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분자생물학을 연구하시는 분들이 지적설계론 같은 것을 주장하시기도 하잖아요?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다는 말이겠지요.
어느 분자생물학자가 그런 주장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는 "그 사람 좀 맛이 갔군."이 올바른 판단이죠. 그 사람을 제외한 어마어마하게 많은 생물학자들이 진화론을 주장하고 있으니까요. 압도적인 반대쪽 자료는 무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만 객관적인 척 언급하는 건 창조론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이런 건 어떻습니까? 사실 이건 "주장"이 아니라 "상식" 수준이긴 합니다만.
성경을 연구하는 종교학자들이 성경에 모순이 있음을 주장하시기도 하잖아요?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다는 말이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창조를 믿지만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입장은 최소한 빅뱅이나 진화론이 명확한 진리이다라고 쉽게 말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독교를 믿든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교"를 믿든 그거야 개인의 문제지만, 자신이 "개인적으로 믿는 것"을 공개하는 것은 "신앙고백"이라 부릅니다. 목사님께는 칭찬받을 일일지 모르겠지만, 뭔가를 주장할 때는 전혀 필요없는 언급입니다.
빅뱅이나 진화가 사실이며 빅뱅이론과 진화론이 올바른 과학이론이라고 하는 건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입니다. 이쪽 분야의 학자들이 아무렇게나 쉽게 내뱉는 주장도 아닙니다.
오히려 창조론이 사실이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 보세요. 목사님 설명만 듣고 "할레루야"를 외치는 게 누군가요? 창조론이 주장하는 "진화론의 모순점"이라는 건 지금까지 100% 거짓말이었습니다. "착오, 실수"가 아니라 "거짓말"입니다. 정말로 "창조론/진화론"에 대해 쉽게 말하지 않으려면 우선 talk.origins부터 읽으세요.
그런 다음에도 창조론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 다음은 이슬람 교나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교"로 개종하는 건 어떤지도 한번 생각해 보시고.
창조론 주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라면 talk.origins 따위는 절대로 읽지 않고 교회에서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던 레퍼토리를 반복한다는 점인데, 그 레퍼토리란 게 하도 뻔해서 그 다음으로 나올 주장들을 미리 몇 개 써 둔다. 하도 반복해서 보게 되니 거의 외울 지경이다.
다윈이 죽으면서 자신의 이론을 부정하였다.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지 못하도록 금지하였다.
삼엽충과 인간의 발자국 흔적이 함께 발견되었다.
원숭이가 인간이 된 예가 있는가?
인류의 조상이라는 화석은 날조된 가짜다.
폭격수 딱정벌레는 어떻게 진화 중에 폭발하여 없어지지 않았나?
한자 船에 남아있는 "노아의 방주"의 증거
이 블로그의 주제는 수학과 퍼즐이니 혹시라도 "진화론은 틀렸어요"라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은 다른 곳에 가시라. 위에 적은 "예상 레퍼토리"에 대한 설명도 검색 엔진을 이용하고. 블로그를 하나 추천하자면, 꼬깔 님의 블로그 ★Stella et Fossilis를 방문해 보라.
제로존 이론이 바보 취급당하고 있으니, 어떤 양빠(어쩌면 양동봉 자신)가 BRIC 게시판에 Feigenbaum 상수에 대한 글을 올렸다. 긴 횡설수설이라 전문은 읽을 필요 없고, 가장 웃기는 부분만 아래에 캡처했다.
라마누잔 따위는 상대도 안 되는 놀라운 직관을 가진 양동봉이 제시한 식이 불행히도 잘 안 보이는데, 크게 쓰면 다음과 같다.
그러니까 이 놀라운 직관의 소유자께서는 위의 식을 계산한 결과인 4.6692916609107236325441051072621이 Feigenbaum 상수와 같다는 것이다.
8월 21일부터 8월 24일까지, KIAS에서 장장 10시간에 걸쳐 ergodic 이론에 대한 집중 강연이 열리고 있다. 연사는 Ohio State University의 Vitaly Bergelson 교수.
최근 ergodic theory를 이용한 흥미로운 결과들이 많이 발표되어서 이 이론에 관심들이 많던 차에 준비된 강연이다. 예를 들어, 2006년 Fields medalist였던 Terrence Tao가 Ben Green과 함께 증명하였던, "소수만으로 임의의 길이의 등차수열을 만들 수 있다"는 정리도 ergodic theory의 극적인 응용 가운데 하나였다.
