. 올랜도에 있던 아울렛에서 쇼핑을 좀 하려고 했는데, 거기는 결국 가보지도 못하고 전혀 다른 곳에 와 버렸다. 날도 더워지고 해서 아이들 샌들을 사고 출발. 생각보다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서 저녁 8시 이전에 도착하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았다.


이후로는 평탄한 길이었다. 출발지인 NC Greenville에 도착하니 저녁 8시 직전. 어쨌든 목표는 달성했다. 이로서 기나긴 올랜도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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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알파고 vs 이세돌
Math | 2016.03.13 23:15
알파고 로고



(이 글은 알파고의 기본적인 원리를 일부 설명하고 있으나, 알파고의 정확한 작동 원리를 다루는 글은 아닙니다.)


구글(Google)의 자회사인 딥마인드(DeepMind)에서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5번기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컴퓨터 바둑의 수준이 최정상급 프로 기사에게는 한참 모자랐기에 이번 대결은 당연히 이세돌 9단이 손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날로 먹는 우승 상금 11억원! 심지어 5:0으로 완승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고, 알파고가 어느 정도까지 그럴 듯하게 바둑을 둘 수 있는지 정도가 관심사였다.


5개월 전에 알파고가 유럽 챔피언이었던 판후이(Fan Hui, 樊麾) 2단을 5:0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그 실력은 아마 정상급 정도여서 그 동안 실력이 늘어봐야 이세돌 9단에게는 정선(덤 없이 흑으로 두는 것)도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3월 9일의 제1국, 3월 10일의 제2국을 알파고가 이기더니, 하루 쉬고 진행된 3월 12일의 제3국마저 이겨서 5번기의 승부가 이미 결정되어 버렸다. 날로 먹는 우승 상금이 날아갔다.


꽤나 충격적인 결과여서, 이러다 이세돌 9단이 5:0으로 이기기는커녕 0:5로 지는 게 아닌가 싶었으나, 3월 13일 원기옥을 모아 제4국을 처절하게 두어서 승리를 거두었다. 처음에는 인공지능 따위가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사람들이, 알파고가 예상 밖으로 막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이번 대결이 불공정하다느니 구글이 부정하다느니 하는 온갖 헛소리를 쏟아내기도 하였다. 사실 알파고의 원리, 대회의 취지 등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소리들인데도 이런 헛소리가 떠도는 걸 보면 한심할 지경이다.


대국장에 입장하는 이세돌 9단


백만년전쯤에 나온 컴퓨터 바둑은 그 수준이 정말 한심해서, 18급도 조금만 연습하면 만방으로 이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바둑은 각 단계에 둘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곧이곧대로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어서 컴퓨터 바둑의 수읽기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첫 수를 인간이 우상귀 화점에 두었다면, 컴퓨터가 다음에 둘 자리는 360(=19x19-1) 군데가 된다. 그런데 이 가운데 어느 자리에 두는 것이 적당할지를 알아내려면, 다음에 사람이 둘 자리를 예측해서 우열을 평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360x359 가지 경우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꼴랑 두 수만 가지고 국면을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 세 수 정도 둬 본다고 생각하면 360x359x358=46267920이 된다. 그러니까 두 번째 수를 두는 것만으로도 4600만 가지 경우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고작 세 수(컴퓨터-사람-컴퓨터) 생각해 보는 수준이면서.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가운데는 바둑의 각 단계를 모두 따져 보고 다음 수를 결정하는 줄로 아는 사람도 있던데, 이런 건 당연히 불가능하다. 순진하게 생각해도 이러려면 361!=361x360x...x3x2x1 가지 경우가 필요하고, 이 값이 1 뒤에 0이 768개 붙는 수보다 크니까, 전세계 모든 컴퓨터를 다 긁어 모은다고 해도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이런 방식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인다는 뜻에서 브루트 포스(brute force) 방식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브루트 포스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냥 무식한 걸로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용감하기까지...


이런 식이다 보니, 선사시대의 컴퓨터 바둑은, 주변이 부분적으로 이런 모양이면 다음 수를 이렇게 둔다는 식으로 규칙을 정해 두고 진행하는 것이 기본 원리였다. 당연히 수읽기가 매우 제한적이고, 무엇보다 그 규칙에 따라 진행된 결과가 유리한지 불리한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예전 컴퓨터 바둑은 포석과 정석은 그럴 듯한데, 중반전쯤 되면 온갖 떡수를 늘어놓다가 자멸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정석에 없는 수를 두면 처음부터 헤매기 일쑤였고, 매번 망하면서도 똑같은 수로 응수하는 바보였다.


