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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2. 11. 14:09

항등원과 교환법칙 Math2006. 12. 11. 14:09

역시 dc에 올라왔던 글인데, 어떤 연산에 대해 항등원과 역원이 존재하려면 그 연산은 교환법칙이 성립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의외로 이걸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항등원의 존재 유무는 교환법칙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어떤 특정한 원소 e와 임의의 원소 a에 대해 e*a = a*e = a라는 특별한 성질이 성립하기만 하면 그 e를 항등원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아무 생각없이 e*a = a*e 라는 식만 보고 교환법칙이 성립해야 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걸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몇 년 전에, 시중에 나와 있는 참고서들을 훑어 본 적이 있다. 정석은 이런 점을 알았는지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지만 항등원이 존재하는 연산"을 소개해 놓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교환법칙에 대해 아예 언급 자체가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석이 꽤 세심한 교재라고 할 수도 있겠다.

모든 참고서를 남김없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때 보았던 책들 가운데 한두 권은 놀랍게도 "항등원이 존재하려면 교환법칙이 성립해야 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저자들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다. 또, 두어 군데 수학 강의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샘플 동영상을 받아 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교환법칙이 성립하는지부터 봐야죠?" 이런 말을 하는 강사들이 있었다.

교사든 강사든 이런 착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학생들이 헷갈리는 것도 당연한 일. 예전에 인터넷에서 누가 이런 질문을 하기에, 항등원과 교환법칙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답을 해 주었더니, 다른 사람이 틀린 답변이라고 박박 우긴다. 그래서 가장 알기 쉬운 반례로 행렬을 들었는데, 그 우기던 사람의 반응이 황당했다.

"행렬은 수가 아니기 때문에 예외로 칩니다"

이쯤 되면 "이뭐병" 소리가 절로 나올 지경인데, "실수에서 정의된 연산이 항등원을 가지면 항상 교환법칙이 성립해야 한다"며 거드는 인간도 있었으니, 이 정도면 "이뭐병" 소리도 아깝다. 잘 모르거나 헷갈리는 거야 무슨 죄가 되랴만, 잘 모르면서 우기는 사람들은 정말...

사실 정석에 소개된 연산도 순서쌍으로 주어져 있는 데다, 실수에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연산이 항등원을 가지면 교환법칙이 성립하니 저런 착각도 할 수는 있겠다 싶긴 하다.

아마 실수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반례는 이런 걸 생각하면 될 것이다.

a*b = (b가 1이면 a, b가 1이 아니면 b)
이 연산은 당연히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지만, 항등원 1을 가진다. 이 예가 하나의 수식으로 써지지 않아서 --- 억지로 쓸 수는 있지만 ---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자연수에 대해 정의된 다음 연산을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연산 또한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지만 항등원 1을 가진다. 이 정도면 저 이뭐병들도 할 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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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uzz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