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1. 16. 00:14
[눈의 여왕] 첫 회 수학 문제 Other interests2006. 11. 16. 00:14
드라마 눈의 여왕 첫회가 11월 13일 월요일에 방영되었다.
과학고에 입학한 주인공 한태웅은 천재 소년으로 주목 받던 김정규와 라이벌이 되는데, 첫 수학 시간에 정규의 풀이에서 오류를 지적하여 정규의 미움을 사게 된다.
아래 그림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만화의 한 장면으로 바로 그 수학 시간이다. 보면 알겠지만, 만화가의 수학 지식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만화는 내가 참여하기 전에 만들어진 초기 대본을 바탕으로 그린 것이어서 방송에 나온 것과 문제가 다르다. 여기에 나온 문제는, f(2x)=f(x)이고 f(1998)=16일 때 f(2002)의 값을 구하는 것인데, 이 문제라면 한 줄로 끝이다.
즉, 이 함수는 상수 함수니까 f(2002)=16이 되는데, 물론 이렇게 되려면 연속 가정이 필요하다. 처음에 작가들이 써온 대본에는 정규가 이 문제를 가지고 칠판 "가득히" 써가며 푼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런 한 줄짜리 문제를 가지고 그렇게 할 수야 없는 일. 아예 다른 문제를 쓰자고 했지만, 월드컵 16강을 비롯한 앞뒤 대사들까지 모두 고쳐 써야 할 판이라 문제만 살짝 바꾸기로 하였다.
이 문제 역시 별로 어려운 문제는 아니어서, x가 유리수일 때 f(x)=f(1)x가 나오는 것은 쉽다. 그래도 길게 풀어 쓰면 칠판 반쪽 정도는 채울 수 있다. 남은 문제는 모든 실수 x에 대해 f(x)=f(1)가 되느냐인데, 이건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다. 정규가 이 부분에서 실수를 하고, 태웅이가 연속 가정에 대해 지적하면 원래 스토리와 대충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약간 멋을 부려 수학 선생님의 대사를 길게 썼는데, 왕창 잘렸다. ^^; 시간도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쪽 구석에 서있던 선생님이 짝짝짝 박수를 친다. 학생들 침묵.
태웅,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는데 기분 나쁜 듯 태웅을 바라보는 정규의 표정.
과학고에 입학한 주인공 한태웅은 천재 소년으로 주목 받던 김정규와 라이벌이 되는데, 첫 수학 시간에 정규의 풀이에서 오류를 지적하여 정규의 미움을 사게 된다.
아래 그림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만화의 한 장면으로 바로 그 수학 시간이다. 보면 알겠지만, 만화가의 수학 지식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만화는 내가 참여하기 전에 만들어진 초기 대본을 바탕으로 그린 것이어서 방송에 나온 것과 문제가 다르다. 여기에 나온 문제는, f(2x)=f(x)이고 f(1998)=16일 때 f(2002)의 값을 구하는 것인데, 이 문제라면 한 줄로 끝이다.
즉, 이 함수는 상수 함수니까 f(2002)=16이 되는데, 물론 이렇게 되려면 연속 가정이 필요하다. 처음에 작가들이 써온 대본에는 정규가 이 문제를 가지고 칠판 "가득히" 써가며 푼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런 한 줄짜리 문제를 가지고 그렇게 할 수야 없는 일. 아예 다른 문제를 쓰자고 했지만, 월드컵 16강을 비롯한 앞뒤 대사들까지 모두 고쳐 써야 할 판이라 문제만 살짝 바꾸기로 하였다.
실수에서 정의된 함수가 모든 실수 x, y에 대하여 f(x+y)=f(x)+f(y)를 만족하고 f(1998)=16이다.
1. 이 함수를 구하여라.
2. f(2002)는 무엇인가?
1. 이 함수를 구하여라.
2. f(2002)는 무엇인가?
이 문제 역시 별로 어려운 문제는 아니어서, x가 유리수일 때 f(x)=f(1)x가 나오는 것은 쉽다. 그래도 길게 풀어 쓰면 칠판 반쪽 정도는 채울 수 있다. 남은 문제는 모든 실수 x에 대해 f(x)=f(1)가 되느냐인데, 이건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다. 정규가 이 부분에서 실수를 하고, 태웅이가 연속 가정에 대해 지적하면 원래 스토리와 대충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약간 멋을 부려 수학 선생님의 대사를 길게 썼는데, 왕창 잘렸다. ^^; 시간도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태웅 | ... 이 연속가정이 빠졌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선생님 | 그래? 그럼 연속이 아니면서 조건을 만족하는 예를 들 수 있겠어? |
태웅 | (기다렸다는 듯) 실수들을 특정한 무리수들을 유리수배한 것들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런 함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규 | (벌떡 일어나며) 그게 가능하다는 건 증명할 수 있어? |
태웅 | 증명은 ... 잘 모르겠습니다. |
학생들 | (그럼 그렇지 하는 분위기) 에이~ |
한쪽 구석에 서있던 선생님이 짝짝짝 박수를 친다. 학생들 침묵.
선생님 | (태웅에게 다가가 명찰 보며) 한태웅? 수학선생 노릇 십 년만에 너 같은 학생은 처음이다. 들어가.흔히들 수학을 답만 구하면 되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 있는 너희들 가운데도 이런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진짜 수학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다.나는 너희들을 문제 푸는 기계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이 시간에 너희들에게 원하는 것은 이 문제처럼 상식적으로 옳아 보이는 것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다.언뜻 보기에는 이 문제의 답은 당연히 f(x)=f(1)x일 것 같지만, 실수 전체에 대해서도 이렇게 되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이 점을 알아채는 것이야말로 진짜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역사적으로도 그랬고.아, 그리고 한태웅이 증명을 모르겠다고 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수학을 전공해야 알게 되겠지만, 이게 참일지 거짓일지는 인간은 알 수 없는 문제니까. |
태웅,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는데 기분 나쁜 듯 태웅을 바라보는 정규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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