초창기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네메시스


컴퓨터가 인간 최고수를 꺾었던 체스와 달리 바둑에서는 컴퓨터가 10급 수준에 도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상황은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Monte Carlo Tree Search, MCTS)이라는 기법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편의상 컴퓨터가 흑, 사람이 백이라 하자. 컴퓨터가 둘 차례가 되면 컴퓨터는 현재 상황의 바둑판 아무 곳에나 흑을 둔다. 그리고 이어서 아무 곳에나 백을 둔다. 이 과정을 컴퓨터 혼자서 반복해서 최종 단계에 이르러 집을 세어 승패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흑 A라는 수를 둔 상태에서 수만 판 무작위로 진행했더니 승률이 70%쯤 되고, 흑 B라는 수를 둔 상태에서 수만 판 무작위로 진행했더니 승률이 40%쯤 되었다면 컴퓨터는 A에 흑을 두는 것으로 결정한다. 아무렇게나 두어서 승패를 판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이런 과정을 수백, 수천, 수만 번 반복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진행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브루트 포스로 다 조사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지만, 무작위로 수만 번, 수백만 번 진행하여 승패를 조사하면 통계적으로 모든 경우의 승패 비율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무작위로 진행된 많은 양의 데이터로 전체의 양상을 추정하는 방식을 몬테카를로 기법(Monte Carlo method)이라 한다. 몬테카를로는 모나코의 도박장 이름으로, 이 기법이 확률에 기반하고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MCTS가 등장하면서 컴퓨터 바둑은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다. 겨우 몇 수, 그것도 부분적으로 유불리를 평가하던 단계에서, 통계적인 근사이기는 하지만 승리할 확률을 높이는 수를 두는 것만으로도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실력이 늘었다. 예컨대 MCTS를 이용하는 Zen, Crazy Stone, 돌바람 같은 프로그램은 아마추어 상급 수준에 가까우니, 컴퓨터가 10급 수준에 도달하는 데도 몇 십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데 비하면 어마어마한 발전이었다.


몇년 전에 컴퓨터가 프로 기사를 상대로 접바둑(흑돌 몇 개를 미리 두고 진행하는 핸디캡 게임)을 이겼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는데, 이 프로그램들이 MCTS를 이용한 것들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MCTS는 무작위로 진행하는 게임의 양이 많을수록 더 정밀해지므로, 이런 이벤트에서는 PC용 상용 프로그램과는 달리 CPU를 훨씬 많이 장착한 컴퓨터에서 전용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MCTS도 만능은 아니다. 무엇보다 정밀한 결과를 얻으려면 데이터가 많아야 하는데, 무한정 시간을 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단계를 걸러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컴퓨터 바둑의 실력을 늘이는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우하귀에서 수읽기를 시작한다면, 다음 단계에서 좌상귀 1의1 자리 같은 곳을 배제하기만 해도 효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Zen과 대국 중인 다케미야 9단


프로 기사들에게 물어보면, MCTS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프로그램은 일곱 점까지도 접어줄 수 있다고 한다. 컴퓨터가 미리 일곱 점을 두고 시작하여도 프로가 잘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마추어로서 제법 잘 둬도 프로에게는 넘사벽이다. 특히 MCTS의 특성상 완전히 엉뚱해 보이는 수를 두는 경우가 꽤 있어서, 이런 허점을 파고 들면 컴퓨터의 대마 몰살하기 같은 황당한 일도 가능하다고 한다. 수읽기 자체는 MCTS로 흉내낼 수 있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바둑판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MCTS를 진행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였다. 인간은 현재 상황과 무관한 곳을 직관적으로 무시하고 수읽기를 진행할 수 있지만, 컴퓨터는 이런 직관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현재 상황에서 "둘 만한 곳"을 추려내는 것은 MCTS와는 다른 새로운 기법이 필요하였다.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룬 부분이 바로 여기였다.


알파고가 "둘 만한 후보지"를 찾는 방식은 사람과 비슷하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대략 이런 배치면 이런 정도에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을 학습한다. 가능한 모든 배치를 저장해 둔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후보지를 고르는 데는 비슷한 상황을 분류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알고리듬이 필수적이다. 이것을 일일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인데, 딥마인드에서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딥러닝(Deep Learning)을 이용하여 해결하였다.