Bergelson 교수는 ergodic theory의 전문가이면서 정수론 쪽도 잘 아는 분이어서 이번 강연에 딱 맞는 분이었다. 무척 재미있게(?) 생기신 데다 농담도 잘 하시고 강의도 아주 흥미진진해서 아주 재미있게 듣고 있다. 강의 중에 계속 질문을 던지시는데, 첫째, 질문을 잘 못 알아듣겠고, 둘째, 알아듣고도 내가 제대로 들었나 자신이 없고, 셋째, 제대로 알아들어도 무슨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넷째, 무슨 답을 할지 알아도 영어가 짧아 조용히 듣고만 있다. -_-
어쩌다 보니 내가 local organizer로 이름이 올라있는데, 거의 fake organizer다. 그래도 organizer는 organizer라 오늘 저녁에 Bergelson 교수와 함께 저녁 먹는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는 고계원 선생님 말씀에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그런데 김동한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오늘 저녁 메뉴는 매운 "쭈꾸미"란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내가 못 먹는 음식이 있으니, 다리 많고 뼈대 없는 집안 애들. 워낙 뼈대 있는 집안 후손이라 그렇다. 물론 모자 착용 여부 불문. 크기 불문이다.
결국 organizer라면서 초청강사와 밥 한끼 같이 못 먹고 끝내게 생겼다.
그나저나 내일 오후 세션에는 내가 한 시간 발표를 해야한다. 영어로. 어쩐다..... -_-;;;;;;;;;
한국일보에 "제로존 이론"이 엉터리라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왔다. 지난 황우석 사건 때도 그렇지만, 한국일보가 과학 분야는 제대로 된 기사를 내는 편이다. 특히 김희원 기자의 기사라면 믿고 볼 만하다.
지난 포스팅에서 좀 노골적인 반응을 다루면 좋겠다고 했는데, 마침 딱 맞춰 올라온 기사였다. 도대체 언급할 필요조차 없어 보이는 이론에 낚인 오xx, 문xx 등등은 학위 반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알고 보니 양동봉 원장은 2003년부터 이 엉터리 이론으로 투자를 받으려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 것 같다. 그때는 말도 안 된다는 전문가의 의견 덕에 다행히 낚인 사람이 없었지만, 몇 년 숙성(?) 과정을 거치더니 멍청한 기자 하나 잡아서 일을 크게 벌인 것 같다.
혼자서 망상을 늘어놓는 거야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이걸로 투자를 받겠다면 문제가 좀 다르다. 이러니 보통 같으면 철저하게 무시하는 게 보통이었을 물리학계에서도 여기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것이고. 다행히 청와대에서 검토를 지시했다는 건 그냥 의례적인 절차일 뿐 별 의미는 없는 일인 것 같다.
사고를 쳤던 박성원 기자는 속칭 "열렬한 애국자"라고 한다. 딱 "황빠" 보는 기분. 이 기자가 퇴사했느니 어쩌니 하는 소문이 돌던데, 그 기사를 쓰고 나서 유학 갔다고 한다. 퇴사하고 갔을 것 같지는 않고, 아마 휴직 정도 한 게 마치 징계라도 받은 듯 소문이 난 것 같다. 엉터리 기사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징계할 정도로 양식이 있는 신문사라면 애초에 저런 기사를 싣지도 않았을 터.
과학동아 기자들은 뭐했나 했더니, 처음에 과학동아에 제로존 이론을 다루라는 "강력한 요청"이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엉뚱한 신동아에 실린 것. 어쨌거나 이번 일로 동아일보는 완전 바보가 되버렸는데, 수많은 "양빠"들을 보니 또 어떻게 엉뚱한 방향으로 일이 번질지 걱정된다.
1950년 필즈 메달 수상자인 노르웨이의 위대한 수학자 Selberg가 지난 8월 6일 사망하였다. 향년 90세.
Selberg의 업적이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지만,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것은 소수 정리(Prime Number Theorem)을 초등적인 방법으로 증명한 것이다.
소수 정리란 충분히 큰 자연수 N에 대하여, N보다 작은 소수의 개수가 대략 N/logN과 비슷하다는 것으로, 유명한 Riemann 가설이 이 정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수 정리를 처음 증명한 것은 Hadamard와 de la Vallee Poussin으로 1896년에 발표한 그들의 증명은 (Riemann 가설에서처럼) 복소해석학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후 1949년에 Selberg는 복소해석학을 이용하지 않은 증명을 발표하였다. 그의 증명은 복소해석학을 이용하지 않았기에 "초등적"으로 불리는 것이지, 그의 증명이 "쉽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