아마도 이 내용은 생물학의 최근 성과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2014년 생물학에서 획기적인 일이 있었다.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의 움직임을 흉내낸 로봇을 만들었는데, 그 움직임을 일일이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예쁜꼬마선충의 뉴런 상태를 구현하고 연결된 뉴런이 작동하는 방식만 지정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니까 A 뉴런에 입력이 들어오면, 여기에 연결된 B 뉴런에 신호를 전달하고, 다시 여기에 연결된 C 뉴런에 신호를 전달하고, ... 이런 식으로 연결 상태(connectome)를 구현한 것만으로 로봇이 예쁜꼬마선충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 네이버 블로그: 인간이 만든 인공생명체


이런 장면을 보면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동물의 행동이 뉴런의 연결 상태만으로 구현된다는 것은, 인간의 사고 또한 단순히 뉴런의 연결 상태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겨우 302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예쁜꼬마선충의 움직임과 100억개가 넘는 뉴런으로 구성된 인간의 뇌를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딥마인드에서는 바둑에서 착수 후보지를 고르기 위하여 뉴런의 연결 상태를 구현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였다. 바둑판의 현재 상황을 입력하면 착수 후보지를 출력하는 기계를 뉴런의 연결 상태로 구현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100억개의 요소로 이런 연결 상태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적당한 개수의 변수에 적당한 입출력량을 정하여야 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신경망의 기본적인 연결 상태를 구현하기 위하여 좋은 데이터를 입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인터넷 바둑에서 고수들의 기보 16만개를 입력하여 "이런 국면에서는 이런 수"가 나오도록 알파고에게 "공부"를 시킨다.


이 과정을 오해하여, 알파고는 기보 수만 개를 소장하고 있다가 상대가 두는 수를 그 기보에서 찾아보고 다음 수를 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당연히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기보는 알파고가 바둑에 대해 알도록 처음에 가르칠 때만 쓰이는 셈이다. 애초에 기보를 검색해서 대응수를 찾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 현재 상황과 같은 기보가 존재할 가능성이 거의 0이니까. 또, 이세돌 9단과 대국한 결과를 입력해서 성능이 업그레이드 될 테니 반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던데, 고수들의 기보는 신경망을 처음 구축할 때 쓰이는 것이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놓고 훔쳐 보려고 쓰는 게 아니다. 어차피 16만개의 기보에 한 두 개 더 보탠다고 신경망 구성이 획기적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에 알파고가 신경망을 구축하는 것은 바둑의 기본기를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다. 인간은 기본기를 배운 다음 수많은 실전 대국을 통하여 기력을 향상시키는데, 알파고도 마찬가지로 대국을 통해 실력을 키운다. 다만, 그 대국이 자기 자신과 두는 것이고, 먹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매일매일 수십 판씩 바둑을 둔다는 점이 다르다. 학습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MCTS를 적용할 범위를 축소하여 효율적인 수읽기를 하면 점점 더 좋은 대국이 가능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점점 더 늘게 된다.


알파고가 자기 차례에 착수를 결정하는 방법을 정리하면 이렇다.


1. 먼저 현재 국면에서 둘 만한 자리를 몇 군데 고른다.

2. 각 수에 대해 MCTS로 수읽기를 진행하여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고른다.

3. MCTS를 진행할 때 바둑판 전체에서 무작위로 고르는 대신 "현재 국면에서 둘 만한 자리"를 골라 탐색 범위를 줄인다.


이로부터 컴퓨터 바둑의 기본 원리는 MCTS이지만, MCTS의 효율을 높이는 데는 "현재 국면에서 둘 만한 자리"를 고르는 방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Zen이나 Crazy Stone과 바둑을 둬 보면, 가끔 바둑판 중앙 가까이에 모호한 수를 두는 경우가 있어서 사람이 두는 바둑과는 전혀 다른 위화감을 주는데, 알파고는 상대적으로 그런 일이 덜해서 사람과 두는 느낌을 준다. 이 또한 신경망으로 MCTS의 탐색 범위를 사람이 둘 만한 범위로 축소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MCTS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알파고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대단한 성취라 할 수 있다. 그러나 MCTS가 확률에 기반한 수읽기이며 신경망으로 걸러내는 수가 얼마나 효율적일지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하나의 함수로 이루어져서 입력에 대해 명확하게 출력이 하나로 정해진다면 원리를 파악하기 쉽겠지만, 여러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신경망은 입출력 원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계산기와 인간의 두뇌가 덧셈을 하는 방식을 비교해 볼 수 있겠다. 우리는 계산기의 작동 원리를 알기에 계산기는 덧셈을 잘 한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러나 인간의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덧셈을 막 배운 아이가 덧셈을 잘 하는지는 문제를 여러 개 풀려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알파고의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알파고에 버금가는 상대와 실제로 대국을 해 보는 것이 최선이다. 그 상대가 판후이 2단이었고 그 다음이 이세돌 9단이었던 것이다. 구글의 딥마인드로서야 100억원이 아깝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덤으로 홍보 효과까지.


인터넷에는 구글이 이세돌 9단에게 이기려고 부정한 짓이라도 한 줄로 아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당연히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이다. 애초에 알파고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므로 최고 사양에 최고의 기술로 성능을 극대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상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이세돌 9단이 저사양으로 돌아가는 알파고를 상대로 이기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걸까. 최고의 성능으로 작동하는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쪽이 훨씬 더 자랑스러운 일일 텐데. 구글이 환호한 것은 이세돌 9단을 이겨서 상금을 안 줘도 되니까가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이세돌 9단에게 승리를 거둘 정도로 잘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딥마인드 CEO인 데미스 허사비스의 트윗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것도 말이 안 된다. 알파고에 대한 정보라면 당연히 기보를 뜻하는데, 기보란 상대가 있어야 하며 알파고의 실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보는 알파고를 능가할 수 있는 상대와 맞붙어 봐야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딥마인드에서 이세돌 9단에게 도전을 한 것이 바로 알파고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것이다.


알파고의 바둑을 보면서, 알파고가 매번 일정한 수를 두는 줄로 아는 사람도 있었다. 컴퓨터라는 물건이 정해진 입력에 대해 정해진 출력을 내놓는 정확한 기계여서 이런 인식이 많은 것 같은데, 알파고가 수읽기를 하는 방식은 브루트 포스로 모든 경우를 다 따져 보고 그 가운데 가장 좋은 수를 두는 것이 아니라, MCTS로 찾은 확률적인 결과물이다. 따라서 같은 응수에 대해서 판마다 승리 확률이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승리 확률이 비슷하면서 높은 수가 여러 개라면 그 가운데 하나를 무작위로 고를 수도 있다. 그러니 같은 수에 대해서 다르게 응수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 뜻에서 알파고가 두는 수는 "정수"라기보다는 "정수에 가까울 확률이 큰 수"라 할 수 있다.


알파고의 바둑, 특히 제4국을 보면 후반부에 알파고의 떡수가 난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MCTS를 이용한 기존 바둑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인데, 컴퓨터가 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이상한 수를 두기 시작한다. 아마도 이것은 MCTS의 근본적인 문제점 같다.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사람은 응수하기 까다로운 수를 두어 속칭 "흔들기"를 시도하는 것이 보통인데, 컴퓨터에게는 "응수하기에 더 까다로운 수"라는 개념이 없어서 이런 일이 생긴다. 바둑 프로그램은 어느 경우에도 상대가 최선의 응수를 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안 받으면 가장 이득이 큰 수를 두는 경향이 있고, 이런 수들이 대부분 응수가 눈에 뻔히 보이는 수여서 떡수 소리를 듣게 된다. 마치 천재 기사가 하수에게 "이 수는 이렇게 응수할 것 같아서 안 뒀습니다."라고 하는 느낌이랄까. 그 응수가 대단한 묘수인데도.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 발전하면서 MCTS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조만간 상당한 수준에 이른, 사람처럼 두는 프로그램이 개발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처럼 빨리 최정상 프로급에 도달한 프로그램이 개발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다.


알파고는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프로도 생각 못한 새로운 수를 제시하여 프로들에게 연구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 응수하기 까다로운 정도를 평가하는 기능을 추가한다면 알파고가 더 인간에 가까운 느낌을 줄 것 같다. 알파고와 다른 스타일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지금처럼 MCTS를 이용하여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확실한 승리를 위해 대마 안 잡고 살려주던 전성기 이창호 9단 바둑과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이길 확률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집 차이를 크게 하는 수를 선호하도록 신경망을 구현하고 공부시킨 프로그램이라면 아마도 엄청나게 전투 지향적인 컴퓨터 바둑이 되지 않을까? 이름은 준키고(JoonkiGo)


그러나 무엇보다도 알파고에서 구현된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한다면 정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펼쳐질 것 같다. 딥마인드에서 언급하였던 의료 분야도 그 한 예이다. 정말로 그런 시대가 온다면 인류 역사상 상상력이, 아마도 상상력만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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